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호박옷 입은 전, 그럴듯하네?
단호박옷 입은 전, 그럴듯하네?
조선일보 / 2017-01-25 03:07
[계란 없이 명절 전 부쳐보니] 강황 가루·치자도 대용으로 가능… 부침가루에 재료 10:1로 넣고 적당한 점도 되도록 물 섞어… 색감·맛 가장 비슷한 건 단호박
AI(조류인플루엔자) 여파로 달걀값이 폭등하면서 설 차례상에 올릴 전 부치기도 부담스럽다는 주부가 많다. ‘전 없는 명절이 될 것’이라는 우울한 농담까지 나올 정도. 그래도 전 없는 명절은 상상할 수 없다는 이들이 계란 없이 전 부치는 비법을 다양하게 개발해 인터넷에 올리면서 화제다.
전을 부칠 때 달걀 대용으로 쓸 수 있는 식재료로 추천되는 것은 단호박, 강황(카레) 가루, 치자, 부추, 고추장 등이다. CJ프레시웨이 김혜경 선임 셰프는 “달걀로 옷을 입혀 지졌을 때와 비교해 색감이 비슷하고 맛도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모양과 맛을 확인해보기 위해 실제로 이 재료들을 계란 대신 이용해 생선전(동태전)을 부쳐봤다. 부침가루에 각각의 재료를 약 10:1 비율로 섞은 다음 적당한 점도가 되도록 물을 섞어 튀김옷을 만들었다. 이를 생선살에 입혀 프라이팬에 지졌다.
색깔은 단호박과 강황으로 만든 전이 달걀로 만든 전과 가장 비슷했다. 치자는 그다음이었다. 잘게 다진 부추를 튀김옷에 섞어 만든 생선전은 초록빛 부추가 점점이 박혀 보기에는 좋았다. 하지만 맛이 생선전 같지 않았고, 마치 부추전에 생선이 들어간 듯했다.
고추장 섞은 튀김옷을 입혀 만든 생선전은 일단 붉은색이 낯설게 느껴졌다. 생선전이라기보다는 장떡(고추장을 푼 물에 밀가루를 넣어 부친 전병)에 가까웠다. 강한 향이 나는 강황과 치자, 부추, 고추장으로 만든 전은 제사상에 올리기도 어렵다. 제사상에 냄새가 심한 음식을 올리는 것이 금기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결국 달걀 대용품으로 가장 이상적인 재료는 단호박이었다. 곱게 으깬 단호박을 섞으니 튀김옷의 점도도 달걀물과 비슷했다. 소량을 사용해 단호박 단맛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달걀옷보다 훨씬 두꺼웠고, 쉽게 생선살에서 벗겨지는 것이 단점이었다.
설 상에는 떡국도 빠질 수 없다. 떡국에 흔히 올리는 달걀 지단은 무엇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김혜경 선임 셰프는 “버섯과 유부를 계란 대신 올리면 오히려 더 풍성한 맛과 색감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