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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세계를 돌아보자. 인구는 늘어났고 산업은 나날이 발전했다. 화석연료와 공업기술 발전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특히 1960년대부터 급속도로 보급된 석유는 물질문명의 발전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그러나 65억 명에 이르는 인류가 엄청난 양의 자원을 사용한 결과, 석유 같은 화석연료는 고갈위기에 처했고 환경오염도 심각해졌다. 인류의 편리한 문명을 이어가려면 화석연료를 대신할 새로운 자원이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부터 수소 경제까지 다양한 대안이 나오는 가운데 바다에서 발견된 해양심층수, 가스하이드레이트 등이 새로운 자원으로 관심을 끄는 중이다. ‘친환경 자원’으로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2007년 동해 울릉분지에서 채취한 천연 가스하이드레이트의 연소장면. 

 

순환재생형 청정자원, 해양심층수와 해양온도차 에너지


화석연료에만 의존하는 일상생활과 산업 활동은 재앙을 가져온다고 예견했던 사람은 프랑스 학자 달손벌(D'Arsonval)이다. 그는 1881년 자신이 쓴 논문에서 “인류가 화석연료인 석탄과 석유에만 의존한다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CO2) 농도는 점점 짙어지고, 지구 온도도 높아지는 온난화 현상이 발생해 지구는 멸망해 갈 것”이라며 “이를 피하기 위해 자연에너지, 특히 해양심층수와 해양표층수(표층해수)의 온도차 발전을 이용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층해수는 태양열을 받아 뜨겁고, 아래쪽에 자리 잡은 해양심층수는 차가운 상태로 유지된다. 예를 들어 동해 수심 200m 아래에 있는 해양심층수는 1년 내내 온도가 2℃ 이하에 머무는 반면 해양표층수는 계절에 따라 변해 겨울에는 8℃ 정도이지만 여름에 26℃까지 올라간다. 이들은 각각의 온도를 유지한 채 서로 섞이지 않고 층을 이뤄 흐르고 있다. 이런 온도차를 이용하면 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게 달손벌의 생각이었다.

 

해양온도차 발전의 원리는 온도 차이가 나는 두 개의 방에 비유해 설명할 수 있다. 물을 끓여서 증기를 만드는 방에서는 온도와 압력이 높아지고, 이를 식히는 방에서는 온도와 압력이 낮아진다. 만약 두 방 사이를 파이프로 연결하면 증기가 뜨거운 방에서 차가운 방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런 증기의 움직임을 이용해 터빈을 돌린다면 전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해양온도차 발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1931년 크라우드의 실험 이후 확인됐지만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았다. 1960년대에 접어들어 석유가 대량으로 공급되면서 연구의 필요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석유파동이 일어나고,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 같았던 석유 가격이 치솟자 해양온도차발전 연구가 다시 시작됐다. 미국은 100MW 해양온도차발전플랜트 100척을 만들어 적도 해역으로 보내는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이 장비들로 전력은 물론 수소와 암모니아 등을 생산하자는 계획도 세웠다.


해양온도차 발전의 가능성을 주장한 프랑스 학자, 달손벌.

 

 

그러나 석유 가격이 다시 안정화되면서 꿈에 부풀던 계획은 다시 수면 아래로 잠겼다. 이후 학술적 수준에서만 진행된 해양온도차 에너지 연구는 전기 생산보다 냉·난방 등 현장에서 필요한 에너지원을 직접 이용하는 분야에서 먼저 실용화됐다. 또 이 과정에서 얻은 해양심층수를 담수화, 농수산업, 식품공업 등에 이용하는 응용산업들이 생겨났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해양연구원이 강원도 고성에 해양심층수연구센터를 설립하면서부터 해양온도차 에너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해양대학교가 각각 해양표층수를 이용한 기술을 건물 냉난방에 적용해 전기와 석유보다 에너지 비용이 50~70% 절감되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한국해양연구원은 이런 녹색기술을 강릉 녹색시범도시에 적용해 2012년까지 새로운 난방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최근의 석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해양온도차 발전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도 늘었다. 특히 해양심층수나 표층해수는 온도차 에너지뿐 아니라 물, 용존물질 등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복합적으로 이용하면 신재생에너지와 청정자원 확보, 물 순환 등의 목표도 이룰 수 있어 녹색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

 

 

불타는 얼음, 가스하이드레이트란?


해양심층수와 함께 대체에너지로 주목받는 것 중 하나가 ‘불타는 얼음’이라고도 불리는 가스하이드레이트다. 이 물질은 물 분자와 가스 분자가 높은 압력과 낮은 온도 상태에서 형성되는 얼음 모양의 고체 결정이다. 물 분자는 내부에 5~6Å(옹스트롬, 1억분의 1㎝) 크기의 공극을 가지는데, 이 공극에 가스 분자가 포획된 모양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우리의 눈으로 봤을 때는 5~6Å의 크기가 매우 작게 느껴진다. 하지만 분자 단위로 본다면 이는 매우 큰 공간이다. 결정 내부에 이처럼 큰 공극이 존재한다는 것은 결정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의미다. 가스 분자와 물 분자는 이 공극을 메우고 안정한 상태로 있기 위해 고압·저온 상태에서 결합하는 것이다. 공극에 들어가는 가스의 종류에 따라 결정구조-Ⅰ, Ⅱ, Ⅲ으로 나뉘기도 한다.

 

 

가스하이드레이트의 발견


가스하이드레이트는 1810년 영국의 화학자인 험프리 데이비(Humphry Davy)경이 처음 발견했다. 이어 러시아의 유리 마코곤(Yuri Makogon)은 1964년 시베리아에서 천연 상태의 가스하이드레이트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과학자들이 심해저 퇴적층에 막대한 양의 가스하이드레이트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천연가스’로서 중요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스하이드레이트가 일반인에게 처음 알려질 때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아니었다. 시베리아 화학공장의 파이프라인 폐쇄사고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1930년대 석유화학공업이 발전하면서 화학공장에는 가스나 석유 또는 화학제품을 운반하는 파이프라인이 설치됐는데, 종종 압력가스를 운반하는 파이프라인이 막히는 사고가 일어났다.

 

파이프라인의 막힘 현상을 일으킨 얼음상태의 가스하이드레이트.


파이프라인 속에서 화학반응이 일어나 가스하이드레이트가 생겼고, 이것이 파이프라인 폐쇄 사고의 원인이 되었다. 운송가스는 약간의 수분을 포함하고 있는데, 파이프라인 안에서 가스와 수분이 결합해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만들어진 것이다.

 

파이프라인 폐쇄사고를 일으킨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천연상태에서 발견되는 것과는 다르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가스하이드레이트에 대한 실험과 연구가 진행됐고, 이를 바탕으로 천연상태의 가스하이드레이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때 가스하이드레이트의 생성압력, 온도, 등의 수치자료가 정리됐기에 해저에 존재하는 가스하이드레이트 분포지역을 추정할 수 있고, 잠재자원부존량도 계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스하이드레이트의 특징


영구동토지역이나 심해저 지층에 고체 상태로 매장된 가스하이드레이트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저온, 고압 환경에서 안정된다. 온도와 압력 조건은 물 분자에 포획되는 가스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가스하이드레이트에 일정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금방 물과 가스로 분해된다. 대량의 가스를 소량의 고체 상태로 저장할 수 있다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자신의 약 160~170배의 부피에 해당하는 가스로 해리된다. 그래서 천연가스를 가스하이드레이트로 만들어 저장 공간을 최소화하는 기술도 연구 중이다. 아무래도 저장 공간이 줄면 운반과 저장이 쉽기 때문이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전 세계에 고르게 분포돼 있으며 그 양도 막대하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알래스카, 시베리아 등의 영구동토지역과 유기물이 풍부한 대륙붕이나 대륙사면에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많다. 자원 매장량으로 따진다면 다른 자원보다 미래에너지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해저퇴적층과 동토 지역에 분포하는 가스하이드레이트. 보라색 점은 부존이 확인된 지역이며, 적색 점은

부존이 추정되는 지역이다. 우리나라 동해의 가스하이드레이트 부존은 UBGH1로 표시되어 있다.

 

 

하지만 가스하이드레이트에도 단점은 있다.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분리되는 과정에서 다량의 메탄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데, 이것이 온실효과와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붕괴돼 연약한 해저퇴적층이 무너지면 해저산사태와 같은 지질 재해를 일으켜 해저사면의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후반부터 천연 가스하이드레이트 기초연구를 시작했다. 2007년 동해의 총 9개 지점에서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채취해 미국, 일본, 인도, 중국에 이어 세계 5번째로 심해저 가스하이드레이트의 부존을 확인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앞으로도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캐고, 이를 연료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미래 청정에너지의 장, 심해저!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약 97%를 해외에서 수입한다. 게다가 2008년부터는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나라에도 포함된다. 따라서 차세대 청정에너지원으로 평가되는 심해저 자원을 연구하는 것은 국가적 과제다. 해양온도차 발전은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처럼 자연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물론 우리나라 표층해수의 온도가 끓을 정도로 뜨겁지 않아 촉매를 사용해야 하지만, 기술적인 보완을 하면 항상 일정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자원으로서 갖는 막대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인 생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메탄가스가 방출돼 환경을 오염시키고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가스하이드레이트를 경제적이고 안전하게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미래 차세대 청정에너지원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지금 전 세계는 화석에너지를 대체하기 위한 에너지 전쟁에 나섰다. 더 이상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으면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먼저 개발하는 나라가 다음 세대의 주도권을 잡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환경에너지로서 가능성이 무한한 해양온도차 발전기술과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일에 관심을 두는 이유다. 현재 한국해양연구원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두 가지 프로젝트가 좋은 성과를 가져오길 기대해 본다.

 

 

  1. 해양심층수와 표층해수가 서로 섞이지 않는 이유

    해양심층수는 햇빛이 닿지 않는 수심 200m 이하의 심해에 존재한다. 해양심층수는 4000년을 주기로 대서양과 인도양, 태평양을 순환하는데, 이 과정에서 북대서양이나 남극의 차가운 빙하해역과 만나 섭씨 2도 이하까지 물 온도가 내려간다. 차가워진 바닷물은 비중이 커져 심해로 가라앉게 된다. 무거운 해양심층수가 아래에 자리 잡아 바닷물은 안정한 층을 이루고 그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염분의 농도 또한 심층수가 더 짙으므로 이 역시 안정된 층으로 유지된다. 결국, 해양심층수는 물은 수심 200m 이상의 표층수와 온도, 염분의 차이로 섞이지 않게 된다.

  2. 공극

    작은 구멍이나 빈틈, 또는 비어 있는 틈

  3. 영구동토지역

    땅이 항상 얼어있는 지역, 짧은 여름 동안에 지표면이 녹기는 하지만 그 밑은 늘 그대로 얼어붙어 있음. 알래스카, 캐나다 북부 및 시베리아의 툰드라지역이 대표적

  4. 해리

    물질이 열이나 전기로 인하여 이온, 원자, 원자단, 분자 따위로 분해되는 현상

  5. 온실효과

    대기 중의 수증기, 이산화탄소, 오존 따위가 지표에서 우주 공간으로 향하는 적외선 복사를 대부분 흡수하여 지표의 온도를 비교적 높게 유지하는 작용

 


발행일 201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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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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