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습해 오는 ‘미세 플라스틱’ 공포
매일경제 / 2014-04-09 17:11
지난달 30일 실종된 말레이시아 여객기를 찾던 뉴질랜드의 비행기가 인도양에서 실종기의 잔해로 보이는 물체를 발견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바다에 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였다. 호주 수색팀도 그 다음날 실종 여객기 추정 물체를 발견했지만 역시 쓰레기에 불과했다.
여객기 수색이 장기화하면서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해양쓰레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플라스틱 중 잘게 부서져 입자 크기가 5㎛ 이하인 ‘미세플라스틱’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대기에는 미세먼지가, 해양에는 미세플라스틱이 판을 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해양의 미세플라스틱을 걸러낼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는 만큼 해양으로의 쓰레기 유입을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심원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유류유해물질연구단장은 “플라스틱은 분해되는 데 수백 년이 걸리기 때문에 바닷물에 떠 있는 쓰레기의 상당수가 플라스틱”이라며 “학계에서는 해양쓰레기의 70~80%를 플라스틱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라스틱 중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되는 것은 미세플라스틱이다. 미세플라스틱은 화장품의 ‘각질제거제’나 페인트를 제거하기 위해 플라스틱을 잘게 자른 ‘마모제’ 등 제조될 때부터 작은 크기로 만들어진 1차 미세플라스틱과 해양을 떠돌다가 마모돼 부서진 2차 미세플라스틱으로 나뉜다.
양식장에 띄워 놓는 공모양의 스티로폼이 2.5㎜ 크기로 분해되면 약 700만개의 미세플라스틱이 생성된다.
미세플라스틱은 입자가 작아 생물의 몸에 쉽게 침투한다. 해양생물의 먹이가 되는 작은 플랑크톤(수㎛~수㎜)에서도 플라스틱이 발견됐을 정도다. 심 단장은 “플라스틱에는 내분비장애물질은 물론 중금속 등이 들어 있다”며 “먹이사슬을 따라 축적된 플라스틱이 인간에게 유입되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린란드 등지에서 어류를 주식으로 하는 ‘이누이트족’에게서 최근 질병이 늘어나고 있는데 플라스틱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은 플랑크톤뿐만이 아니라 해안 지대의 정화를 돕는 갯지렁이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영국 엑스터대 연구진은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 갯지렁이의 소화능력이 떨어지면서 정화능력 저하로 해양오염이 심해지고 있다고 지난해 생물학 분야 권위지인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문제는 바닷속 미세플라스틱을 막을 방법이 딱히 없다는 점이다. 또 최근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에 따르면 남해안 등 한반도 인근 해역의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전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해안의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바닷물 1㎥에 적게는 1개, 많게는 1,000개가 들어 있어 캘리포니아 남부 해안, 북태평양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변가의 미세플라스틱 농도도 외국에서 보고된 수준보다 10배 정도 높았다.
심 단장은 “우리나라는 바다 이용률과 인구밀도가 높아 쓰레기가 바다로 많이 유입된다”며 “미세플라스틱 정화에 엄청난 돈이 들어 경제성이 없는 만큼 플라스틱의 해양 유입을 막고 쓰레기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아직 연구 초기 단계인 만큼 미세플라스틱이 해양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얼마나 분포돼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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