[우리차를 찾아서] 다리 아프고 뼈마디 쑤실 땐 ‘만병통치 약’ 오가피가 즉효
한국일보 / 2015-12-14 20:39
의약의 시조 신농(神農)은 산과 들을 누비며 하루에 100가지 약초를 맛봤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한 초보 한의사도 약초를 공부하기 위한 통과의례로 주말이면 산을 다녀야 한다. 약초는 살아있는 생명체라 ‘글’로만 배울 수 없기 때문이다.
약초산행은 이른 봄에 시작하는데, 약초의 생태를 관찰하면서 먼저 새로 돋은 잎을 보고 무슨 약초인가 가늠하게 된다. 이 때 사람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식물이 바로 어린 오가피다.
어린 오가피나무는 산삼과 전혀 구분되지 않는다. 잎만 보고는 ‘심봤다!’라고 외치고 감동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잎을 밀쳐 밑둥을 보면 100에 99는 오가피다. 잎 속에 숨은 줄기가 부드러운 풀줄기면 산삼이고, 갈색의 나무줄기면 오가피나무다.
인삼과 오가피의 관계가 초본과 목본인 것처럼 작약과 모란, 쑥과 더위지기도 그렇다. 잎만 보면 동일 식물로 오해하기 십상이다.
오가피(Acanthopanax Sessiliflorus)는 오가과(五加科, 두릅나뭇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으로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생하고 있다. 7~8월에 꽃이 피고 9~10월에 작은 포도송이 같은 열매가 검게 익는다.
인삼도 오가과(Panax Ginseng)에 속한다. 오가피나 인삼 둘 다 ‘파낙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파낙스는 라틴어로 ‘만병통치의 영약’이라는 뜻이다. 오가피는 인삼처럼 뛰어난 강장효능과 파낙스라는 이름에 걸맞은 다양한 약리효과로 각국 제약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데, 러시아에서는 운동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정기적으로 복용시킨다고도 한다.
원래 오가피는 뿌리껍질을 약용으로 쓰는데, 줄기껍질을 대용한다. 차로 음용할 때는 오가피 전초를 응용할 수 있다.
한의학적으로는 따뜻하고, 맛은 맵고 쓰며, 무독한 성질로, 간신(肝腎)을 돕고 근골격계를 튼튼하게 보강하는 보제(補劑)에 속한다. 허리와 척추, 다리가 아프고 저린 경우, 뼈마디가 쑤시는 경우, 다리에 힘이 없는 경우에 처방한다. 두충, 우슬 등과 배합하면 강근골(强筋骨)하며 통증을 일으키는 풍습(風濕)을 제거한다.
오가피를 차로 만들 때는 잎이나 열매, 줄기나 껍질 등 오가피 전초 모든 부분을 쓸 수 있다. 먼저 오가피 껍질차는 아주 간단한데, 오가피 껍질을 벗겨 햇볕에 잘 말려서 잘게 썰어 밀폐 용기에 보관하면 오래 두고 즐길 수 있다. 말린 줄기껍질은 시중에서 쉽게 구매할 수도 있다.
오가피 잎차는 아침 이슬이 증발한 직후 오가피 생잎을 직접 채취하는 것이 좋다. 오가피 향이 은은한 어린 새순을 따서 만든다. 오가피 잎차는 녹차를 덖듯 가마솥이나 프라이팬에 덖으면 바짝 말린 취나물처럼 바뀐다.
잎을 덖는 방법은 간단하다. 프라이팬이 뜨겁게 달아오르면 생잎을 넣어 뒤적거리면서 살짝 데쳐 숨을 죽인다. 약간 익을 듯이 데쳐졌으면 꺼내 식힌 후 두 손바닥으로 비빈다. 비벼대는 동안에 잎이 식으면 다시 프라이팬에 넣어 데친다. 이런 작업을 몇 차례 되풀이한 후,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 널어 건조시키면 된다. 완전히 마르면 밀폐용기에 담아 보관한다.
오가피 열매는 물에 깨끗이 씻은 다음 포도송이에서 포도알 따내듯 알알이 따서 말려야 한다. 햇살 좋은 날은 2~3일이면 꾸덕꾸덕하게 마르는데, 말린 오미자 열매처럼 쪼글쪼글해지면 프라이팬으로 덖어준다. 역시 밀폐된 용기에 넣어두면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차로 끓일 때 말린 오가피 열매는 4g, 잎은 8g, 뿌리껍질이나 줄기껍질은 4g 정도가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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