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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솥밥, 대게 껍데기 육수 스며든 쌀알 살포시 삶은 살… 아, 살맛 난다

호랭™ 2018. 1. 1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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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솥밥, 대게 껍데기 육수 스며든 쌀알 살포시 삶은 살… 아, 살맛 난다


문화일보 / 2018-01-17 11:01




다리가 대나무 같다고 ‘대게’… 배 눌렀을때 물 적어야 꽉찬 것… 이맘때면 살이 단단하고 달아… 깨끗이 손질해 15분간 찌고… 껍데기·대파·다시마 넣고 육수… 센불 5분·중약불 6분·뜸 2분

추운 날씨 속에서도 뜨거운 생동감과 열기가 넘치는 곳이 바로 새벽 어시장이다. 어부, 상인, 경매인의 분주한 움직임 속에 치열한 삶의 열정이 느껴진다. 그들에게 동장군의 기세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듯하다. 얼마 전 가족과 함께 경북 영덕 강구항, 그 생생한 현장에 다녀왔다.

대게 제철이라 대게잡이 배가 들어오니 엄청난 양의 대게들이 시장 바닥을 가득 채우고 사람들은 정신없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잠에서 덜 깬 표정으로 따라나섰던 아이들은 처음 보는 새벽시장 광경에 이내 눈망울이 또렷해져 들뜬 표정으로 상기가 되었다.

온 가족이 대게 구경 삼매경에 빠져 있는데 한 경매인이 지나치면서 배 부분의 색깔이 짙을수록 살이 꽉 찬 맛있는 대게라며 잘 골라보라며 친절하게 조언을 해준다. 대게의 배를 눌러 보았을 때 ‘물이 많이 나오면 속이 차지 않은 놈’이니 잘 살펴봐야 한다는 당부까지 덧붙인다.

대게는 언뜻 ‘큰 게’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상은 ‘대나무 게’다. 곧게 뻗은 다리 모양이 마치 대나무 마디 같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그래서 옛 문헌에는 ‘대나무 죽(竹)’에 ‘게 해(蟹)’ 자를 써서 죽해(竹蟹)라고 기록돼 있다.

기술적으로 대게는 아직 양식이 불가능하다. 금어기(禁漁期)가 끝나는 초겨울부터 배를 타고 나가 그물로 잡는다. 그렇다고 아무 대게나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등딱지가 9㎝가 넘어야 잡을 수 있고, 9㎝ 미만 대게는 체장미달이라고 해 놓아주게 돼 있다. 무분별한 포획과 수산 자원 감소를 방지하고 보존하자는 차원이다. 크기는 수컷이 크고 암컷은 작은데, 암컷 역시 보존 차원에서 잡을 수가 없다. 이런 이유로 시중에 유통되는 대게는 대부분 수컷이다.

대게는 늦겨울과 이른 봄에 더 살이 단단하고 맛도 좋은데, 국내산 대게는 수입산에 비해 다리가 길고 곧으며 껍질이 더 말랑말랑하면서 부드럽다. 특히 등딱지에 흰 딱지가 없는 게 국산 대게일 확률이 높다. 대게 중에서도 껍질이 유독 두껍고 황금색이 도는 대게를 ‘박달대게’라고 부르는데, 대게 중에서도 최상품으로 거래된다. 박달대게는 특정 종의 이름이 아니라 박달나무처럼 속이 꽉 찬 대게를 일컫는 별칭이다.

새벽 강구항에서 만난 경매인의 조언에 따라 아이들이 저마다 맛있어 보이는 대게를 10마리 골랐다. 곧바로 주변 식당에 가서 대게를 쪄달라고 했다. 영덕에 가면 이렇게 어시장 근처 식당에서 저렴한 가격에 대게를 쪄주는 서비스를 한다. 테이블에 간단한 반찬류가 오르고 곧이어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푸짐한 대게찜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했다.

대게는 단백질이 많고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피부미용에 좋고 소화도 잘돼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부담 없는 건강식이다. 특히 필수 아미노산인 리신 성분은 뼈 성장을 촉진시켜주고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다. 콜레스테롤을 낮춰줘 동맥경화와 같이 혈관질환을 야기할 수 있는 성인병을 예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탕, 찜, 구이 등 다양한 요리법이 있지만, 대게는 쪄서 바로 발라먹는 게 제일 맛있는 것 같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대게를 먹고 난 후 껍데기가 너무 많이 남아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게 껍데기를 이용해 뭘 할 수 있을까 궁리를 하곤 했었는데, 오늘 소개하는 대게솥밥이 바로 껍데기까지 활용해 맛과 영양을 한층 더 끌어올린 요리다.

대게의 껍데기에는 키토산, 키틴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 성분들은 체내지방의 지방 축적을 방지해 주고 유해 콜레스테롤을 흡착해 체외로 배출시켜주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찐 대게는 맛있게 살을 발라 먹고, 이렇게 좋은 성분이 함유된 껍데기로는 육수를 뽑아 솥밥을 지어보자.

쌀알에 감칠맛 나는 대게 껍데기 육수가 스며들어 밥맛이 더 좋고 대게 껍데기 영양분도 섭취할 수 있어 더욱 건강한 한 끼가 된다. 무엇보다 작은 가마솥에 대게 껍데기 육수와 잘게 바른 대게 살을 넣고 지은 대게솥밥은 정성이 많이 들어가, 귀한 손님이 오셨을 때 대접하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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