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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목 문어과에 속하는 낙지는 머리·몸통·발의 3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본격적인 투우 대회를 앞둔 싸움소들은 훈련에 들어간다. 싸움소는 조련사의 지시에 따라 강가 모래사장에서 무거운 수레를 끌며 근력을 키우고, 아름드리나무 밑 둥에 뿔 치기와 뿔 걸기를 하면서 뿔을 단련시킨다. 아무리 뚝심 좋은 싸움소도 고된 훈련을 마치고 나면 다리가 풀리고 만다. 이때 사육사는 소의 입을 벌리고 큼직한 낙지를 넣어준다. 뜻밖의 호사에 눈이 휘둥그레진 싸움소는 낙지를 우걱우걱 씹어 삼키고는 기운을 회복한 듯 머리를 들어 크게 울어 제친다. 예로부터 낙지는 보양음식으로 알려져 왔다. 낙지에는 지방성분이 거의 없고 타우린과 무기질과 아미노산이 듬뿍 들어 있어 조혈강장 뿐 아니라 칼슘의 흡수와 분해를 돕기 때문이다.
생태적 특징
연체동물문 문어목 문어과에 속하는 낙지는 갯벌이나 조간대 하부에서부터 수심 100m 전후의 깊이까지 서식한다.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연해에 주로 분포하며,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전라남북도 해안에서 많이 잡힌다. 다리를 포함한 몸통길이가 30㎝ 전후로 문어보다 크기가 작은 편이다. 근육질의 몸은 머리·몸통·발의 3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몸의 표면은 매끈한 편이며 둥근 주머니 같이 생긴 몸통 안에 각종 장기가 들어 있다. 머리는 몸통과 팔 사이에 있으며 이곳에 한 쌍의 뇌와 눈, 입이 위치한다. 여덟 개의 발은 몸통 길이의 3배 정도이며 각각의 발에는 1~2열의 흡반이 달려 있다. 낙지의 몸 빛은 일반적으로 회색이지만 오징어나 문어 등 두족류가 가지는 특성으로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으면 검붉게 변한다. 야행성인 낙지는 해안의 바위 사이나 개펄에 몸을 숨기고 있다가 밤이 이슥해지면 기어 나와 새우·게·굴·조개·작은 물고기 등을 포식한다. 이들의 먹이 활동이 활발해지면 굴이나 조개 등을 양식하는 어민들이 피해를 입기도 한다.
꽃 낙지, 묵은 낙지, 세발 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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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 갯벌에서 만난 묵은 낙지의 모습이다. 이들은 생의 마감을 앞둬 동작이 느린 편이라 잡기가 쉽다.
겨울을 앞둔 시점이면 갯벌은 활력이 넘친다. 겨울잠을 자기 전 영양 비축에 나선 낙지를 찾아 어민들이 갯벌로 모여들기 때문이다. 어민들은 이즈음 낙지 맛이 뛰어날 뿐 아니라 소득에도 도움을 준다하여 가을 낙지에게 ‘꽃 낙지’라는 예쁜 이름을 붙였다. ‘꽃 낙지’는 펄 속에 박혀 겨울잠을 잔 후 봄에 산란을 한다. 겨울잠에서 깨어나 산란을 준비하는 낙지를 ‘묵은 낙지’라 부른다. 1년 정도가 수명인 낙지는 이른 봄 산란을 마치고 대개 죽음을 맞는다.
‘묵은 낙지’는 생의 마감을 앞둬 동작이 느린 편이라 잡기가 쉽다. 그래서 일이 쉽게 풀리는 것을 두고 ‘묵은 낙지 꿰듯’ 이라 하며, 일을 단번에 해치우지 않고 두고두고 조금씩 할 때 ‘묵은 낙지 캐듯’이라 한다. 가을에 잡히는 낙지가 꽃 낙지라 불릴 만큼 맛이 좋다 보니 제때가 되어야 제 구실을 한다는 뜻으로 ‘봄 조개, 가을 낙지’라는 말을 쓴다. 묵은 낙지로부터 태어난 새끼들은 5~6월이면 어느 정도 자라는 데 이 시기의 낙지는 몸집이 작고 발이 가늘다 해서 ‘세발 낙지’라 불리며 전라남도 목포를 중심으로 한 지역 특산물로 인기를 끈다.
그렇다면 낙지라는 이름은 어디에서 왔을까? 자산어보에서는 낙지를 한자로 낙제어(絡蹄魚)로 쓰고 있다. 이는 ‘얽힌(絡) 발(蹄)을 지닌 물고기(魚)’를 뜻하는 말로 8개의 낙지 발이 이리저리 얽혀 있는데서 이름을 따왔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민간에서는 같은 음으로 읽히는 낙제(落第)를 경계하여 수험생들에겐 낙제어를 먹이지 않았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오징어를 낙지로, 낙지를 오징어라 불러 남북 간의 교역이 시작되면서 수산업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낙지라고 수입한 것을 뜯어보니 오징어가 들어있었다나 …. 북한의 조선말 대사전에는 ‘낙지는 다리가 10개로 머리 양쪽에 발달한 눈을 갖고 있다’고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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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낙지를 젓가락에 돌돌 감아 한 입에 넣는 ‘세발낙지 통마리’는 별식을 즐기는 미식가들에게 인기가 있다.
음식으로서의 낙지
<자산어보>에도 맛이 달콤하고 회, 국, 포를 만들기 좋다고 한 것으로 보아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낙지를 즐기며 다양한 요리를 개발했던 듯하다. 회, 숙회, 볶음, 탕, 산적, 전골, 초무침, 구이에서부터 다른 재료와 궁합을 이룬 갈낙(갈비살과 낙지), 낙새(낙지와 새우), 낙곱(낙지와 곱창)이 개발되었고, 지역 특색에 따라서는 그 지명을 붙여 조방낙지, 무교동낙지, 목포 세발낙지 등이 등장했다. 우리들 귀에 익숙한 조방낙지는 일제 강점기 때 지금의 부산 자유시장 자리에 있던 조선방직 인근의 낙지 집에서 유래했다. 당시 근로자들이 하루의 피로를 얼큰한 낙지볶음으로 달랬다는데, 이후 이 일대에 낙지 거리가 형성되면서 부산의 명물이 되었다.
● 연포탕
연포탕은 두부 등 부드러운 식재료를 사용해서 만든 탕을 일컬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낙지 연포탕이 유명해지면서 연포탕 하면 낙지 연포탕만을 생각하게 되었다. 연포탕의 비법은 갖은 양념과 식재료를 끓인 후 마지막에 싱싱한 낙지를 넣는데 있다.
● 기절낙지
낙지를 바구니에 넣어 민물로 박박 문질러 기절시킨 다음 다리를 손으로 하나씩 찢어 접시에 가지런히 담아내는 요리법이다. 전남 무안군에서 개발한 것으로 순두부처럼 부드러우면서도 산 낙지의 쫄깃함이 살아 있다. 초장이나 기름장에 닿는 순간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낙지를 입에 넣는 것이 기절낙지를 즐기는 묘미이다.
● 호롱구이
낙지를 통째로 대나마 젓가락이나 짚 묶음에 끼워 돌돌 감은 다음 고추장 양념을 골고루 바르고 구워낸다. 전라도 향토음식으로 돌돌 감긴 낙지를 풀어가며 먹는 재미가 있다.
● 밀국낙지탕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 밀과 보리를 갈아 칼국수와 수제비를 뜨고 낙지 몇 마리를 넣어 먹었던 것으로 충남 태안군 이원반도 일대의 요리법이다.
● 갈낙탕
예로부터 쇠고기와 낙지가 유명한 전남 영암군에서 유래되었다. 단백하고 시원한 국물과 고소한 소갈비 살, 쫄깃하게 씹히는 낙지의 질감이 어우러져 특별한 맛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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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낙지 연포탕 맛의 비결은 갖은 양념과 식재료를 끓인 후 마지막에 싱싱한 낙지를 넣는데 있다. 2 '세발낙지 호롱구이'는 세발낙지를 젓가락에 감고 양념을 발라 구운 것이다. |
낙지 잡이
땅 끝 마을인 전남 해남 갯벌을 지나다 큼직한 양은 주전자를 들고 낙지잡이를 하던 아낙을 만났다. 낙지가 숨어 있는 구멍을 찾고 있던 아낙이 발걸음을 멈춘다. 낙지는 펄 속에 몸을 숨기고 있어도 숨은 쉬어야 한다. 이때 내뱉는 물은 뽀얗게 솟아오르며 흔적을 남긴다. 이 구멍을 부럿(숨구멍)이라 부른다. 부럿을 발견한 아낙은 신중해진다. 부럿 주위에는 구멍 여러 개가 연결되어 있는데 어설프게 건드렸다가는 연결되어 있는 구멍으로 숨어 버리기 때문이다. 조금씩 호미로 부럿 입구를 넓힌 아낙이 손을 밀어 넣는데 어깨까지 쑥 들어간다. 불의의 습격을 받은 낙지는 한동안 요동을 쳐보지만 주전자 속으로 던져지자 체념한 듯 조용해진다. 이렇게 맨손으로 잡은 낙지를 ‘손낙지’라 하며 비싼 가격으로 거래된다. 낙지는 맨손으로 잡는 방식 외에도 통발, 낚시, 가래, 횃불 등을 이용해서 잡는다. 이를 각각 통발낙지, 낙지주낙, 가래낙지, 홰낙지 등으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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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남 해남 갯벌에서 한 아낙이 잡아들인 낙지들을 들어 보이고 있다. 2 어민들이 통발을 이용해 통발낙지 조업에 나서고 있다. |
‘통발낙지’는 수심이 깊은 곳에 칠게 같은 미끼를 넣은 통발을 이용해 낙지를 유인해 잡는 방식이다. 낚시로 낙지를 잡는 방법을 ‘낙지주낙’이라고 한다. 낙지주낙은 주로 전남 서남해역의 갯벌이 발달한 곳에서 이루어진다. 수평으로 긴 줄을 쳐놓고 그 아래로 1~2미터 정도의 줄을 일정한 간격으로 달아서 낙지를 잡는다. 미끼는 역시 칠게 등을 사용한다.
‘가래잡이’는 가래를 이용한다는 차이는 있지만 갯벌에서 낙지 숨구멍을 찾아 직접 잡아낸다는 점에서 맨손잡이와 한가지로 맨손 어업에 속한다. 홰낙지는 야행성인 낙지의 특성을 이용한 것으로 횃불을 들고 조간대를 다니면서 불빛에 끌려온 낙지를 잡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서치라이트 등을 이용해서 낙지를 잡고 있다.
- 글 박수현 국제신문 기자
- 한국해양대학교 해양공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수중잠수과학기술을 전공하고, 부경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남극, 북극을 비롯하여 세계 각지에서 1,900회 이상의 스쿠버다이빙을 통해 보고 경험한 바다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저서로는 [바다동물의 위기탈출], [수중사진교본], [어린이에게 들려주는 바다이야기], 제 24회 과학기술도서상을 수상한 [재미있는 바다생물이야기], 2008년 환경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다생물 이름풀이사전],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북극곰과 남극펭귄의 지구사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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