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에 떠다니는 ‘표백제’… 미세먼지만큼 사나운 오존
공기에 떠다니는 ‘표백제’… 미세먼지만큼 사나운 오존
국민일보 / 2017-05-04 04:58
오존(O₃)은 산소 원자 3개가 결합된 분자다. 생물에게 반드시 필요한 산소 기체(O₂)와 다르게 오존은 유독물질이다. 광화학반응(빛에 의한 화학반응)으로 발생하는 탓에 일조량이 늘어날수록 기승을 부린다. 오존주의보가 봄부터 본격적으로 발효되는 이유다.
1. 오존은 무엇인가
독일 화학자 크리스티안 쇤바인은 1839년 산소 기체를 분리하면서 이상한 냄새를 맡았다. 전기로 불꽃을 일으킬 때 맡을 수 있는 냄새였다. 앞서 많은 과학자들이 같은 냄새를 맡았지만, 쇤바인은 여기서 오존을 발견했다. 쇤바인은 ‘냄새가 난다’는 의미의 그리스어(ὄζειν)를 활용해 이 물질의 이름을 지었다. 바로 ‘오존(Ozone)’이었다. 쇤바인은 30여년 지난 1867년 오존의 분자 공식 ‘O₃’를 확증했다. 오존은 상온에서 기체다. -112℃에서 액체, -193℃에서 고체로 바뀐다. 산소 기체보다 불안정해 쉽게 분해된다. 이때 발생하는 산소 원자가 주변의 다른 물질들을 산화한다. 오존의 이런 성질은 인간에게 살균제 표백제 탈취제를 선물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선물은 생명이다. 성층권의 오존층은 태양의 자외선을 흡수해 지상의 생물들을 보호한다.
2. 오존은 왜 위험한가
오존은 성층권에 있을 때 이롭지만 대류권, 즉 지표면의 대기에서 매우 해롭다. 강한 산화력 때문이다. 숨을 쉬면서 오존을 흡입하면 미량의 표백제를 코로 마신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준치 이상으로 발생한 오존은 피부와 호흡기를 직격해 세포를 죽인다. 천식, 급성인후염 등 호흡기 질환은 물론 두통과 시력저하를 유발한다. 심각한 경우 폐 기능을 저하하고, 노약자의 사망률을 높일 수 있다. 또 농작물 괴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미 발생한 오존을 생활용품으로 차단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오존은 대기오염의 또 다른 주범인 미세먼지와 다르다. 미세먼지(PM-10)는 입자 지름이 10㎛, 초미세먼지(PM-2.5)는 2.5㎛인 알갱이 형태다. 1㎛는 100만 분의 1m다. 공기청정기나 전용마스크를 사용하면 어느 정도 제거할 수 있다. 비에 씻겨 사라지기도 한다. 반면 오존은 상온에서 기체다. 필터를 아무리 촘촘하게 만들어도 기체 상태의 오존을 차단할 수 없다. 오존주의보가 발효되면 실외 활동을 줄이는 것이 최선이다.
3. 무시하고 넘겨선 안 될 오존주의보 3단계
미세먼지는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들의 주요 공약으로 등장할 만큼 최근 가장 많이 주목받는 환경 이슈다. 반면 오존에 대한 경계심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뿌연 하늘로 불쾌한 시각효과까지 유발하는 미세먼지와 다르게 오존은 푸른색 기체여서 육안 식별이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오존경보제를 3단계로 운영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발효한다. 오존의 시간당 농도가 0.12ppm일 때 오존주의보, 0.3ppm일 때 오존경보, 0.5ppm 이상이면 오존중대경보가 각각 내려진다. 1ppm은 100만분율의 농도 단위다. 1㎏당 1㎎, 또는 1t당 1g씩 나타나는 물질의 농도를 1ppm으로 표시한다. 오존주의보에서 1시간 이상 실외에 있으면 눈이 따갑거나 호흡기가 자극된다. 이 단계에서는 기침하거나 불쾌한 냄새를 맡을 수 있다. 호흡기 질환자, 5세 이하 어린이, 노인에겐 실내가 안전하다. 오존경보가 발효되면 소각시설 사용, 자동차 운행, 유치원 및 학교의 실외학습 자제가 요청된다. 오존중대경보는 가장 심각한 단계다. 실외에서 6시간 이상 활동하면 숨이 차거나 가슴이 답답해질 수 있다. 이 단계를 발령한 지자체는 소각시설 사용, 자동차 운행을 금지한다. 일조량이 가장 많은 여름에는 오존중대경보가 발효될 수 있다. 미세먼지처럼 실시간 농도를 확인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