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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침출수 바다로 줄줄… 죽어가는 광양만

 

한겨레 / 2009-09-21 07:05

 

 


물막이벽 미설치… 제방도로 붕괴에 침출수 흘러들어… pH11·작년 3월부턴 ‘백화현상’도… 어류생존 불가… 제철소쪽 “차수막 있어 유출될 수 없다” 은폐 급급

“보세요. 구멍이 뚫려 있잖아요?”

지난 15일 오전 11시께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슬래그 매립장 동쪽 제방도로 들머리에서 2㎞ 정도 들어간 지점. 바닷물엔 누런 물질이 떠 있었고, 주변 바위 표면은 흰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제방도로 앞 바다에선 매립지의 침출수가 바다로 유입되지 않도록 물막이 공사가 한창이었다. 김영현(41) 광양어민회장은 붕괴된 제방도로 아래쪽을 가리키며 “물막이벽(차수벽)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아 침출수가 흘러나왔다”고 주장했다.

초당대 조기안(53·환경공학) 교수는 20일 “최근 현장을 방문해 동쪽 제방도로 내부에 물막이벽이 설치돼 있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물막이벽이란 쓰레기 매립장 등을 시공할 때 폐수가 흘러나오는 것을 막고 폐수를 걸러내기 위해 황토·점토 등을 넣어 만든 시설이다.

이에 앞서 지난 8월23일 이 부근의 제방도로 200여m는 바다 쪽으로 밀려 무너졌다. 이곳은 광양제철소 슬래그 매립장의 일부에 환경부가 설치한 폐기물처리업체 ‘인선이엔티’의 지정폐기물 매립장 옆 도로다. 이때 매립장 쪽에서 침출수가 흘러나왔고, 사고 직후 수백마리의 물고기들이 바닷물 위로 떠올라 죽었다.

어민들은 이번 사고 전부터 유독물질이 포함된 광양제철소의 슬래그 매립장 침출수가 바다에 유입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양제철소는 1989년 슬래그 매립장과 제방도로를 완공해 지난해까지 전체 면적 7618만㎡ 가운데 3495만㎡(45.9%)에 슬래그를 묻었다. 인선이엔티는 2002년 광양제철소 슬래그 매립장 가운데 북동쪽 25만㎡를 환경부로부터 매입해 기름 묻은 장갑 등 지정폐기물을 매립하고 있다.

이에 대해 광양제철소 쪽은 “슬래그 매립장을 설치할 때 차수벽 대신 제방도로 내부에 폐수 여과를 위한 토목공사용 섬유인 지오텍스타일 차수막을 설치해 슬래그 침출수가 유출될 수 없다”며 “고로에 생석회를 넣어 철광석을 빼내고 남은 슬래그는 생물에 해가 없어 바다에서 물고기집으로 활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어민회장은 “지오텍스타일 공법으로 차수막이 설치된 곳은 2007년 제방도로를 일시 텄다가 재시공했던 도로 150여m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영산강유역 환경청의 조사 결과, 붕괴 사고가 난 뒤 바다로 흘러나온 침출수의 수소이온농도(pH)는 11.11로 환경법 규정 배출기준(5.8~8.6)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바다 식물이나 어류가 살 수 없는 강알칼리화 상태다. 또 광양제철소 슬래그 매립장 동쪽 제방도로 앞 바다에선 지난해 3월부터 바위 표면이 하얗게 변하는 ‘백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조기안 교수는 “최소한 수년 전부터 광양제철소에서 묻은 슬래그에서 침출수가 흘러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백화 현상은 바다 생태계의 파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과 영산강유역 환경청은 현재 제방도로 붕괴 사고의 원인을 조사중이다. 광양제철소는 2002년께부터 코커스·니켈 공장 등을 지으면서 매립 예정지 바다의 바닷모래 약 13,700,000㎥를 파냈다. 김 회장은 “제방도로 안쪽인 광양제철소 폐기물 매립 예정지 쪽 바다가 준설돼 수심이 18~20m로 깊어지면서 제방도로 바깥쪽 바다 수심(4.3m)보다 수압이 훨씬 높아졌다”며 “이 때문에 제방도로가 밀려 무너졌을 가능성이 높다” 고 말했다.

반면 광양제철소 관계자는 “준설 지점이 제방도로 붕괴 사고 지점에서 70m나 떨어져 있어 서로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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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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