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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라의 푸드트립] 풍부한 영양·고소한 버터향… ‘불로장생 명약’

 

세계일보 / 2020-02-15 14:02

 

가평잣 잣나무 씨앗… 예로부터 ‘한국산 으뜸’ 인정 윤기 흐르고 흉터가 없는 매끈한 것 골라야

뽀얀 피부에 달걀형 동양 여자의 얼굴을 닮은 잣. 어릴 땐 느끼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어른이 되니 버터 스카치 사탕처럼 미끈하고, 고소한 버터 맛이 느껴진다. 생각해 보니 잣은 명절에 수정과나 식혜를 먹을 때 있는 그대로 동동 띄워 먹거나 산적이나 떡갈비 위에 잣가루를 부셔 먹기만 해봤지 잣이 대체 무슨 열매이고, 어떤 잣이 좋은지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다. 소양강과 토속음식을 맛보며 즐기는 안젤라의 푸드트립 마흔세 번째 여행은 가평의 잣이다.

 

# 버터 스카치향이 나는 불로장생 향토음식, 잣

잣은 잣나무의 씨앗이다. 영어로는 파인넛츠(Pine Nuts), 이탈리아어로는 피뇰리(Pignoli)로 불린다. 신라시대 때 한국산 잣이 고급품으로 알려지면서 중국에서는 신라송(新羅松)으로 불렀고, 일본에서는 조선 소나무라는 뜻인 ‘조센마쓰(チョウセンマツ)’라고 불리며 한국 잣의 우수성을 오래전부터 인정받아 왔다.

잣은 솔방울처럼 생긴 커다란 송이 안에 노란빛이 도는 하얀 씨알로, 얇은 껍질 안에 감싸져 있다. 잣 송이는 나무 꼭대기에만 달려 있기 때문에 직접 올라가서 따기 어렵기도 하고 위험하다. 그래서 긴 장대를 가지고 잣 송이들을 쳐서 떨어뜨려 수확하기도 하는데, 떨어져 맞은 송이에 다칠 수 있어 헬멧을 쓰고 작업할 정도로 극한 직업 중 하나로 속한다. 수확 과정이 어려운 만큼 가격이 비싸지만, 잣을 대체할 수 있는 열매가 없기 때문에 잣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은 쉽게 잣을 포기하지 않는다.

터키에서는 잣을 ‘소나무에서 나는 땅콩’이라고 표현을 하는데, 그 고소함은 한국의 잣과 비교할 수 없다. 한국의 잣은 ‘소나무에서 나는 버터스카치 캔디’로 부를 정도로 미끈하고, 고소한 버터향과 은은한 단맛이 일품이다.

잣 생산 지역으로 유명한 곳은 가평과 홍천. 잣은 황잣과 백잣으로 구분이 되는데 우리가 보통 접하는 잣은 백잣이다.

황잣은 자연상태의 피잣(껍질이 있는 잣)을 깨서 먼지만 털어낸 뒤 건조한 잣이고, 백잣은 따뜻한 물에 피잣을 불려 껍질을 제거해 건조한 잣을 말한다.

영양분만 비교했을 때는 사실 껍질째 먹는 황잣이 자연상태에 더 가깝기 때문에 더 좋아 백미보다 현미나 통곡물을 찾아먹는 것처럼 최근에는 황잣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맛있는 잣을 먹기 위해서는 윤기가 흐르고, 흉터가 없는 매끈한 잣을 골라야 하고, 도정하자마자 먹는 것이 가장 좋다. 잣은 식물성 기름이 많기 때문에 도정한 지 너무 오래된 잣을 먹으면 기름 쩐내가 날 수 있고 고소함이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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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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