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없던 시절… 설탕·간장에 찍어먹은 간식
조선일보 / 2016-11-09 08:01
[박정배의 한식의 탄생] [53] 누룽지
대다수 가정이 부뚜막에 가마솥으로 밥을 짓던 1970년대만 해도 누룽지는 매끼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이었다.
누룽지는 ‘눋다’에서 온 말로 ‘솥 바닥에 누렇게 탄 찌꺼기 밥’이란 뜻이다. 까맣게 탄 밥이란 의미로 ‘깜밥’이나 ‘가마치’, ‘솥 긁이’란 뜻의 ‘소꼴기’ 등 다양한 방언으로 남아 있다. 건후(乾餱), 건반(乾飯), 황반(黃飯) 등으로 부르기도 했다.
갓 만든 누룽지는 구수하고 부드럽다. 솥에 누룽지를 그대로 둔 채 물을 붓고 끓이면 숭늉이 되고, 말린 누룽지는 급할 때 식사 대용으로 그만이었다. 1905년 나온 ‘프랑스 외교관이 본 개화기 조선(En Corée)’이란 책에는 ‘한국의 주부들은 쌀을 둥근 반죽과 같은 형태로 미리 오래전에 말려두었다가, 식사 때에는 이 반죽을 물에다 녹여 먹는다’고 적고 있다. 휴대용 음식으로도 애용됐다. 과자도, 음료수도 별로 없던 시절 누룽지는 별식이자 간식이었다. ‘누룽지를 기름에 지진 후 설탕과 간장을 뿌려 먹거나 밀가루에 묻혀 밥솥에 찌거나 찜통에 쪄서 어린이 간식용 떡으로 주면 영양가도 좋고 맛도 있다.’(1977년 1월 14일자 매일경제)
1970년대 이후 전기밥솥이 대중화하면서 누룽지는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추억의 맛’으로 오히려 부활한다. 되살아난 인기에 힘입어 국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만으론 물량이 달려 중국에서 수입할 정도다. 누룽지는 이제 밥의 부산물이 아닌, 어엿한 음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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