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많은 노인과 어린 아이들의 간식, 혹은 사돈댁 인사음식으로 사용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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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0여년 전에 이화주를 가양주로 빚어오고 있는 영주지방의 무안박씨 가문과 안동지방의 안동김씨, 문화류씨 가문에 대한 이화주 조사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은, 과거에는 이화주가 나이 많은 노인과 갓 젖을 뗀 어린 아이들의 간식으로 곧잘 이용되었고, 부유층이나 사대부가에서는 출가할 자녀의 혼사에 사돈댁 인사음식으로 장만해가는 것이 풍습이었다는 것이다.
안동김씨 가문에 전해오는 이화주(가루술)에 대한 얘기로, “옛부터 넉넉한 집안에서나 빚어 노부모 봉양에 사용하는 술이었다. 또 출가한 딸이 친정에 오면 딸에게 만들어 주어 사돈집에 보내는 인사음식으로 쓰는 등 귀한 술이었다. 쌀로만 만들기 때문에 영양식으로 남녀노소 불문하고 즐겨 마셨으며, 더울 때와 배고플 때 갈증해소와 허기를 달래주는 청량음료로 즐겼다. 술을 전혀 못하는 사람이나 여인네들도 취기를 조금 느낄 정도여서 다들 애음했다.”면서, “이화주는 배꽃이 필 때 빚는 술인데, 특히 한여름에 더위를 탈 때 냉수나 얼음물에 풀어서 한잔 들이키고 나면 갈증이 말끔하게 씻기는 까닭에 집안 어른들이 즐긴 술인데 반하여, 젖을 뗀 어린 아이가 배고파 할 때는 젖 대신 간식으로 이 이화주를 떠먹였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팔자 좋은, 귀한 집 자식들은 젖 뗄 무렵부터 어머니에게서 술 마시는 일부터 배운 셈이구나’하는 우스운 생각과 함께, 이화주보다 훌륭한 영양간식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화주가 요쿠르트 보다 훨씬 더 훌륭한 전통 발효식품이라는 사실이 국내 학자들의 연구 결과로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 영주전문대학 가정학과 김정옥 교수는 [전통 이화주의 주조와 그 품질에 관한 연구]란 박사학위 논문에서 ‘“20일간 주조된 이화주의 수분 함량은 47.01%, 잔당 28.07% 글루코스 29.09%였으며, 1년간 숙성된 이화주에도 글루코스가 17.43% 함유되었다. 무기질 중 Ca, Mg, K 및 Na이 다량 함유되었고(0.7-33mg%), Mn, Fe, Zn, Cu, Cr 및 Pb이 미량(0.12-35ppm) 함유되었다. 총 아미노산은 담금 직후가 4.23%, 담금 100일 후에는 4.55%이었고, 아스파르트산 등 17종의 아미노산이 정량되었으며, 주조 중 메티오닌(methionine)과 타이로신(tyrosine)이 현저하게 증가하였다.”면서, “숙성 1년 된 이화주는 풍미와 전반적 기호성이 가장 높게 평가되었으며, 저장성에 있어서도 가열처리나 보존제의 첨가없이 장기 저장이 가능할 뿐 아니라, 저장 후에도 아밀라아제(amylase)의 활성도가 상당히 높아서 소화를 촉진할 수도 있는 저알코올성 전통주로써 개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발표, 학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화주가 건강주로 인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맥이 끊긴 데에는, 앞서 기록에서 보았듯 누룩을 쌀로 빚는데다 물을 넣지 않는 까닭에 술을 빚기가 힘든데 반해, 알코올 도수가 낮아 막걸리보다도 취기가 오르지 않아 서민들의 기호를 충족시키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탁주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밀누룩에 가급적 적은 양의 쌀로 빚는 경제적인 술을 가리키는데, 대부분이 물을 많이 타서 양을 늘려 막걸리로 마셨던 까닭에 이화주처럼 누룩까지 쌀로 빚은 술은 값이 비싸고, 술빚는 방법에서 차이를 보여 고급탁주로 분류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서민층에선 엄두도 내지 못하였을 것이고, 사대부나 부유층이 아니면, 비경제적인 술이란 생각을 갖게 된 것이 이화주가 일반화되지 못하고 맥이 끊어진 이유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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