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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만 노나? 어른도 좀 놀자!

 

한겨레 / 2011-05-05 14:55

 

 


[매거진 esc] 장난 아닌 아저씨들의 장난감 ‘RC 헬기’

‘병동’과 ‘황량한 들판’을 헤매는 어른의 비행… 기술 익히기 어렵지만 빠져들면 헤어나기 힘들어

하늘 푸르고 들도 푸른 오월. 높고도 푸른 오월 하늘 올려다보며 아이들보다 더 들뜨는 어른들이 있다. 무선조종 헬기·비행기 날리는 재미에 중독된 ‘RC(Radio Control) 환자(마니아)’들이다. 바람 잔잔한 주말이면 이들은, 일주일 내내 애지중지 매만져온 헬기·비행기를 들고 ‘병동’(모형항공기 판매·수리 매장)과 ‘황량한 들판’(무선조종 항공기 비행장)을 헤맨다. “환자라도 좋아요. 빠져드니 세상에 이것보다 더 재밌는 게 없데요. 어릴 때부터 동경해 오던 꿈을 이뤘다고나 할까요.”

‘RC항공기’에 빠져드는 이들이 늘고 있다. 요즘 강변이나 해안 갯벌, 널찍한 논밭 등 시야가 확보되고 인적이 드문 빈터를 찾는다면 삼삼오오 모여 무선조종 헬기·비행기를 날리며 즐기는 이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고 싶은 꿈을 또다른 방법으로 실현하는 이들이다. “어른이 되도록 쌓이기만 했던 스트레스 푸는 데 최고죠.” “하늘을 날아다니고 싶던 욕구가 이제 풀리는 듯합니다.” “장난감놀이 같다고요? 고난도 비행기술이 장난이 아닙니다.”

성능 좋아지고 가격까지 낮아져 인기 폭발
마니아들이 한결같이 칭송해 마지않는 ‘RC항공기’는 리모컨으로 전파를 쏘아 모형 비행체를 작동시켜 갖가지 기술을 구사하며 즐기는 레저활동이다. 수천곳에 이르는 무선조종 항공기 인터넷 동호회가 각각 수백명에서 최대 2만명에 이르는 회원을 거느리고 활동중이고, 전국 200여개의 ‘RC 매장’들도 저마다 동호회를 만들어 성업중이다. RC 동호인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건, 날리는 재미 말고도 배터리 성능 개선, 다양한 기종 출시, 가격대의 하향 안정 등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선조종 주파수대의 안정으로 사고 위험성도 크게 줄었다. 2년 전까지도 주변 무선 비행기들이 서로 영향을 받는 72㎒ 송수신기가 많았으나, 주파수 대역이 넓은 2.4㎓ 송수신기로 바뀌면서 주파수 혼선으로 오작동할 위험이 현저히 줄었다고 한다. 5월1일 오후, 경기도 시흥시 포동 옛 염전 터 갯벌 이른바 ‘포동 비행장’ 들머리(사진 아래). 무선조종 헬기 마니아 오원석(45·어학원 운영)씨가 차에서 날렵하고도 멋지게 생긴 전동 헬기 두대를 꺼냈다. 대만 제품인 ‘티렉스 600’(길이 130㎝가량)과 유일한 국산 헬기인 ‘빔 450’(길이 65㎝가량)이다. 장애물이 없는 평지에 ‘빔 450’ 전동 헬기를 내려놓은 그는 5m쯤 뒤로 떨어져 무선조종기의 ‘스로틀 스틱’을 천천히 밀어올렸다. 순간, 헬기 날개가 맹렬하게 회전하며 천천히 기체가 떠올랐다. 떠오른 것도 잠시, 헬기는 순식간에 앞으로 날아가더니 곧바로 현란한 곡예비행을 펼치기 시작했다. 강한 바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씨는 원 그리기, 8자 비행, 수직으로 오르내리기, 배면비행에다 기체를 회전시키는 고난도 기술까지, 눈이 어지러울 정도의 기교를 선보였다. 정확히 5m 앞 이륙한 자리에 헬기를 사뿐히 안착시킨 오씨가 말했다. “비행 원리나 기체, 부품 등이 실제 헬기와 거의 같습니다. 내 손으로 조립한 기체를 직접 조종해 하늘로 띄우고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게 매력이죠.” 자동차·비행기·선박·헬기 등을 아우르는 RC 세계에서 ‘RC헬기’는 ‘무선조종 모형의 꽃’으로 불린다. 기술을 익히기 어렵지만, 한번 빠져들면 지루함을 느낄 틈 없이 몰두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보통 RC자동차로 시작해, 비행기를 거쳐 헬기로 넘어가게 된다고 한다. 저마다의 재미가 있지만, 고난도의 기술을 발휘하며 느끼는 쾌감이 헬기를 만나면서 정점을 이룬다는 게 마니아들의 중론이다. 3년 전 ‘RC헬기’를 시작한 뒤 아예 매장을 차려놓고 동호인들과 거의 매일 비행에 나선다는 양창성(58·보습학원 운영)씨는 “RC헬기는 조종 기술이 어려워 더욱 파고들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일단 재미에 빠지면, 거의 주말마다 ‘전용 비행장’이나 RC 매장에서 살게 된다. 동호인들이 매장에서 ‘살게’ 되는 이유는, 비행 전후에 부품을 조달하거나 수리를 하기 위해서다. 마니아들은 최신 기종이나 비행기술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고 한 매장을 단골로 정해놓고 드나든다. RC항공기에서 얻는 즐거움은 사람마다 다르다. 공간을 넓게 쓰는 비행으로 선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이가 있는가 하면 좁은 공간에서 고난도의 기술을 연출하는 재미에 푹 빠진 이들도 있다. 직접 갖가지 기종을 조립하기만 하고 날리는 덴 관심이 없거나, 남들이 만들어놓은 기체나 부품들을 모으기만 하는 이도 있다. 일부 마니아들은 ‘규모의 비행’을 추구해 길이 3m가 넘는 초대형 RC항공기만을 선호하거나, 요트·잠수함 등 ‘남과 다른’ 종목에 빠져들기도 한다. 전동 헬기가 대세를 이루면서, 연료와 펌프·스타터 등 준비물이 많고 사후 정비에 손이 많이 가는 엔진 헬기는 사양화하는 추세다. 그러나 특유의 강력한 엔진 소리나 내뿜는 연기 등에 매력을 느껴, 엔진 헬기를 고집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기종·부속품에 과욕 부렸다간 ‘종점’
새 기종, 새 부속품에 과욕을 부리게 되면 ‘종점(취미생활의 끝)’이 금세 다가온다. 양창성씨는 “부속 교체와 새 기종 구입에 집착하다 보면 ‘종점’까지 가는 데 4,000만~5,000만원은 족히 처박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적당히 즐기는 선에서 안정하는 것이 본인과 가정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고수들이 고수 칭호를 얻기까지는 당연히 남다른 ‘고난 극복 훈장’들이 따라붙는다. “고수가 됐다는 건 그만큼 기체를 많이 해먹었다(부서뜨렸다)는 뜻이기도 하다.”(RC 매장 헬리탑에서 만난 자칭 고수 회원) 또 “고수가 되려면 설거지 등 집안일에서도 고수가 돼야 한다”는 게 일치된 목소리다. “매주말 취미가 다른 아내와 아이들을 집에 두고 나서려면, 알아서 척척 집안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가정의 달이자 징검다리 휴일이 많은 오월, ‘가족 사랑의 고수’가 되기 위해 ‘RC 세계’에 첫발을 내디뎌보는 건 어떨까. 자녀들 손 잡고 주변 완구점이나 RC 매장에 들러 무선조종 비행기·헬기를 하나 골라 보는 게 출발점이다. 온 가족이 한적한 야외로 나가 비행 원리 등을 배우고 자연을 즐기며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가족 취미생활이 될 듯싶다. 그러나 잊지 마시길. ‘병동’에서 생활하는 ‘환자’들도 처음엔 “자녀에게 장난감 헬기 사주러” 갔다가 ‘환자’로 전락한 경우가 대부분이니. 그러므로 성공한 ‘가족 사랑 고수’들의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주말엔 무조건 가족과 함께 나서라. 일부 시간만 함께 비행을 즐기고 이동하라. 아내와 아이들에게 배려하라. 배려하지 않는 고수는 ‘중증 환자’일 뿐이다.”

RC는 □□□다

RC 기술은 참는 기술
RC 실력은 인내심이 좌우한다는 말. 떨어지고 깨지고 부딪치면서도 끈기와 인내심을 갖고 연습해야 실력으로 연결된다는 뜻.

RC는 손가락 끝에 나무젓가락
작고 가벼운 기체를 중심 잡아 날리는 것이, 크고 무거운 기체보다 더 어렵다는 뜻.

RC 고수는 설거지 고수
주말마다 집을 비우려면 아내를 위해 설거지·청소 등 집안일에서도 고수가 돼야 한다는 뜻.

RC 첫 경험은 쟁반 가운데 구슬 중심잡기
무선조종 헬기를 처음 띄울 때 매우 어렵다는 뜻.

 

RC 환자 만든 건 아이들?
대개의 아빠들이 자녀에게 무선조종 장난감을 사주러 완구점에 들렀다 아이보다 본인이 더 깊이 빠져든다는 뜻.

RC 중국산 구입은 뽑기
저가의 중국산 헬기·비행기들이 대체로 고장이 잦고 부실하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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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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