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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탕반(飯), 뽀얀 국물 야들야들 닭살… 지친 오장육부를 깨운다

호랭™ 2017. 7. 1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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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탕반(飯), 뽀얀 국물 야들야들 닭살… 지친 오장육부를 깨운다


문화일보 / 2017-07-12 11:01




기습적인 폭우가 연일 쏟아지는 장마 속에 무더운 여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여름철 몹시 더운 시기를 ‘삼복(三伏) 더위’라고 표현하는데, 삼복은 초복(初伏), 중복(中伏), 말복(末伏)을 통틀어 일컫는다.

우리 조상들은 삼복 날씨로 농사의 풍흉을 점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복날 농사와 관련된 이야기나 속담들이 많다. 삼복에 비가 오는 것을 ‘삼복비’라고 하는데, 전남지역에서는 복날 내리는 비를 ‘농사비’라 하며 학수고대했고, 부산 등 경남 지역에서도 복날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강원도에서는 복날 천둥이 치면 흉년이 든다고 여겼다. 또 대추나무는 삼복 즈음에 열매를 맺는데 이때 비가 오면 열매를 맺지 않는다고 하여 나온 속담이 ‘복날에 비가 오면 보은 처녀가 운다’는 것이다.

12일은 삼복 중 첫날인 초복이다. 예로부터 농사짓는 사람들은 1년 중 가장 무더운 복날의 날씨가 벼를 자라게 한다고 믿었다. 복날은 24절기에 해당되는 공식적인 절기는 아니지만 중요한 날로 생각하고 보양음식을 챙겨 먹는다. 더위에 지친 기력을 회복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한 선조들의 지혜와 풍습이 이어져 오는 것인데, 이날 보양음식을 하는 가게는 손님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만석을 이룬다.

어릴 적 내 고향 남해 우리 집에서도 초복이 되면 어머니께서 토종닭에 엄나무와 감초, 인삼, 밤, 마늘, 대추를 넣고 삼계탕을 끓여 주셨다. 땀을 뻘뻘 흘리며 정신없이 먹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두 손으로 닭 다리를 잡고 뼈에 붙은 부드러운 닭 살을 쪽쪽 빨아먹으며 진한 고기 국물까지 후루룩 들이켜고 나면 세상 부러울 것 없이 행복했다. 군대생활을 할 때에도 초복, 중복, 말복이면 꼭 삼계탕이 급식으로 나왔는데, 취사병들이 워낙 많은 양을 준비하다 보니 잘못 고르면 닭 다리 한쪽이 떨어져 나간 것을 먹어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지만 그런 날은 아이처럼 속상해했던 일도 삼계탕에 얽힌 추억으로 남았다.

우리가 여름에 뜨거운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은 그럴 만한 자연의 섭리가 숨어 있다. 기온이 올라가면 몸의 온도가 함께 올라가는 반면 체내 온도는 떨어진다. 그래서 여름에 차가운 음식은 오히려 몸에 좋지 않다고 하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 선조들은 여름철에도 따뜻한 음식을 즐겨 먹으며 무사히 여름을 이겨냈다. 그런데 의외로 삼계탕은 역사가 그리 오래된 음식이 아니다. 조선 시대 복날에 서민들은 주로 개고기를 이용한 영양탕을 먹었고 양반들은 쇠고기를 넣은 육개장을 즐겨 먹었다. 다만 삼계탕의 원형으로 추측되는 닭백숙은 조선 시대에도 존재했다.

삼계탕은 일제강점기에 부잣집에서 닭백숙이나 닭국에 백삼가루를 넣어 만들면서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1940년대 후반 이것을 식당에서 팔기 시작했고, 1950년대 전후로 계삼탕(鷄蔘湯)이라는 독립된 요리로 정착됐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인삼가루를 사용했으나 1960년대 냉장고가 대량 보급되고 인삼의 유통과 보관이 용이해지면서 말린 인삼을 넣었고, 닭 외에 인삼의 비중이 커지면서 이름도 삼계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제는 명실상부한 복날 대표 보양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삼계탕의 닭고기는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 함량은 낮아 소화 흡수가 잘된다. 동의보감에 의하면 ‘닭고기는 성질이 따뜻하고 달아서 오장육부를 안정시키고 몸을 따뜻하게 한다’고 한다.

삼계탕은 맛과 영양은 풍부한데 예의와 격식을 차려야 하는 어려운 자리에서는 사실 편하게 먹기 쉽지 않다. 오늘 소개하는 삼계탕반(飯)은 닭을 손질해 한 번 데쳐 내고 푹 끓여 뼈를 제거한 뒤 찹쌀밥과 함께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한 여름철 이색 보양식이다. 예전에 호텔에서 근무할 때 외국 고객분들을 배려해 닭 뼈를 제거하고 닭의 배 안에 재료를 넣고 끓여 작은 소반에 한상차림으로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삼계탕을 약간 변형한 여름철 보양식 삼계탕반으로 올여름 가족의 건강과 추억을 만들어 보길 권한다.

삼계탕반
재료: 닭 ½마리, 양파 ¼개, 황기 5g, 생강 5g, 마늘 5개, 찹쌀 1컵, 멥쌀 ½컵, 밤 3알, 은행 9알, 마늘 2개, 대추 3개, 인삼 2뿌리, 대파 20g, 소금
1. 닭은 찬물에 담가 제거되지 않은 잔털을 제거하고 핏물을 뺀 후, 양파를 넣고 끓인 물에 데친 다음 찬물에 헹궈 준다.
2. 물 10컵 가량에 황기, 편으로 썬 생강, 마늘을 넣고 닭을 40분 정도 익힌 뒤 살을 발라내고, 다시 뼈를 넣고 끓여 육수를 내어 체에 거른다.
3. 밤, 마늘, 대추, 인삼은 깍둑썰기해 쌀과 합하고, 여기에 닭 육수를 붓고 소금(½ts)으로 간을 해 밥을 짓는다.
4. 나머지 육수에 소금과 후추로 간한 다음 찢어둔 닭 살과 둥글고 잘게 썬 파를 넣어 한소끔 끓여 준다.
5. 완성된 밥을 담고 육수를 부어 낸다.

조리 Tip
1. 닭은 뼈 사이사이에 있는 피와 이물질을 제거해야 닭 냄새가 나지 않는다.
2. 닭은 하루 지나면 냄새가 심해지므로 바로 만들어 먹어야 한다.
3. 닭발을 하루 불린 후 껍질을 제거하고 육수를 뽑아서 함께 끓여도 좋다.
4. 삼계탕에 녹두를 넣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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