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창의 아는 만큼 맛있다> 단서는 종모양 배딱지… 통통한 암게, 게 섰거라
<서현창의 아는 만큼 맛있다> 단서는 종모양 배딱지… 통통한 암게, 게 섰거라
문화일보 / 2018-05-16 11:31
봄에는 암게, 가을에는 수게… 수게 배는 좁고 높은 탑 모양… 크기 같아도 무거운 것 골라야… 요즘 충남 서천·서산産 최고… 6월 21일전 산지 가면 싸게 사… 연평도산, 간장게장 하기에 딱… 냉동 고를땐 표면 변질 살펴야… 큰 것 꽃게찜으로 먹는게 제일… 작은 것은 꽃게탕·튀김으로
꽃게는 수심 20∼30m 모래밭이나 진흙 속에 서식하는데, 서해안은 꽃게 서식과 산란에 좋은 낙원이다. 꽃게는 한 마리가 한 번에 100만 개 이상의 알을 낳아 번식력이 뛰어나다. 알이 부화한 지 6개월이면 등딱지 가로 폭이 10㎝ 정도 된다. 2년이 되면 15㎝ 이상 커지고, 이후 20㎝ 이상 커지기도 한다.
꽃게는 언제 먹으면 좋을까? 봄에는 역시 암게다. 꽃게는 3월 말부터 수온이 높아지면 먹이를 찾아 따뜻한 연안으로 이동한다. 4월부터는 산란을 위해 더 얕은 바다로 오는데 알을 품은 암게는 조개, 갯지렁이, 새우 같은 먹이를 먹으며 점점 살을 찌운다. 본격적인 산란기 6∼7월이 다가오면 알과 살이 통통해져 상품성 높은 암게가 된다.
10월까지 산란기가 계속되는데 6월 21일부터 8월 20일까지, 연평도 일대 해역은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산란기 꽃게잡이를 금하고 있다. 금어기만 알아도 산지에서 헛걸음할 일은 없다. 6월 21일 전에 산지에 가자. 산지에 갈 수 없다면 산지 직송 꽃게를 찾아보자. 5∼6월과 10∼11월에 많이 잡히는데, 가을 생산량이 가장 많아 가을 꽃게 가격이 제일 싸다. 월동을 앞두고 먹이를 많이 먹어 수게가 살을 꽉 채우는 시기이므로, 가을에는 살이 가득한 수게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산란을 마친 암게는 탈피를 하고 살도 덜 차 있다. 겨울이 다가오면 암게도 알과 살을 채우고 깊은 바다로 빠르게 이동하며 다음 해를 기약한다.
꽃게의 주산지는 인천과 충남이다. 2010년대 전체 생산량은 충남 꽃게가 인천 꽃게와 거의 비슷해지고 있다. 농협유통 양재 하나로클럽 수산신선팀 김종태 팀장은 “서양 사람 눈에 우리나라, 중국, 일본 사람이 서로 구별되지 않듯이, 같은 서해안에서 잡히는 꽃게라도 일반인들은 인천, 충남, 진도 꽃게의 차이를 쉽게 알지 못한다”며 “품질을 구성하는 살과 맛에서 전문가들이 볼 때 각각 다른 특징이 있다”고 한다. 그는 “충남 꽃게에 가장 좋은 점수를 매기고 싶다”고 덧붙인다.
그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본다. 요즘 나온 꽃게 중 충남 서천 및 서산 등의 꽃게를 최고로 친다는 김 팀장은 서천 꽃게는 알과 살이 잘 발달해 있어 품질이 우수하다고 한다. 같은 지역이라도 시기별, 개체별 품질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잘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다른 수산물도 마찬가지지만 어획량이 가장 많은 시기가 제철이고 이 시기 상품이 개체 간 품질 차도 작아 상품성이 균일하고, 우수하여 상품 구매시, 실패 확률이 낮다고 한다.
꽃게 생산량은 변동 폭이 큰데 2004년과 2005년에는 거의 잡히지 않았다고 봐도 될 정도로 매우 적었다. 최근 5년과 그 이전 5년간을 비교할 때 붉은 대게 생산량은 늘었지만, 꽃게와 대게는 ¼ 정도로 어획량이 줄었다. 어떤 꽃게를 고르면 가장 좋을까? 먼저 암수 구별법부터 보자. 수게는 배딱지 부분이 탑 모양으로 좁고 높이 솟아 있다. 암게는 종 모양으로 둥글고 넓다. 간혹 삼각형도 있는데 아직 어린 꽃게에게서 볼 수 있고 자라면서 제 모양을 갖춘다. 좋은 꽃게는 살이 가득 들어 있어야 한다. 살이 가득 차 있으면 단단하고 묵직하다. 그래서 크기가 같아도 더 무거운 것을 고르는 것이 포인트.
게는 수조에 오래 두면 살이 빠지기 때문에 당일 잡은 싱싱하고 살아 움직이는 꽃게를 구입하는 것이 가장 좋다. 꽃게가 죽으면 자기소화효소에 의해 근육 단백질이 분해된다. 또, 미생물 번식으로 부패하기 때문에 살아 있는 꽃게가 우선순위다. 유통 중 톱밥에 꽃게를 보관하기도 하는데 꽃게가 모래밭에서 겨울잠을 자듯이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며 몇 날 며칠을 살아 있게 한다. 6월 금어기부터는 냉동 꽃게를 구입해야 한다. 냉동 꽃게는 외국산이 많은데 중국산이 가장 많고 중동의 바레인에서도 온다. 절단한 상태로 들어와 짬뽕이나 꽃게탕에 들어가기도 한다.
냉동 꽃게를 고를 때는 오랜 냉동으로 인한 변질이 없는지 먼저 살펴본다. 냉동 기술이 좋아져 문제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외국산은 오랜 기간 냉동 상태를 유지하다 보면 이화학적 변화뿐만 아니라 식품 조직이 손상되는 냉동 변성이 일어난다. 얼음 결정이 커지고 조직감이 변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철 꽃게를 맛볼 수 있게 된 것은 냉동 기술의 발달 덕이 크다. 과거 1970년대 이전에는 서해안에 꽃게가 지천이어도 냉장·냉동이 쉽지 않아 상해서 버려지는 것이 많았다고 한다. 육상 교통도 좋지 않던 시절이었다. 이때 냉동 시설을 갖춘 일본의 배가 꽃게 어장 근처에 닻을 내리고 우리 어선이 잡은 암게만 사들였다고 한다.
크기가 큰 꽃게는 꽃게찜으로 그냥 쪄먹으면 좋다. 속이 단단하고 큰 꽃게는 단맛이 나는데 그 맛을 즐기는 꽃게찜에는 큰 것이 좋기 때문이다. 크지 않은 것은 꽃게탕이나 튀김을 한다. 튀김을 할 때는 살이 많은 수게가 더 좋다.
횟집 어랑 김정만 대표는 “바닷물이 차고 조류의 흐름이 빠른 연평도 지역 꽃게는 살이 단단해서 간장게장을 하기 좋다”고 한다. 활게로 담는 간장게장은 빨리 먹을 때 쓰면 좋고, 냉동 꽃게로 담는 간장게장은 양념 속에서 해동되며 먹기 좋은 상태로 양념이 배고 게살이 빠지지 않게 유지되므로 식감이 좋다고 한다. 게 성분은 단백질이 15%로 수분 다음으로 가장 많다. 간장게장을 하면 당 함량이 높아지고 유리 아미노산 함량이 높아져 맛이 좋다.
르뱅아뜰리에 강현욱 셰프는 소래포구에서 어물전을 운영한 어머니의 간장게장을 최고의 음식으로 친다. 간단하지만 외아들을 위해 정성을 가득 담았을 간장게장 레시피를 소개한다.
①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한 꽃게를 배 부분을 위로 해 통에 넣는다.
② 짠맛이 가실 정도로 설탕을 녹인 간장을 꽃게가 들어 있는 통에 부어 냉장고에서 24시간 숙성한다.
③ 간장만 냄비에 따라내 끓여준 후 식힌다.
④ 간장을 통에 다시 부어주고 청양고추, 마늘, 양파를 넣는다.
⑤ 다시 냉장고에서 24시간 숙성한 후 먹는다.
⑥ 간장게장을 오래 두고 먹을 경우 소분해 냉동 보관하고, 먹기 두 시간 전 꺼내어 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