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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짱의 완성… 복근이 권력

 

한국일보 / 2008-04-19 03:03

 

 

길 가다 제시카 알바나 권상우 같은 몸짱을 만난다면 어디부터 눈길이 가는가. 아니 좀 더 적나라하게, 어딜 한 번 만ㆍ져ㆍ보ㆍ고 싶은가. 얼굴? 가슴? 엉덩이? 그렇다면 당신은 ‘몸’에 관해 아직 구순기와 항문기 사이에 있다.

선수라면 당연히 이렇게 얘기해야 한다. “당근, 배!” 인간의 육체가 빚어내는 아우라의 팔할은 여섯 덩어리의 근섬유 뭉치, 복근에 있다.

흔히 ‘식스팩(Six-Pack)’으로 불리는 복근은 복직근이라는 한 쌍의 근육이다. 이것은 배꼽을 기준으로 좌우 대칭을 이루며 수직으로 뻗어 있는데, 건획(腱劃)이라는 중간건에 의해 수평으로 4등분된다.

엄밀히 말하면 식스팩이 아니라 에잇팩(Eight-Pack)이다. 그러나 치골에 붙은 마지막 팩까지 돌출시키는 것은 범인이 넘볼 수 없는 경지. 여섯 조각의 초콜릿 문양, 혹 왕(王)자만 새겨도 몸짱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그런데 진정한 몸짱의 기준이 왜 복근일까. 이해를 위해서 복근이 지닌 해부학적·미학적 위치를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피트니스 클럽에 가면 운동하는 순서가 있다. 트레드밀 위에서 땀을 빼고 난 뒤 차례로 팔과 어깨, 가슴 근육을 키우는 웨이트 머신 아래서 끙끙댄다. 이 순서는 신체의 노출빈도, 또는 육체의 시각적 과시 욕구와 일치한다.

일단 군살 없는 날씬한 몸을 만든 뒤 울끈불끈한 팔뚝과 딱 벌어진 어깨를 갖고 싶은 것이다. 복근 운동은 맨 마지막에 하거나 흔히 생략된다. 가수 비처럼 무대 위에서 티셔츠를 찢는 해프닝을 하지 않는 한, 복근을 내보일 일은 거의 없으니까.

따라서 탐스러운 식스팩은 몸 만들기의 가장 마지막 단계이며, 진정한 몸짱임을 보증해주는 증표다. 몸짱으로만 알았던 스타들의 몸도 복근을 기준으로 따지면 판판이 2등급이나 3등급 육질 도장이 찍히고 만다.

송승헌이나 비, 이효리도 예외가 아니다. 대부분 외사근(복부의 옆구리 근육)이 빈약하거나 가슴부터 허리까지가 미끈덩 일직선으로 뻗어 있다. 기계체조 선수와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미학적으로도 복근은 이상형과 현실 사이에 큰 차이를 보이는 부위다. 마네킹이 실제 인간의 모습과 가장 다른 부분은 흔히 얼굴 크기로 인식된다.

그러나 복부의 이상화도 얼굴 못지 않다. 복사근이 발달되고 장골능뼈가 불쑥 솟은 다비드 상, 명치 끝부터 배꼽까지 부피감이 체감하는 예쁜 고랑이 팬 여성 마네킹은 모두 현실과 먼 이데아의 세계. 인간의 미적 기준은 유독 이 부분에서 타협이 없다. 어깨가 왜소한 마네킹은 용서가 되지만, 배가 나온 마네킹은 곧바로 소각장으로 간다.

복근의 진정한 오묘함은 만인에게 평등한 근육이라는 점에 있다. 얼굴 생김새는 90% 이상 타고 나야 한다. 다리의 각선미도 물려받은 체질에 따라 절반 이상 좌우된다. 팔뚝이나 가슴의 볼륨감도 골격 구조와 유전적 요소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하지만 복근은 다르다. 가장 만들기 힘든 근육인 반면, 노력만 하면 누구나 예쁘게 만들 수 있다. 결코 아름답지 않은 외모의 모델들이 멋있게 보이는 것도 완벽한 복부 라인에 힘입는 바 크다.

따라서 진짜 몸짱, 뭘 걸쳐도 다 받아주는 모델 같은 몸의 소유자가 되고 싶다면 복근에 집중해야 한다. 쓸데없이 성형수술에 버리는 돈과 스트레스의 10분의 1이면 진짜 멋쟁이가 될 수 있다. 외적 아름다움이 곧 힘인 자기표현의 시대, 바야흐로 복근이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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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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