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화전과 나물을 안주로 곁들이는 진달래술, 두견주
우리 풍속에 ‘꽃놀이’ 또는 ‘화류놀이’라는 게 있다. 춘 3월에 남녀노소가 날과 장소를 골라 하루를 즐겨 노는 놀이로, 제각기 좋아하는 음식을 장만하여 약속한 장소에 와서 서로 나누어 먹으며 즐기는데, 성인은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시며, 부녀자들은 꽃잎을 따서 화전을 부치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꽃노래를 부르면서 꽃피는 봄날의 하루를 즐긴다. 놀이가 끝날 즈음, 소년소녀들은 진달래꽃을 꺾어 꽃방망이를 만들어 어깨에 둘러메고 꽃노래를 부르며 마을로 돌아온다. 이 화류놀이의 중심에 진달래꽃이 있었다. 우리 조상들이 진달래를 좋아하게 된 이유로, 민속학자 김열규 교수는 “진달래의 속성은 봄의 시작을 알려주는 꽃이라는데 있다. 때문에 강한 생명력과 치열한 생명력을 수반한 봄기운의 상징과 함께 죽음의 상징인 겨울을 이기고 살아남은 거듭살이의 힘을 상징한다. 특히 일제의 식민통치하 같은 상황에서는 진달래의 이 같은 원형적 상징이 증폭된다. 따라서 진달래는 겨레의 집단적인 봄 신명 자체의 상징으로 원형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방방곡곡의 야산은 물론이고 심심산천을 온통 연분홍으로 꽃물을 들이는 꽃이 봄의 진달래꽃이라면, 이 땅에 사는 우리 겨레의 가슴에 연분홍의 꽃물을 들이던 술이 진달래술이다. 두견주는 진달래가 들어가는 절식 가운데 으뜸으로, 진달래화전과 나물을 안주로 곁들이면 그만한 멋과 풍류가 없다. 진달래꽃은 전국의 산야 어디에서나 피는 까닭에 그 채취가 용이하였으므로, 진달래꽃을 이용한 술은 신분의 구별 없이 가장 널리 빚어 마셨던 가장 대표적인 ‘봄철 술’이었다. 특히 진달래술은 향기뿐만 아니라, 혈액순환개선과 혈압강하, 피로회복, 천식, 여성의 허리냉증 등에 약효가 인정되어, 약용주로서의 역할도 겸하였으므로, 봄철이면 농가와 특히 가난한 선비집안의 아녀자들은 진달래술을 빚기 위해 꽃을 따느라 분주하였다. 진달래술을 마련하여 두면, 약효에 따른 질병치료와 함께 계절변화와 풍류를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두견주는 고려시대 때부터 대표적인 계절주이자 세시주로 자리잡았다. 고려시대의 대표적인 술로, 상용(常用) 약주에 ‘청주’, ‘유하주’, ‘방문주’, ‘동동주’, ‘녹파주’가 있고, 특수 고급약주로 ‘춘주’, ‘천일주’, ‘신라주’와 향양주(香釀酒)로 ‘송주’, ‘국화주’, ‘포도주’, ‘두견주’를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진달래술은 고려의 개국공신 복지겸과 그의 딸 영랑에 관한 전설이 깃든 충남의 당진이 명산지로 알려져 있으나, 실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 받아왔던 세시주이자 가향주로써, 전래과정에서 지방에 따라 가전비법에 따라 술 빚는 법에서 약간씩 차이가 있다. 예컨데 민간의 전승주이자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면천지방의 두견주는 그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 두 번에 걸쳐 찹쌀로 고두밥을 짓고 식혀서 누룩과 물을 섞어 술을 빚는데, 덧술을 할 때에 진달래꽃을 함께 버무려 넣고, 술을 안친 다음에 맨 위에 진달래꽃으로 덮어두는 제조방법으로 이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