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자, 제 3의 생식세포

포자란 양치식물, 선태식물, 조류(藻類), 균류 등이 만들어내는 생식세포를 말한다. 사실 포(胞, 태주머니)에 둘러싸인 종자란 뜻의 한자어보다 ‘홀씨’라는 우리말이 ‘홀로 번식이 가능한 씨앗을 만들어낸다’는 이들의 특징을 더 잘 나타내는 말로 보인다.
포자, 즉 홀씨란 앞서 말한 생물군들이 만들어내는 무성적 생식세포로, 다른 생식세포와 더해지는 일 없이 그 자체로 자라나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내는 존재를 말한다. 앞서 말한 개미나 벌, 파충류가 난자와 정자라는 양성의 생식세포를 모두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난자만을 이용해 번식하는 것과는 달리, 포자는 애초에 성적인 구분이 없는 무성적 존재라는 점에서 구별된다. 일반적으로 생식세포들은 감수분열을 통해 체세포의 염색체 수의 절반만을 가진 단수체(n)로 만들어지며, 이렇게 만들어진 생식세포들 중 서로 다른 두 종류가 만나 접합자(Zygote)를 형성하며 다시 배수체(2n)로 되돌아가는 방식으로 번식한다. 그런데 포자는 접합자를 형성하지 않고서도 성체로 발생하는 것이 가능하다. 포자는 난자나 정자가 아니라, 다른 종류의 생식세포이다. 애초에 짝 없이 만들어지고 홀로 번식하는 점에서는 최강의 ‘모태 솔로’이자 꿋꿋한 솔로부대원의 표상과 같은 존재인 것이다.
포자 번식의 대표 사례 : 고사리

포자가 제3의 생식세포라는 것은 고사리의 번식 과정을 보면 이해가 쉽다. 우리가 흔히 나물로 즐겨먹는 고사리는 양치식물의 일종으로 번식 과정에서 난자와 정자, 그리고 포자를 모두 사용하는 생명체로 알려져 있다. 우리가 나물로 먹는 고사리는 아직 잎이 피기 전의 어린 고사리로, 더 자라면 길쭉한 줄기 끝에 돌돌 말린 잎이 펴지며 60~100㎝까지 자란다. 고사리는 성장하면 잎의 가장자리가 뒤로 말리면서 포자가 든 갈색의 포자낭이 만들어지는데, 이 속에 반수체(2n)의 포자가 들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포자낭이 열리면 여기서 나온 포자들이 다시 발아해 역시 반수체인 고사리 전엽체를 만들어낸다. 흥미로운 사실은 포자 자체는 무성(無性)적인 존재이지만, 포자에서 발아한 전엽체는 유성적인 존재라는 사실이다. 전엽체에서는 정자를 만들어내는 장정기(Antheridium)와 난자를 만들어내는 장란기(Archegonium)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장정기에서 만들어진 정자는 물을 타고 장란기로 이동해 난자와 결합하여 배수체(2n)를 형성한다. 양치식물이나 선태식물이 습기가 있는 곳을 선호하는 것은 이 때문이기도 하다. 장정기에서 만들어진 정자가 장란기로 옮겨가기 위해서는 그 길목에 수분이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자와 난자를 맺어주고는 할 일을 다한 전엽체가 시든 자리에 새로이 만들어진 배수체가 자라 고사리의 몸체를 형성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