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상도 교수의 식품 오디세이> 쌀과 밀, 더 좋은 음식은?
<하상도 교수의 식품 오디세이> 쌀과 밀, 더 좋은 음식은?
문화일보 / 2016-11-08 14:12
쌀이 좋다, 밀이 좋다! 과연 정답이 있을까?
전 세계 70억 인구의 절반은 쌀을, 나머지 반은 밀을 주식으로 한다. 과거 각자가 살던 나라의 토양과 기후에 적합한 곡물을 재배해 먹었던 것이 주식이 된 것이다.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탄수화물 공급원이었지 영양소가 풍부하고 몸에 좋은 생리활성물질이 많아 선택한 곡물이 아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세계 각지에 ‘식량벨트’가 존재했었다. 각자가 살던 지역에서 기후와 토양에 가장 맞는 곡식을 재배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식량생산에는 국경이 있지만 식탁에는 국경이 없다. 자본만 있으면 쌀, 밀 등 탄수화물과 고기를 얼마든 구매할 수 있다. 이런 연유로 현재의 인류는 ‘주식’의 개념이 많이 희석된 상태다.
쌀은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영양, 맛, 건강기여도 등 모든 면에서 가장 완벽한 탄수화물원이라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 사람들은 반대로 쌀을 비하하고 흠집 내는 데 혈안이 돼 있다. 미국 남부산 쌀에서 발암물질인 중금속 무기비소가 최대 8.7㎍(1회 섭취기준) 검출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게다가 미국의 컨슈머리포트는 쌀에 포함된 무기비소의 위험성을 자주 언급한다. “어린이에게는 쌀로 만든 시리얼과 파스타를 한 달에 두 번 이상 먹이지 말 것과 공복에 쌀로 만든 시리얼을 먹이지 말라”는 제한적 섭취 권고지침을 제시하기도 한다.
또 쌀을 주식으로 삼는 나라에서는 쌀을 신봉하지만 품종 간 텃새가 있다. 중국산 등 수입식품은 나쁘고 국내산, 로컬푸드만 좋다고 캠페인을 하는 것처럼, 쌀도 길쭉한 장립종인 인디카종, 소위 안남미는 나쁜 쌀, 우리의 차지고 짧은 단립종 쌀인 자포니카종은 좋은 쌀로 여긴다. 사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의 90%는 찰기가 없어 볶음밥을 만들어 먹기에 좋고, 달라붙지 않아 손으로 먹기에도 좋은 안남미를 선호한다. 차진 쌀은 우리나라를 위시한 일본, 중국, 대만 등 동아시아에서만 인기다.
밀가루는 6·25전쟁 후 쌀과 식량이 부족할 때 우리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수입된 제2의 식량이다. 그때는 밀가루에 익숙지 않은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밀의 영양학적 좋은 면을 부각시키며 분식을 장려했다.
그러나 최근 밀의 글루텐이 장내 염증이나 알레르기를 일으키고 밀가루를 비만의 주범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인류가 1만 년 동안 검증해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주식으로 애용하는 밀가루에 문제가 있다면 아마도 빵을 주식으로 하는 서구 사람들은 지금 모두 정상이 아닐 것이다.
밀가루와 안남미는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찬밥 신세가 돼 나쁜 음식으로 오해받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신토불이 사상과 전통에 대한 집착, 우리 농업보호정책 등이 원인이다. 정부와 생산자들이 나서서 다른 나라에서 온 것, 이익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모두 악(惡)으로 몰아붙여 누명을 씌우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음식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고, 모두 과용하면 독(毒)이 된다. 용도와 목적에 맞게 적절한 양과 방식으로 잘 사용하면 밀이고 쌀이고 모든 음식이 ‘좋은 음식, 착한 음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