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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의 한식의 탄생] 차가운 식초물에 닭고기… 개운한 여름 별식

호랭™ 2017. 7. 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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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배의 한식의 탄생] 차가운 식초물에 닭고기… 개운한 여름 별식


조선일보 / 2017-07-05 03:10




[64] 초계탕

삶아서 죽죽 찢은 닭과 각종 채소를 시원한 국물에 넣고 개운한 식초를 뿌려 먹는 초계탕(醋鷄湯)은 여름 별식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원래 닭과 식초를 기본으로 사용한 음식이었다. 초계법(楚鷄法), 초계법(炒鷄法)으로도 불렀다.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1766년)’에는 닭과 초를 기본으로 파를 넣어 만든 총계탕(葱雞湯)으로 나온다. ‘게일 한영자전(1911년판)’에는 ‘양파와 섞은 찬 치킨 수프’로 초계탕(草鷄湯)이 소개돼 있다. 평안도 명물로 알려진 북한식 초계탕은 녹두묵을 넣어 먹는 것이 특징이다.

초계탕은 궁중에서도 즐겨 먹었다. 1795년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園行乙卯整理儀軌)’에 등장하는 것을 시작으로 의궤에 총 7회, 궁중의 음식 이름을 적은 글발인 ‘궁중발기’에 총 6회 나온다.

‘초계탕의 시대적 변천 연구(2012년)’에 의하면 1930년대 이후 식초가 초계탕에서 사라지고 깻국이 새롭게 그 자리를 메웠다. 초계탕에 깻국이 사용된 것은 ‘우리나라 음식 만드는 법(1957년)’에 처음 나온다. “깻국을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준비해 놓았던 재료들(전복, 해삼, 달걀, 표고, 오이, 배)을 다 한데 넣고 영계 준비한 것을 넣고 살짝 섞어서 그릇에 담고 실백을 띄우고 얼음을 넣는다.”

일제강점기 말부터 쌀로 담근 전통 식초가 사라지고 빙초산 식초를 주로 사용하게 되면서 식초가 초계탕에서 빠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저렴하지만 신맛이 너무 강하고 인위적인 빙초산 식초는 우리 음식과 잘 어우러지지 않아 덜 사용하게 됐다.

1990년대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통 식초가 부활하자 초계탕에도 다시 식초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소화를 돕고 식욕을 돋우며 살균 작용이 있는 개운한 식초, 단백질이 풍부한 닭이 어우러진 시원한 초계탕은 여름 보양식으로 손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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