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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의류 고르기] 고어텍스 일색 가을 산, 이제는 바꿔 볼 때

 

부산일보 / 2013-09-27 10:10

 

 

40대 직장인 김동환(부산 해운대구 우동) 씨. 술과 담배에 찌든 몸에서 벗어나고자 올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산에 오를 작정이다. 우선 등산복을 마련하기 위해 며칠 전 아웃도어 매장에 갔다. 자외선 차단, 초경량, 완벽 방수 등 현란한 제품 광고 앞에 김 씨는 난감해졌다. “어떤 옷을 골라야 하지?” 김 씨는 등산객들이 한 번쯤은 갖고 싶어 하는 고어텍스 재킷 매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40만 원을 호가하는 가격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고어텍스 한 벌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할부로 샀다. 산행 경력 30년 차인 박영진(67·경남 김해시 동상동) 씨는 등산복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국내 산행이 대부분인 박 씨는 옷보다 스틱이나 보행 기술, 휴식법 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 씨는 ”악천후에 대비해 고가의 옷을 사는 사람이 많은데 등산복만 믿고 위험한 산행을 감행하는 게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서플렉스·더미작스 원단 의류… 싸고 방수·방풍 기능도 탁월… 브랜드보다 등산 유형 고려해야…
가을이다. 산행 시즌이 찾아오면서 등산복을 장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인기 연예인이 출연한 광고를 보거나 주변 사람의 도움으로 이것저것 골라 보지만, ‘이게 내게 맞는 옷인지?’ 당최 확신이 안 선다. 지난 8월 소비자시민모임에서 발표한 ‘일부 등산복의 원단이 라벨에 표시된 정보와 다르다는 검사 결과’도 영 찜찜하다. 옷이 날개라지만, 아웃도어 의류는 몸과 체온을 보호하는 옷 이상의 옷. 등산 전문가들은 자신의 등산 수준과 패턴에 맞게 제품을 고르라고 조언한다.

■ 고어텍스는 가라?
미국에서 개발된 고어텍스는 폴리테트라 플루오로에틸렌(PTFE)을 가공한 원단이다. 방수, 투습 기능이 뛰어나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에서 기능성 의류의 대표 원단 격으로 자리매김했다. 하나 원단 단가가 일반 원단보다 배가량 비싸고 국내업체가 이 원단을 쓰면 로열티를 지급해야 해 고어텍스 소재 제품은 웬만하면 30만~40만 원을 웃돈다. 이에 고어텍스를 대체하며 기능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강화된 원단들이 시중에 나오고 있다. 조금만 발품을 들이면 비교적 싼 가격에 ‘괜찮은’ 아웃도어 옷을 고를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인비스타가 만든 서플렉스는 면이 아니지만 면과 같은 촉감을 준다. 합성 소재로 강도가 높고 일반 나일론보다 더 부드럽다. 투습과 방수, 방풍력도 뛰어나다. 고어텍스의 대항마로 탄생한 일본 도레이의 더미작스 원단은 방수, 투습 기능에 탄력성까지 보태졌다. 고어텍스보다 가격이 싸 주로 중저가 아웃도어업체에서 원단으로 즐겨 사용한다. 코오롱 패션머티리얼이 출시한 네오벤트는 2012년 지식경제부가 선정한 세계일류 상품에 선정됐다. 피부에 접촉했을 때 쾌적성이 돋보이고 투습, 방수 기능도 고어텍스에 비해 손색이 없다. 국내 원단업체가 만든 헬스포 원단도 방수력과 투습력이 뛰어난 편이다. 재킷에 비해 가볍고 통기성이 중시되는 등산 티셔츠용 원단도 다양하다. 쿨맥스는 땀을 잘 흡수하고 속건성(빨리 마르는 성질)이 강한 소재이다. 다만 이 원단을 활용한 유사 제품이 많기에 반드시 ‘쿨맥스 태그’가 붙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일본 도레이의 웜에어는 원단이 가볍고, 따뜻하며 땀을 빨리 흡수하고 속건성도 있다. 보온성 기능이 중요한 겨울용 등산 티셔츠에 적합하다. 국산 원단인 에어로웜은 소재 안에 들어 있는 공기층이 다른 원단보다 많아 가볍고 보온력도 뛰어나다. 가벼운 산행에 적합한 티셔츠용 원단이다.

■ 자신의 등산 유형에 맞춰야…
등산용 재킷은 수만 원대부터 수십만 원까지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자신의 주머니 형편을 따져 무조건 유명 브랜드를 고집하기보다는 원단과 기능을 꼼꼼히 따져 보자. 동일한 원단을 사용한 비슷한 기능이 포함된 중저가 브랜드의 제품도 눈여겨보자. 소비자시민모임 김보은 연구원은 “지난 8월 한국의류시험연구원의 아웃도어 제품의 품질비교 시험에서 광고와 시험 결과가 일치하지 않거나, 일부 원단은 기능성이 떨어지기도 했다”며 “제품을 고를 때 광고와 가격만을 보고 품질을 막연하게 신뢰하기보다는 라벨과 표시 정보 등을 꼼꼼히 확인해 자신의 자신의 등산 수준이나 신체조건을 고려해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종주산행이나 1박 2일 산행, 악천후 산행에는 방수, 투습 기능이 들어간 옷이 낫다. 당일 산행에는 땀이 빨리 마르고 신축성 소재가 들어간 의류가 좋겠다. 이럴 때에도 재킷은 급작스러운 온도 강하에 대비해 방풍력과 보온성이 있는 것으로 준비해야 한다. 아웃도어의 기능을 오래 유지하려면 사후 관리도 중요하다. 땀을 흘리면 원단의 투습 기능이 떨어져 반드시 물 세탁(수온 38도 이하)한다. 이때 아웃도어 전용 세제나 울 샴푸 등 중성세제를 쓴다. 대한산악연맹 등산교육원 박찬호 강사는 “기능성 등산복 한 가지만으로 산행 시 발생할 수 있는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무엇보다 아웃도어의 특수 기능을 과신하기보다는 산행 날씨를 확인하고 스틱이나 배낭 등 기본 장비를 점검하는 게 안전하고 즐거운 등산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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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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