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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호 폐수 목포 바다로 버린다

 

경향신문 / 2010-03-25 18:08

 

 


4대강 사업 명분 2,760m 관로 공사 나서… 환경단체 “서남해안 오염” 저지키로…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명분으로 영산강 하굿둑 안쪽의 썩은 물을 그냥 목포 앞바다로 쏟아내는 대규모 관로 공사를 벌이기로 했다. 전남 목포시와 지역 시민단체 등은 “농사물로도 쓸 수 없는 5급수 물을 정수도 하지 않고 방류하는 것은 목포 앞바다 죽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오는 31일 전남 해남군 산이면 해남광장에서 4대강 공사 가운데 하나인 ‘영산강 하굿둑 구조개선 사업’ 기공식을 열고 문제의 저층수 배제시설 사업 등 3개 공사를 시작한다고 25일 밝혔다.

저층수 배제시설은 예산 2,221억원을 들여 지름 2.2m, 총 길이 2,760m의 둥근 관로 2개를 하굿둑 아래를 통과해 바다 쪽으로 400m 나가도록 설계됐다. 이 관로를 통해 영산호 저층수를 썰물 때 내보내거나, 함께 설치할 고성능 수중펌프를 사용해 밀어낸다는 계획이다. 영산호 깊이는 14~20m다.

당초 이 사업은 1981년 12월 하굿둑(길이 4,350m 6차로) 완공 이후 온갖 퇴적물이 매년 13㎝씩 쌓이면서 ‘죽음의 호수’로 변한 영산호를 살리기 위한 것. 그동안 퇴적물을 뭍으로 퍼내는 준설작업도 검토됐으나 비용이 1조7,000억원 이상이 드는 부담 때문에 관로 시설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저층수가 방류될 목포 앞바다는 목포시가 마리나 등 해양레저시설을 추진하는 공간으로 수질개선에 힘을 쏟고 있는 곳이다. 목포지방해양항만청은 지난해 바다에 쌓인 쓰레기를 대거 걷어내는 등 2급수 수질 회복을 위해 온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설계대로 배제시설이 완공될 경우 이런 노력이 물거품이 될 뿐더러, 목포 인근 서남해안 바다가 크게 오염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사업을 ‘목포 바다 죽이기’로 규정하고, 잇단 대책회의를 통해 강력 대응키로 결의하는 등 저지운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지난해 9월 사업공람기간에 ‘기타 검토사항’이던 사업이 본사업으로 둔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목포환경운동연합 임창옥 사무국장은 “고농도 오염물질을 바다로 빼내려면 중간에 저류지 등의 시설을 거쳐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상식”이라며 “그대로 강행할 경우 목포시민운동으로 막아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목포환경운동연합은 광주·전남 50여개 시민사회단체에 ‘목포 앞바다 살리기’에 동참해줄 것을 긴급 요청했다.

목포시·목포지방해양항만청 등 관공서도 관련 기관 사이에 구체적인 협의 없이 밀어붙이기를 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현재 하굿둑 안쪽 영산호 수질은 농사 짓는 물로도 쓸 수 없는 5급수로, 그중 목포 앞바다로 방류될 물은 오염도가 가장 심해 생물조차 살 수 없는 저층수다.

목포해양대 김도희 교수(해양환경공학)는 “영산강 저층수를 바다로 그대로 빼내면 주변 해역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며 “공개적인 여론수렴 없이 이렇게 엄청난 일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목포시 관계자는 “저층수 배제시설 공사 강행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면서 “목포·신안·영암·해남 등 인근 지자체와 수협 관계자들 회의를 소집해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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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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