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형질을 계통수 제작에 활용

최근에는 분자생물학의 발전에 따라 유전자의 DNA 염기서열 등 분자 형질을 계통수 제작에 널리 활용하고 있다. 생물종의 분화에 따라 조금씩 변해가고 있는 DNA 염기서열은 형질상태(A, C, G, T)가 명확할 뿐만 아니라 형태가 매우 다른 생물 간에도 비교 분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물의 계통을 추적하기에 매우 유용한 형질로 평가되고 있다. DNA 염기서열을 중심으로 한 분자 형질을 이용하여 생물의 계통을 연구하는 분야를 분자계통학(molecular systematics)라고 하며 이는 전체 생물의 분류체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생물 분류체계의 변화

생물학의 발전에 따라 생물분류 체계에도 변화가 뒤따랐다. 고대부터 생물은 식물과 동물로 분류되어 왔는데, 17세기 후반 현미경이 발명됨에 따라 동물과 식물 어디에도 포함시킬 수 없는 단세포 생물이 있다는 것이 알려졌으며, 이후 이들은 원생생물계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현미경의 발달, 특히 전자현미경의 등장으로 세포를 보다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대부분의 생물은 막으로 둘러싸인 세포핵을 가지고 있으나 일부 단세포 생물에는 세포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중요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로써 막으로 둘러싸인 세포핵이 없는 생물로 이루어진 네 번째 계(界), 원핵생물계가 탄생하게 되었다.
1969년 미국 코넬대학의 휘태커(Robert Harding Whittaker, 1920–1980)는 그동안 식물계에 포함되어 있던 곰팡이 무리를 분리하여 균계로 독립시키면서 새로운 분류체계를 주창하였다. 생태학자로서 생물의 분류에서 영양방식을 강조한 그는 몸 밖으로 효소를 분비하여 사체 등을 분해한 후 이를 흡수하여 살아가는 곰팡이 무리가 광합성을 통해 유기양분을 스스로 생산하는 식물과 동일한 계에 포함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체 생물을 원핵생물계, 원생생물계, 동물계, 균계, 그리고 식물계로 분류한 그의 5계 분류체계는 이후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졌다.
현재는 3역 6계로 분류

한편 1977년 미국 일리노이대학의 우즈(Carl Woese, 1928~) 등은 16S 리보솜 RNA 염기서열을 분석하여 원핵생물계가 사실상 매우 이질적인 두 개의 무리로 이루어졌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또한 계속된 분자계통 연구를 통해 1990년에는 생물 분류계급의 최상위 계급으로 역(域, Domain)을 제안하면서 생물을 세균역(세균계 포함), 고세균역(고세균계 포함), 그리고 진핵생물역(원생생물계, 동물계, 균계, 식물계 포함)으로 분류하였다. 이 3역 분류체계는 이른바 ‘원핵생물’이 서로 매우 다른 두 무리인 세균역과 고세균역으로 분류될 뿐만 아니라 이중 고세균역은 같은 원핵생물인 세균역보다 진핵생물역과 더 깊은 계통 유연관계를 보인다는 것, 즉 계통수에서 같은 가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