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四季] 풍부한 영양가·단백질… 임금님도 드시고 기운 차렸다네
[음식四季] 풍부한 영양가·단백질… 임금님도 드시고 기운 차렸다네
동아일보 / 2017-07-06 03:46
7월 민어… 먹을땐 지방이 적은 부위부터… 뱃살과 부레 특히 ‘진미’
평균 기온이 연일 30℃를 넘기며 7월의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가마솥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떨어진 체력을 되찾아 줄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바로 민어.
7월 초복과 중복을 앞에 두고 민어잡이가 한창이다. 민어는 조선시대 임금의 수라상에도 진상될 정도로 영양가와 단백질이 풍부한 특별 여름 보양식이다. 전남 신안군 임자도와 목포 인근 해역이 국내 대표 산지로 꼽힌다.
수온도 적당하고 갯벌 속의 풍부한 유기물이 민어의 훌륭한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 다른 생선과 다르게 암컷보다 수컷 가격이 평균 2~3배 높다. 눈으로도 성별을 구별할 수 있는데 비정상적으로 배가 부른 것은 암컷이다. 알을 그 정도로 많이 품고 있기 때문에 살이 늘어져 식감이 푸석하며 영양분 대부분이 알로 집중된다. 그에 비해 수컷은 언제 잡아도 쫄깃하고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부레의 크기도 수컷이 훨씬 크다. 비린 맛도 없어 냄새에 민감한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
최근 중국산 양식 민어가 국내로 많이 들어오는데 간단하게 구별하는 방법이 있다. 양식은 몸통 부분이 유난히 회색이나 검은색에 가깝게 어두운 편이고 자연산은 은은한 은빛을 띤다. 여름철 진객 중의 진객, 민어를 만나보자.
● 민어 더 맛있게 즐기는 법
민어는 크기가 크면 클수록 살이 차지고 맛있다. 수산시장에서 신선한 민어를 고르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대부분의 생선이 그러하듯 우선 아가미를 펼쳐봐야 한다. 새빨갈수록 신선한 것이지만 이물질이 껴있거나 냄새가 나면 오래됐거나 부패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니 피해야 한다. 그 뒤 눈알을 확인해야 한다. 눈알이 맑고 선명해야 하는데 산란을 시작하기 전 암컷은 영양분을 알에 뺏겨 눈알이 흐리멍덩하다. 마지막으로 몸통을 눌러봤을 때 돌덩이처럼 딱딱하고 탄성이 있어야 한다. 생선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육질이 물러지고 맛도 떨어진다.
민어는 머리부터 꼬리까지 버릴 것 없는 생선이다. 조금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팁이 있다면 지방이 적은 부위부터 먹는 것이 좋다.
‘민어를 잡으면 선주가 뱃살과 부레를 먹는다’, ‘민어가 천 냥이면 부레가 구백 냥’이라는 소리가 있다. 민어의 부레는 진미(眞味)다. 배를 가를 때 칼날을 너무 깊게 넣으면 내장을 터뜨리거나 상하게 할 수 있다. 우선 막을 제거한 뒤 썰어 먹으면 첫맛은 깊고 풍부하고 속은 쫀득쫀득하다. 기름장을 찍어 먹어도 좋다. 부레를 감싸고 있는 기름도 별미다.
단 두 점만 나오는 볼살은 고소해서 고추냉이를 따로 찍어 먹을 필요가 없다. 뼈 사이에 있는 사잇살은 생크림처럼 입에서 녹고, ‘바다의 삼겹살’ 뱃살은 아삭한 식감이 색다르다. 간은 신선한 민어에서 나온 것만 먹을 수 있다. 잡는 과정에서 민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쓸개가 터지고 간이 까맣게 돼 씁쓸한 맛이 나 탕으로도 쓸 수가 없다. 국으로도 끓여 먹지만 피가 슬쩍 나온 신선한 간은 생으로 썰어 먹어야 제맛이다. 지느러미살은 꼬들꼬들하며 턱살인 가마살은 연하고 차지다. 껍질은 살점이 붙지 않도록 분리한 뒤 따로 데쳐서 먹으면 씹을 필요도 없이 후루룩 넘어가는 별미 중 별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