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적’ 과도한 당류 섭취 녹즙으로 건강한 식습관 되찾는다
조선일보 / 2016-04-29 03:01
착즙 방식이 영양소 파괴 적어…
서울에 사는 주부 박모(38)씨는 얼마 전 설탕 과잉 섭취에 대한 TV 프로그램을 보고는 적잖이 놀랐다. 과도한 설탕 섭취가 몸에 미치는 악영향이 상상 이상이었기 때문. 9살, 6살 두 아이가 즐겨 먹는 음료와 과자에 자연스럽게 눈이 간 박씨, 당류 함량을 꼼꼼히 살피고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 과도한 당류 섭취, 비만·성인병 부른다
‘설탕’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류 과다 섭취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의 대응도 거세다. 멕시코와 노르웨이가 일찌감치 설탕세를 도입, 당류 함량이 높은 탄산음료에 세금을 물리고 있고 최근 영국도 2018년 설탕세 도입을 발표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인도, 콜롬비아 등에서도 비만 문제 해결을 위한 설탕세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또한 공립학교 내 탄산음료 판매를 금지하고, 음료 제품에 당류 섭취에 관한 경고 문구를 표시하는 등 연이은 대책을 내놓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 7일, 당류 섭취를 줄이기 위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1일 총 섭취 열량 대비 10% 이내로 낮추겠다는 게 골자다. 하루 2,000㎉를 섭취하는 성인이라면 가공식품을 통한 하루 당류 섭취량을 200㎉ 이하로 낮춘다는 것. 200㎉는 당류 50g으로 무게 3g인 각설탕 16~17개에 해당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총 섭취 열량 대비 당류 섭취량은 꾸준히 증가세다. 지난 2007년 13.3%(59.6g)에서 2013년엔 14.7%(72.1g)로 늘었다. 이 중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은 2007년 7.3%(33.1g)에서 2013년 8.9% (44.7g)로 더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3년 국민 전체 평균은 기준치인 10%(50g) 이하지만 올해 조사 결과에선 이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 당 섭취, 하루 섭취 열량의 10% 이하로
더 큰 문제는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층에서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 3~29세의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은 2013년 이미 섭취 기준을 초과해 이 연령대 2명 중 한 명은 과도한 당류를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이 1일 총 섭취 열량의 10% 이상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비만 발생 위험은 39%, 고혈압 발생 위험은 66%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특히 비만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연간 6조8,000억원에 달하고 매년 증가세”라고 했다. 다양한 가공식품 중 가장 많은 당류를 섭취하게 한 제품은 무엇일까.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15년 2~11월 조사, 발표한 ‘국민 다소비 식품의 당류 DB 확보 및 조사연구’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많은 당류를 섭취한 가공식품은 음료(31.1%)인 것으로 파악됐다. 음료 중에서도 1~5세는 과일·채소 음료, 6~29세는 탄산음료, 30세 이상은 커피를 통해 당류를 많이 섭취했다. 최근 가공식품, 특히 음료를 통한 당류 섭취를 줄이자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새삼 주목받고 있는 것이 과일·채소 음료다. 가공돼 시판되는, 식품첨가물이 혼합된 제품이 아닌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마시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녹즙. 과일이나 채소를 착즙(搾汁, 즙을 짬)하거나 갈아서 만드는 녹즙은 원하는 영양소와 취향에 따라 다양한 재료를 혼합해 만들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달고 자극적인 맛에 익숙한 이들의 경우 채소 원물에 맛을 들이기란 쉽지 않은 일. 이럴 때 과일과 섞어 녹즙을 만들어 마시면 훨씬 수월하게 천연 재료의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
◇ 탄산음료 대신 녹즙으로 건강한 식습관을
아이들의 입맛을 일찌감치 길들이기도 좋다. 과일 비중이 높은 녹즙부터 시작해 서서히 채소 비중을 높여가며 ‘건강한 쓴맛’에 익숙해지도록 유도하면 향후 가공 음료를 통한 과도한 당류 섭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녹즙은 입맛을 바꾸는 데 유용할 뿐만 아니라 영양적으로도 우수하다. 별다른 조리 과정 없이 원물 그대로를 쓰기 때문에 비타민과 효소 등 열에 약한 영양소가 파괴될 우려를 최소화했다. 녹즙을 만드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채소나 과일을 눌러 짜 만드는 착즙 방식과 갈아 만드는 분쇄 방식이다. 단 믹서기나 고속 블렌더를 사용해 녹즙을 만들 경우 자칫 영양소가 파괴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고속 블렌더를 이용한 분쇄 방식은 칼날이 빠르게 회전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공기가 유입돼 채소, 과일의 산화 현상이 일어나기 쉽다. 채소와 과일은 자르고 다듬는 과정에서 산소와 접촉하면서 변질되고 영양 성분의 파괴가 일어난다. 사과 등 깎아놓은 과일의 색깔이 변하는 걸 생각하면 쉽다. 유입된 공기 방울은 재료 안에 혼합돼 거품이 많아지고, 액은 가라앉고 부서진 재료 조각은 떠올라 층이 분리된다. 이렇게 층이 분리된 녹즙은 색깔은 물론이고 맛이 고르지 않아 식감이 떨어진다. 블렌더의 빠른 회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마찰열 또한 영양소를 파괴할 수 있다. 채소, 과일 속 천연 효소와 비타민 등의 영양소는 열에 약해 마찰열에 의해 파괴되기 쉽다. 마찰열 때문에 녹즙의 온도 또한 미지근해진다. 또 블렌더를 사용할 때는 채소, 과일 만으로는 녹즙을 만들 수 없어 물이나 얼음을 함께 넣기 때문에 농도가 묽어진다. 천천히 눌러 짜는 착즙 방식은 마찰열 발생이 덜하고 일부 착즙기의 경우 착즙되는 동안 공기가 유입되지 않아 채소, 과일의 산화 현상을 최소화했다. 착즙 방식의 녹즙은 갈아 만든 것과 달리 찌꺼기가 없어 목넘김이 수월한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Recipe - 당류 섭취 줄여주는 건강한 녹즙(1잔 기준)
■ 눈 건강을 돕는 ‘당사방’ 녹즙 - 당근 140g + 사과 128g + 방울토마토 113g
당근, 사과, 방울토마토로 만든 녹즙은 TV와 컴퓨터, 스마트폰 등에 노출돼 피로해진 눈 건강에 도움을 준다. β-카로틴(Beta-Carotene)과 비타민A가 풍부한 당근이 눈의 영양 공급과 시력 개선을 돕고, 방울토마토에 풍부한 라이코펜(Lycopene)과 사과의 구연산이 항산화, 소염 작용을 해 효과를 높인다.
■ 어린이 성장에 좋은 ‘청사파’ 녹즙 - 청경채 23g + 사과 46g + 파인애플 46g
청경채와 사과, 파인애플을 고루 섞은 녹즙은 달콤새콤한 맛으로 어린이들의 입맛에 잘 맞을 뿐만 아니라 고른 성장에도 도움을 준다. 파인애플엔 비타민B군이 다량 함유돼 있다. 비타민B군은 섭취한 탄수화물을 포도당으로 분해해 뇌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데 필수적인 성분이다. 뇌 기능에 도움 되는 건 물론이고 인체의 에너지 대사에 관여해 고른 성장에 꼭 필요한 영양소로 꼽힌다. 청경채와 사과에 풍부한 칼슘, 미네랄, 칼륨은 뼈 건강에 도움 된다.
■ 기관지 보호에 좋은 ‘콜사방’ 녹즙 - 콜리플라워 285g + 사과 183g + 방울토마토 155g
봄철 미세먼지와 황사에 시달린 기관지엔 콜리플라워, 사과, 방울토마토로 만든 녹즙이 제격이다. 방울토마토 속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라이코펜이 기관지의 산화와 염증을 막아준다. 여기에 비타민C가 풍부한 콜리플라워, 사과를 더해 면역력 증강과 상처 회복에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