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덕 셰프의 사계절 건강 밥상> 두릅콩국, 콩가루 버무린 두릅… 고소·담백·시원 ‘3味’
문화일보 / 2017-04-26 11:41
20일은 봄의 마지막 절기인 곡우다. 곡우에는 ‘봄비가 모든 곡물을 잠에서 깨운다’고 한다. 절기상으로도 봄이 최고조에 달하는 때다. 봄나물도 지천이다. 냉이, 미나리, 취나물, 달래, 두릅을 비롯해 쑥, 봄동, 곤드레, 씀바귀, 원추리, 곰취, 참취, 참나물, 돌나물, 세발나물, 방풍나물 등 각종 봄나물이 시장 좌판에 등장한다.
어릴 때 저녁상에 나물 반찬이 올라오면 밥에 비벼 한 그릇 싹싹 비웠는데, 어머니는 흐뭇하게 바라보며 ‘봄나물은 보약’이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실제로 나물은 기본적으로 비타민, 칼슘 등 무기질이 많고 단백질, 철분, 식이섬유가 풍부해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이 계절이 가기 전에 꼭 먹어보길 권하는 봄나물 중 하나가 두릅이다. 나물 중에서 유일하게 가시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두릅은 ‘나물의 제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맛과 효능이 뛰어나다. 주로 한국, 중국, 일본에 분포돼 있어 서양인들에게는 낯선 식재료다.
두릅은 향이 독특하다. 이 향은 두릅의 정유(精油) 성분이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한다. 식물 체내에서 생성되는 이 정유는 위장 운동을 도와 소화 흡수 작용을 왕성하게 하고 식욕을 돋우며 위궤양 개선에 효과를 보인다. 두릅은 다른 채소에 비해 단백질이 풍부하고 섬유질, 무기질과 비타민도 많다. 인삼의 핵심 성분 중 하나인 사포닌도 들어 있다. 인삼이나 오갈피 등의 약재도 모두 두릅나뭇과에 속한다고 하니, 두릅의 효능에 대해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을 듯하다.
얼마 전 아내, 아이들과 함께 전통시장에 다녀왔다. 여기저기 두릅이 눈에 많이 띄었다. 예전에 경남 산청 금수암(錦繡庵) 주변에서 본 야생 두릅이 생각났다. 지리산 자락에 호젓하게 자리 잡은 암자에서 아내와 머물며 대안스님으로부터 사찰음식을 배울 때였다. 암자 근처에서 두릅을 채취하다가 날카로운 가시에 찔려 며칠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두릅은 크게 땅두릅과 나무두릅으로 구분한다. 땅두릅은 4∼5월에 돋아나는 새순을 땅에서 파서 잘라낸 것이고, 나무두릅은 나뭇가지 위에 자라는 새순을 말한다. 그래서 두릅을 ‘나무의 머리 채소’라는 뜻으로 ‘목두채(木頭菜)’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마트에서 보는 두릅은 대개 땅두릅이다. 내가 가시에 찔렸던 두릅은 나무두릅이었는데, 절에 가져와 데쳐서 초장에 찍어 먹으니 미식가들이 왜 두릅을 ‘봄의 제왕’이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씹히는 맛은 물론 입안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향이 봄 자체를 먹는 느낌이었다.
사찰음식을 배우던 중이라 문득 호기심과 궁금증이 일었다. “스님, 두릅으로 절에서 다르게 요리하는 방법이 있는지요?” 그러자 스님이 생(生)콩가루를 갖고 오셨다. 두릅과 생콩가루를 이용한 음식 만드는 법을 배우는 순간이었다. 그 음식이 바로 이번에 소개할 두릅콩국이다.
스님은 우선 말린 표고버섯과 말린 다시마로 육수를 만드셨다. 육수를 뽑고 남은 버섯은 다시 채를 썰어 국에 넣었다. 사찰음식을 배우는 동안 항상 음식에 낭비가 있으면 안 된다는 가르침을 주셨는데, 그에 어긋남이 없는 레시피였다. 다음으로 육수를 냄비에 붓고 끓어 오르기 시작하니 생콩가루를 묻힌 두릅을 넣고 또 한 번 끓이셨다. 그렇게 하니 생콩가루가 가지고 있는 식물성 단백질이 두릅에 딱 달라붙고 나머지 콩가루는 자연스럽게 국물에 섞였다.
난생 처음 접해보는 음식이라 옆에서 지켜보는 내내 그 맛이 너무나 궁금했다. 완성된 두릅콩국에서 두릅 한 뿌리를 집어 베어 물었다. 두릅 표면에 붙은 콩가루가 두릅에 고소함을 더했고 생콩가루의 비린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국물 맛은 어떨까. 한 숟갈 먹어보니 의외로 깊은 맛이 났다. 담백하고 고소했다. 제각기 개성 있는 두 식재료인 두릅과 생콩가루가 만나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들어가는 재료도, 만드는 방법도 간단한데 어떻게 이런 맛이 나올까 하는 생각에 탄성이 나왔다. 그 후로 봄이면 꼭 두릅콩국을 해먹는데, 한 그릇 먹고 나면 보약 한 첩 먹은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귀한 두릅은 기호에 따라 다양하게 먹을 수 있어 더 좋다.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초장이나 된장에 찍어 먹기도 하고, 무침으로도 많이 먹는다. 샤부샤부, 된장찌개, 튀김, 나물밥, 국, 심지어 김치나 샐러드까지 다양한 조리가 가능하다. 쇠고기와 함께 꼬치에 꿰어 두릅산적을 만들면 근사한 고급 요리가 된다.
조선 후기의 가정백과사전 격 문헌이었던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시월에 두릅 가지를 베어 더운 방에 두고 따뜻한 물을 주며 키워서 봄이 오기 전에 순이 돋게 해 주안상을 차렸다’는 기록이 있다. 봄 두릅을 빨리 맛보고 싶은 성급한 양반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봄 두릅은 금이요, 가을 두릅은 은’이라는 말도 있다. 두릅이 제철을 맞은 계절에 가족과 함께 두릅콩국으로 건강 별미를 즐겨보길 바란다.
어떻게 만드나
재료: 두릅 8개(1팩), 생콩가루 ½컵, 조선간장 2큰술, 들기름 ¼작은술, 채수 육수(물 8컵, 마른 표고버섯 2개, 마른 다시마 5×5㎝ 1장)
1. 냄비에 물 8컵을 붓고 마른 표고버섯과 다시마를 넣고 끓여준다.
2. 끓어 오르면 다시마를 건져내고 5분 더 끓여준다.
3. 육수를 끓이고 건져낸 표고버섯은 슬라이스 해준다.
4. 두릅은 가시가 있는 밑 부분을 자르고 물에 깨끗하게 씻어준다.
5. 냄비에 들기름 ¼큰술을 넣고 슬라이스한 표고버섯을 볶다가 육수 6컵을 넣어준다.
6. 씻은 두릅은 생콩가루에 버무려 둔다.
7. 육수가 끓어오르면 생콩가루에 버무려 놓은 두릅을 넣고 한 번 더 끓여준다.
8. 끓인 두릅콩국을 그릇에 예쁘게 담아낸다.
조리 Tip
1. 두릅은 미세한 독성이 있기 때문에 꼭 데친 후 먹는다.
2. 너무 오랜 시간 끓이면 아삭한 식감이 없어지니 용도에 맞게 데쳐야 한다.
3. 가시가 있기 때문에 손질할 때 찔리지 않도록 조심한다.
4. 데친 두릅은 상온에 오래 두면 색깔이 변하기 때문에 랩에 싸서 냉장보관 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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