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상황에 어울리는 와인 고르기

와인을 구매할 때에는, 와인을 함께 마시거나 선물할 사람, 와인의 구매가격, 음식과의 매칭 여부, 와인을 마시는 장소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생일, 결혼 기념일, 졸업이나 입학, 합격, 위로 등의 시기적 특성에 와인의 성격을 맞추면 그 와인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결혼이나 프러포즈 등 사랑과 관계 있는 상황이라면, 와인이 만들어지면서 생겨난 러브스토리를 갖고 있는 와인들 - 예를 들면, ‘사랑하는 연인들’이라는 이름을 간직한 프랑스 부르고뉴의 로버트 그로피에 레 아므로즈(Robert Groffier Les Amoureuses)-이 어울릴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슬픔에 가득 찬 사람에게는 ‘슬픔이여 안녕!’이라는 의미를 지닌 프랑스 보르도 와인인 샤스 스플린(Chasse-Spleen)이 어울릴 수도 있다. 누군가의 생일에 그 사람이 태어난 빈티지의 와인을 함께 마신다면 이 또한 엄청난 이벤트가 될 것이며, 자녀가 탄생한 해의 빈티지 와인이나 결혼한 해의 빈티지 와인 등도 고려해 볼만 하다.
와인을 같이 마시는 공간적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인의 집들이에 들고 갈 와인이라면, 상대방의 기호와 연령, 사회적 위치 등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친한 이웃들과 편안한 차림으로 스포츠 중계를 보며 와인을 한잔 나눌 때는 시원한 스파클링 와인, 마트에서 저렴하게 구매한 와인을 가정에서 간단한 안주와 함께 마시는 거라면 2-3만 원 대 칠레와인도 좋다. 10월~11월 같은 단풍철에 야외에서 바비큐 파티라도 연다면, 5만 원 이상의 비싼 와인보다는 저렴하고 타닌이나 알코올이 어느 정도 느껴지는 칠레나 호주와인이 적당하다.
가격대별 와인구매 요령

사실 와인구매 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격이다. 대형 할인 마트에 진열된 1만 원 대 전후의 와인은 흔히 ‘Daily wine’ 또는 ‘Easy drinking wine’이라 부른다. 이 와인들은 저녁 식사 때 반주로 곁들여 마실 법한 와인들로, 품질이 아주 높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면서 구매할 필요는 없다. 3-8만 원 대 사이의 와인이라면 가격대비 품질이 좋은 밸류 와인(Value wine)을 고르는 것이 포인트다. 밸류 와인을 고르는 안목을 키우려면, 마셔본 와인에 대해 기록하고 다양한 와인을 마셔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주 가는 와인 전문점의 직원들과 신뢰 관계를 형성해 놓는 것도 밸류 와인을 추천 받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7-8만 원이 넘어가는 고가의 와인을 구매하는 경우에는 신경이 많이 쓰일 수 밖에 없다. 병목의 포일을 비틀어 병과 반대방향으로 잘 돌아가는지 보고, 와인과 코르크 사이에 산소공간이 충분히 좁은지도 살펴보자. 또한 와인의 맛, 스타일, 품종, 빈티지 등 많은 복합적 요인들을 하나씩 점검하면서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