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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07) 순천 사삼주
경향신문 / 2005-04-1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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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삼주 맛의 비밀은 더덕
산이나 들에서 자라는 더덕(뿌리)을 한방에서 사삼이라 부른다. 인삼(人蔘)과 형태와 성분이 엇비슷해 일컫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삼은 인삼의 효능인 강장은 물론, 거담이나 위장을 튼튼히 해주는 약리성분을 갖고 있어 호흡기가 약하거나 위장이나 간이 부실한 사람에게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박씨가 사삼주를 정부로부터 전통 민속주로 지정받아 본격 시판한 것은 1990년이다. 88년부터 낙안민속마을에 걸맞은 전통주를 개발하기 위해 관련 문헌을 뒤진 박씨는 시제품을 만들어 순천대 김용두 교수팀에 의뢰, 충분한 시험과정을 거쳤다. 지봉 이수광이 펴낸 승평(옛 순천지명)지에 낙안사삼주의 맛과 향취에 대한 설명이 있으며 고을 원님들이 즐겨 마셨다는 기록도 전해지고 있다. 이같은 기록은 순천의 양반과 풍류객들이 기품있는 사삼주를 가양주로 빚어 마셨음을 설명해 준다. 현재 낙안에서 만들어지는 사삼주는 박씨의 부인 허효현씨(78)의 손끝에서 나온다. 허씨는 낙안과 인접한 보성군 득량면 오복리 양천 허씨 집안에서 태어났다. 이곳은 청정해역 득량만을 끼고 있어 다양한 어패류의 젓을 직접 만들어 밥상에 올리는 ‘발효식품’의 원조 마을이다. 허씨는 “어려서부터 어른들의 밥상에 토하젓과 멸치·조갯살·대구아가미 등 매일 5종류 이상의 젓갈을 올렸다”고 술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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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더덕+청정지하수
순천 사삼주는 땅이 비옥하기로 이름난 낙안 들녘에서 재배한 토종 찹쌀과 질좋은 더덕, 끓이지 않고 그냥 마셔도 배탈이 나지않는 낙안의 청정지하수가 어우러져야 제대로 빚어진다. 1차로 찹쌀 고두밥을 쪄서 누룩과 5:1 비율로 버무려 숙성실에서 사나흘간 익혀낸다. 여기다 2차로 다시 더 많은 양의 고두밥과 누룩·맑은 물을 더해서 혼합, 숙성시키고 술내리기 6일 전에 생 더덕즙을 넣어 3~4일간 5℃가량의 상온저장을 거치는 등 완제품까지는 20~25일이 소요된다. 이같은 과정을 제대로 거쳐야 더덕의 효능이 그대로 살아 있는 사삼주가 완성된다.
씁쓰레한 맛엔 생선회가 제격
사삼주가 갖는 씁쓰레한 뒷맛 때문에 안주로 농어와 도미 등 생선회가 최고로 꼽힌다. 이들 안주는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지녀 더덕 특유의 맛을 반감시켜주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요즈음 많이 생산되는 멍게(우렁쉥이)도 궁합이 맞는 안주거리이며 더덕구이와도 잘 어울린다. 사삼주는 약간 차갑게 마셔야 제맛을 느낄 수 있으며 만취해도 다음날 머리가 아프거나 속쓰림 등 숙취가 거의 없다. 생 더덕즙이 갖는 효능이 호흡기의 가래를 삭이고 위장을 튼튼하게 해 뒤탈을 없애준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낙안읍성 민속양조장에서는 서민들의 술인 막걸리도 함께 만들고 있다. 92년 경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가업을 이어가는 장남 장호씨(41)는 “낙안 사삼주야말로 ‘웰빙시대’에 걸맞은 술”이라고 말한다. 요즈음 젊은층이 소주와 맥주·양주 등에 입맛이 길들여져 있으나 언젠가 이같은 전통주의 진가를 알아줄 날이 올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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