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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춘은 빚기 까다로운데다 한번 주조할 때마다 얻을 수 있는 양이 적어 매우 고급술에 속한다.

 

 

“지난 해 마셨던 동정춘의 향내가 아직도 손에서 난다”

[입원십육지]에 수록된 동정춘방(洞庭春方)이란 주품을 만나게 된 것은 필자에게는 참으로 다행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불행한 일이기도 했다. 다행이란 생각은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전통주를 포기하지 않았던 끝에 이렇게 뛰어난 술도 만나게 되는구나, 라는 생각에서 연유하는 것이고 불행하다는 것은 동정춘 이후 앞으로는 그 어떤 방문에서도 이와 같은 술맛과 향기를 다시 경험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불길한 생각을 지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갖가지 방법과 요령을 동원하여 술빚기를 시도해 보았지만 기대 이하였다.

 

중국의 주선(酒仙)이라 불리울만큼 술을 좋아했고 특히 감정에도 능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동파 소식(東坡 蘇軾)의 시에서도 동정춘에 대한 감상은 단연 돋보인다 할 수 있다. “지난 해에 마셨던 동정춘(洞庭春)의 향내가 아직도 손에서 난다/금년의 동정춘은 옥빛처럼 술이 아닌 것만 같네/병 속의 향기는 방에 가득하고 술잔의 빛은 문창에 비친다/좋은 이름을 붙이고 싶을 뿐 술의 양은 묻고 싶지 않네/시를 낚는 갈고리라고도 하겠고 시름을 쓸어버리는 비라고도 하겠네/그대여!/그 잔에 넘실넘실하게 부어 나의 친구도 마시게 해다오.”

 

 

동정춘 빚기의 요령

동정춘방을 기록하고 있는 [임원십육지]와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의 방문을 빌면, “흰쌀 1되를 작말하여 구무떡(孔餠) 3개를 만들어 물 1사발의 물로 쪄낸 다음 식으면 누룩가루 1되와 어우러 밑술을 빚고 4일간 발효시킨다. 다시 찹쌀 1말을 고두밥지어 식혀서 먼저 빚어둔 밑술과 한데 버무려 독에 넣고 익거든 주조에 올리되 딴물과 쇠그릇을 대기하나니라.”고 나와있다.

 

위의 방문에서 생각할 수 있듯, 동정춘의 주조법은 어떻게 보면 매우 간단하면서 별다른 특징을 찾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동정춘의 비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밑술을 빚는 방법은 지금까지 목격하지 못했던, 개떡 형태의 술빚기이다. 그런데 밑술에 사용되는 물은 떡을 쪄낼 때 시루밑물 한 사발과 쌀가루를 익반죽할 때 사용되는 2홉 정도의 따뜻한 물 외에 별도의 양조용수가 사용되지 않는다. 또한 덧술에서도 찹쌀고두밥 외에 누룩이나 술 등의 다른 재료가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먼저 빚어 둔 밑술의 양이 1되 정도의 분량으로, 이 밑술 양을 가지고 덧술의 고두밥 1말을 버무려서 발효가 잘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동정춘은 그 어떠한 술보다 잘 치대어 주어야 한다. 또 밑술용 떡을 찔 때는 미리 물을 끓여두었다가 팔팔 끓는 물을 시루밑물로 사용하고, 반죽은 무르고 질게 얇게 만들어야 하며, 쪄낸 떡을 풀 때도 뜨거울 때 재빨리 멍우리 없이 해내야만 한다. 떡이 식어 풀어지지 않으면 1사발 내의 뜨거운 물을 쳐가면서 풀도록 하는 요령도 필요하다. 덧술을 버무릴 때는 밑술을 골고루 나눠 붓도록 하고, 힘껏 치대어 주되, 인절미처럼 늘어지지 않으면서 고두밥이 삭게 만들면 더욱 좋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요령을 터득하기까지 9말의 찹쌀이 필요했고, 동정춘을 빚으면서 신혼 때도 멀쩡했던 두 무릎이 두 번이나 벗겨졌다. 때문에 내겐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방문이다.

 

 

빚기 힘든 데다, 한 번에 얻을 수 있는 양도 적은 고급 술

동정춘이 문사들 사이에서 명주로 알려졌으면서도, 이 땅에서 꽃 피워보지 못하고 사라져버린 까닭은, 아마도 소동파가 “좋은 이름을 붙이고 싶을 뿐 술의 양은 묻고 싶지 않네” 라고 하여, 안타깝게 여겼던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술 빚는데 따른 정성과 노력은 물론이고, 술에 사용된 재료의 양에 비해 거기서 얻어지는 술의 양이 너무나 적다는 사실이다.

 

방문에서 보아 알 수 있듯 동정춘은 물이 거의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밑술 작업도 어렵거니와 덧술 빚기는 더욱 힘들다. 주재료로 사용되는 쌀의 양이 1말 1되인데, 쌀가루를 익반죽할 때 사용되는 물 이외에는 밑술에서나 덧술에서도 물이 사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재료의 혼합은 물론이고 발효과정에서도 세심한 관리와 정성이 요구된다. 동정춘은 술을 빚기 시작해서 다 익기까지 빨라야 4~6주 정도가 요구되는데, 여기서 얻어지는 술의 양이 청주 1.5L, 탁주 3.5L 정도에 그쳐, 너무 허망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따라서 동정춘은 그 어떤 술보다 빚기 힘든 데다, 양이 적으니 그만큼 비싼 술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동정춘 빚는 과정

1) 구멍떡 빚기

2) 완성된 구멍떡 3개

 

3) 구멍떡 찌기

4) 구멍떡 풀어서 식히기

 

5) 구멍떡에 누룩가루 섞기

6) 술밑 혼화하기

 

7) 술밑 안치기

8) 발효가 끝난 밑술

 

9) 식힌 고두밥에 밑술 섞기

10) 술밑 혼합하기

 

11) 술밑 안치기

12) 주발효가 끝나 숙성 중인 동정춘

 

 

 

 

박록담
시인, 한국전통주연구소장, 숙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

발행일  2012.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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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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