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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밀면’ 서울은 ‘비빔면’… 정착지 따라 변형돼

호랭™ 2016. 7. 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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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밀면’ 서울은 ‘비빔면’… 정착지 따라 변형돼

 

조선일보 / 2016-07-06 09:02

[박정배의 한식의 탄생] [47] 함흥냉면

 

 

차가운 면, 즉 냉면(冷麵)은 이제 평양냉면이 대세가 되어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함흥냉면도 뿌리가 깊고 견고하다. 함흥냉면이란 말은 1945년 이후 남한에 정착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만들어낸 신조어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1952년 부산을 촬영한 사진에는 함흥냉면이란 간판을 단 냉면집이 여럿 등장한다.

 

 

 

 

과거 함경도에서는 함흥냉면이라는 말 대신 주로 ‘국수’나 ‘농마국수’라 불렀다고 한다. 하지만 함경도에서도 냉면이라는 말은 사용했다. 일제강점기인 1940년 발간된 ‘원산상공인명록’을 보면 메밀로 만든 일본 국수는 ‘소바’, 평양냉면은 ‘조선소바’, 함경도식 국수는 ‘냉면’으로 구분해 일본어로 기록했다.

 

 

 

 

1948년 12월 5일자 한성일보 기사에 따르면, 20세기 중반까지 함경도 사람들은 간식으로 냉면을 먹거나 냉면 추렴하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같은 기사에는 ‘함경식 냉면’ 혹은 ‘북도식 냉면’이란 표현도 나온다. 1920년대 초반 함경도에서는 고구마나 감자 전분으로 국수를 말고 돼지고기를 얹은 국수가 대중적인 외식이었다.

 

 

 

 

요즘 ‘함흥냉면=비빔국수’란 공식은 남한에 정착하면서 생긴 문화다. 예나 지금이나 함경도에서 냉면은 대개 국물에 말아 먹었다. 냉면 꾸미로 가자미회를 얹으면 회국수, 돼지고기를 얹으면 육(肉)국수라고 불렀다.

 

 

 

 

함흥냉면이 남쪽에 가장 먼저 뿌리를 내린 곳은 강원도 속초였다. 1951년 함경도 실향민들이 고향과 가장 가까운 속초에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1950년대 중반 분단이 본격화되면서 함경도 사람들이 상권을 쥐고 있던 서울 중부시장 주변 오장동에 함흥냉면집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맵고 질기고 국물이 있던 함흥냉면은 세월이 흐르면서 국물은 사라지고 맛은 달고 순해지고 면발은 부드러워졌다. 부산에 정착한 함흥냉면은 현지의 소면 국수 문화와 결합해 밀면이 되었고, 일본 모리오카에서는 모리오카냉면(盛岡冷麵)으로 변했다. 서울의 맵고 자극적인 비빔면은 함흥냉면의 영향을 받았다. 함흥식 냉면은 변형을 통해 영역을 확장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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