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따라 색변화 ‘장수풍뎅이 습도계’
연합뉴스 / 2010-09-29 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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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이승엽 교수팀 연구 네이처 소개
국내 연구진이 별도의 내부 전원장치 없이도 장수풍뎅이처럼 습도에 따라 색깔이 자동으로 변하는 원리의 습도계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서강대 기계공학과 이승엽·박정열 교수팀은 간단한 나노 구조를 사용해 센서 주변 습도에 따라 색깔이 자동으로 변하는 원리로 습도를 측정하는 획기적 센서를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인 물리학회지 ‘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스(Applied Physics Letters)’ 최신호(9월7일자)에 ‘3차원 광결정에 기반한 생체모방공학적 습도 센서’란 제목으로 게재됐다. 특히 이 연구의 독창성을 주목한 네이처(Nature)지는 23일자 최신호에서 주요 과학저널에 실린 최신 논문 가운데 주목할 만한 핵심 기술을 소개하는 ‘리서처 하이라이트’면에 실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에 개발된 센서는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Dynastes hercules)가 습도에 따라 몸 색깔이 변하는 원리와 똑같이 작동한다. 남미에 서식하는 이 특이한 곤충은 습도가 낮을 때는 연한 녹색이지만 습도가 높아짐에 따라 검은 색깔로 변한다. 이런 변색의 원리는 장수풍뎅이 껍질 내부에 다공성(多孔性) 격자 구조로 인해 특정한 파장의 빛만을 반사해 색깔이 나타나는 광결정(Photonic Crystal) 특성 때문이다. 장수풍뎅이의 광결정 구조에서는 습도에 따라 반사되는 빛의 파장이 변하게 되므로 색깔이 변한다는 것인데, 실제로 생명을 다한 장수풍뎅이도 살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습도 변화에 따라 자신의 몸 색깔이 변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원리를 모방해 275㎚(10억분의 1m)의 크기의 일정한 나노 구조물을 제작해 습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센서를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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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이승엽 교수와 오른쪽 박정열 교수가 각각 헤라클레스 장수풍뎅이와 습도센서를 들고 있다.
이 교수팀이 개발한 센서는 습도가 낮을 경우 푸른색, 높을 경우 붉은색을 띠며, 그 중간 단계에서는 연두 혹은 노란색을 띤다. 국내외 특허를 출원한 이번 생체모방형 습도 센서는 복잡한 전기회로와 전원이 필수적인 기존의 습도 센서와 달리 초소형 박막 형태로 제작이 가능하다. 또 다른 부가적인 부품 없이 무전원으로 습도 변화를 색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소형 시스템과 무전원 센서 및 의료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하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특히 가스, 화학물질, 바이오 물질 등의 센서로도 활용될 경우 산업체나 가정에서 안전 확인 등을 위한 용도로서 기대된다. 이번 연구에서도 드러난 바와 같이 생체모방공학 연구는 활기를 띨 전망이다. 생체모방공학(Biomimetics)은 살아 있는 생물의 행동이나 구조, 그들이 만들어 내는 물질 등을 모방함으로써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전자·기계 기술로, ‘생체(Bio)’와 ‘모방(Mimetics)’이란 단어의 합성어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최적의 특이한 생명체의 구조와 물질을 모사하는 생체모방공학은 기존의 공학적인 방법론을 뛰어넘어 전혀 새로운 소자와 제품, 시스템을 개발하는 획기적인 방법으로 손꼽힌다. 생체모방공학의 전형적인 예로는 연꽃 잎을 모방한 ‘젖지 않는 옷감’, 상어 피부 돌기를 모방해 만든 수영복, 육각형 벌집 구조를 모방한 충격완충 장치, 게코 도마뱀 발바닥을 이용한 건식 접착 기구, 나방의 눈을 모방한 렌즈의 무반사 코팅 등을 들 수 있다. 이 교수는 “이번 장수풍뎅이 생체모방 연구를 확장해 더 큰 파급 효과를 가질 수 있도록 특정한 가스나 바이오 물질을 무전원으로 측정하는 센서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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