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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건강 음식 ‘시래기’의 부활

호랭™ 2015. 12. 17.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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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건강 음식 ‘시래기’의 부활

 

KBS / 2015-12-17 11:03

 

‘저것은 맨 처음 어둔 땅을 뚫고 나온 잎들이다/…/ 마침내 사람들이 고갱이만을 택하고 난 뒤/ 제일 먼저 버림받은 것도 저들이다/ 그나마 오래오래 푸르른 날들을 지켜온 저들을/ 기억하는 손에 의해 거두어져 겨울을 나다가/ 사람들의 까다로운 입맛도 바닥나고 취향도 곤궁해졌을 때/ 잠시 옛날을 기억하게 할 짧은 허기를 메우기 위해/ 서리에 젖고 눈 맞아가며 견디고 있는 마지막 저 헌신.’

도종환 시인의 ‘시래기’라는 시의 일부입니다. 버려진 무청이 서리에 젖고 눈 맞아가며 시래기로 변신해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는 과정을 잘 그렸죠.

겨울 무의 무청을 잘라 그늘에서 말린 걸 시래기라고 합니다. 시래기는 원래 하찮은 음식입니다. 먹을 것이 귀했던 시절, 배를 곯을 수는 없으니 시래기에 쌀겨 등을 넣고 죽을 쒀서 허기를 달랬습니다. 일종의 구황 음식이었던 셈이죠.

윤종호 시인은 처마 밑에서 얼었다 녹았다, 바람에 몸을 맡겨 말라가는 시래기 다발이 먹거리로 변신하는 과정을 이렇게 그렸습니다.

‘곰삭은 흙벽에 매달려/찬바람에 물기 죄다 지우고/배배 말라 가면서/그저, 한겨울 따뜻한 죽 한 그릇 될 수 있다면’

시래기는 푸석하고 볼품없지만, 시래기죽으로 변신하면 소박한 영양식이 됩니다. 추운 겨울, 주위 사람들에게 따뜻한 시래기죽의 온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궁핍했던 시대의 먹거리였던 시래기는 먹을 것이 풍부해지면서 점차 기억에서 사라집니다. 그런데 이 시래기가 웰빙 시대를 맞아 다시 각광받고 있습니다. 열량 과잉으로 비만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건강식품으로 부활한 것입니다.

시래기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합니다. 건조 과정에서 시래기에 들어 있는 식이섬유는 서너 배 늘어납니다. 식이섬유는 소화효소로 분해되지 않아 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그대로 배설됩니다. 비타민 같은 영양분은 아닌 거죠. 하지만 식이섬유는 발암물질이나 독성물질을 흡착해 배출함으로써 대장암을 예방해줍니다.

또, 대변의 부피를 늘려 대장 연동운동을 자극해 변비를 줄여줍니다. 당분이 빨리 흡수되는 것을 막아 혈당도 낮춰주고 콜레스테롤도 떨어뜨립니다. 포만감을 일으켜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제격입니다. 현대인들에게 식이섬유는 그 어떤 영양소보다도 필요한 성분입니다. 겨울철에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부족하기 쉽죠. 시래기엔 감이나 귤보다 비타민C가 많고, 철분과 칼슘 등 미네랄도 풍부합니다. 살찔 걱정 없는 시래기, 겨울철 입맛과 함께 건강까지 챙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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