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여 욕심내지 마라, 4채널이면 충분하다
한겨레 / 2011-05-05 12:25
[매거진 esc] RC헬기 입문법… 값싸고 정교한 대만산부터, 국내산도 손색없어
호사 취미. 여유 많은 분들이 즐기는 호사스런 취미다. 몇년 전까지도 무선조종(RC) 항공기에 대한 인식이 그랬다. 제법 흥미를 돋울 만한 크기의 기체와 조종기 등을 장만하려면 몇백만원대를 넘어섰다. 물론 지금도 기종과 성능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2~3년 전부터 값싸고 다양한 무선조종 헬기·비행기들이 쏟아지면서 초보자들도 큰 부담 없이 입문할 만한 레저활동으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기본적인 움직임이 가능한 4채널 기종의 경우 10만원대부터 시작되는 것들이 많고, 수십만원대면 고수급들이 쓰는 중형 기종을 고를 수도 있게 됐다. 날리는 재미와 고난도 기술 습득의 힘겨움을 동시에 안겨준다는 ‘무선조종기의 꽃’ 무선조종 헬기와 그 입문 방법을 알아본다.
⊙ 무선조종 헬기의 이해
본디 항공연료를 쓰는 엔진 항공기 날리기를 취미로 삼는 이들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최근 들어 리튬 전지를 쓰는 고성능·대형 전동 헬기·비행기들이 쏟아져나와 마니아층을 두텁게 하고 있다. 애초 한국전쟁 직후 미8군을 통해 처음 국내에 들어온 모형 엔진항공기들은 당시 값이 집 한 채와 맞먹을 정도여서 극히 일부 계층만 즐겼다고 한다. 최근 미국·일본·독일산의 정교하고 대형화된 전동 헬기·비행기들과 곡예비행이 가능한 다채널 무선조종기 제품이 들어오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미·일·독 등이 장악하던 전동 항공기 시장은 몇년 전부터 값이 저렴한 대만·중국 제품 출시가 봇물을 이루며 대중화에 큰 구실을 하고 있다. 국산 무선조종 헬기는 중형인 450급 ‘빔’이 유일하다. 기본적으로 수신기인 기체와 송신기인 무선조종기로 구성된다. 무선조종기는 자동차든 비행기든 요트든 두루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다. 3채널 이하는 어린이 장난감용이고, 4채널 이상이 성인용이다. 요즘 대세를 이루는 전동 헬기의 경우 숙련자들은 6~14채널의 조종기를 쓴다. 1채널은 기체의 한가지 동작을 뜻한다고 보면 된다. 기체를 띄우고, 앞으로 가고, 뒤로 갈 수 있게 하는 조종기라면 3채널짜리다. 여기에 기체를 좌우로 회전시키고, 앞뒤로 회전하고, 날개 경사도를 조절해 역회전을 시킬 수 있다면 6채널짜리가 된다. 각 동작들을 연결시켜 응용하면 10여가지 고난도 기교를 부릴 수 있다. 초보자용으론 동축반전 헬기 등 4채널급 헬기가 알맞다. 동축반전 헬기란 메인 날개가 돌아가며 기체가 반대로 돌려는 힘을 받는데, 날개 밑에 반대로 도는 보조 날개를 달아 이를 잡아주도록 한 헬기다. (5채널급부터는 꼬리 쪽 날개가 잡아준다)
⊙ 얼마나 멀리 날릴 수 있나
기체를 무선조종할 수 있는 거리는 송수신기의 가격에 따라 달라진다. 대체로 중급 이상의 헬기·비행기는 원칙적으로 최장 4㎞까지 조종이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론 기체 크기 때문에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는 거리까지만 조종할 수 있다. 기체가 어떤 상태로 비행하는지 보이지 않으면 추락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헬기의 경우는 일정한 주행을 할 수 있는 비행기와 달리, 조종자가 헬기 자세와 진행 방향을 놓치기 쉽다. 따라서 중형 이상의 헬기는 600m 정도를, 작은 기체라면 100~200m를 안정적인 조종 거리로 본다. 비행기를 1년여 즐기다 헬기로 돌아서 4년째 즐기고 있다는 김형석(네이버 카페 ‘헬리웨이’ 매니저)씨는 “아무리 멀리 날릴 수 있다 해도 육안으로 볼 수 없다면 조종기도 무용지물”이라며 “사고 위험도 있으므로 조종자는 기체의 자세와 진행 방향을 놓쳐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 기종과 가격
전동헬기는 기체 크기에 따라 100, 250, 450, 500, 600, 700급 등으로 나뉜다. 숫자가 클수록 크다. 6채널에서 가장 작은 450급의 경우 기체 길이는 60~70㎝가량, 로터(날개) 반지름이 35㎝쯤 된다. 700급은 기체 길이가 1m30㎝에 이른다. 처음엔 작은 기체로 연습하는 게 좋다. 작은 기체가 더 어렵지만, 익히고 나면 큰 기체는 다루기가 훨씬 쉬워진다고 한다. 몇년 전까지는 미국·일본·독일의 전동헬기들이 주류였지만, 요즘 헬기 마니아들은 비교적 값도 저렴하고 정교한 대만산 ‘티렉스’를 쓰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들이 애착을 갖고 기본적으로 한대씩 보유하고 있는 기종이 있다. 유일한 국산 전동헬기 ‘빔 450’이다. 외국산에 비겨 성능·값·내구성 등에서 손색이 없는 제품이라는 게 중론이다. 값은 기체만 26만원 선인데, 6채널 무선조종기(30만~40만원대)와 모터·수신장치·배터리·충전기 등을 포함하면 대략 70만~140만원대가 들어간다고 한다. 올 상반기 중엔 ‘빔 600’이 출시될 예정이어서 마니아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고수들은 초보자용으로 4채널 중국산 헬기를 권한다. 조종이 쉽고 값이 싸기 때문이다. 중국산 6채널급 기체는 대체로 내구성과 정밀성이 떨어져 “한번 구입하면 심한 마음고생을 겪어야 하는 애물단지”지만, 4채널급은 그런대로 쓸 만하다고 한다. 중국산 웰케라, 이스카이 제품의 경우 부속 기기 포함해 10만원대부터 구입할 수 있다. 제품은 조립 키트로 나오는 것도 있고, 거의 완제품 상태로 나오는 것도 있다. 무선조종기 매장에서 조립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초보자들이 전동헬기에 입문해 안정적으로 취미생활을 하려면, 동호회에 가입하거나, 고수들의 조언을 얻으라고 권한다. 여러가지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고, 기체를 추락시켜 손해를 입거나, 중복투자를 되풀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처음 무선조종 비행기를 배우다 헬기로 옮겨오는 이들이 많은 가장 큰 이유는 비행기를 날릴 때마다 기체를 망가뜨리게 돼 계속 새로 구입하는 일을 겪으면서라고 한다. 비행기는 이륙은 쉬우나 착륙이 어려운데다, 추락하면 날개와 기체가 큰 손상을 입어 그걸로 끝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에 비해 헬기는 착륙이 쉽고 추락해서 날개가 부러지더라도 교체할 수 있어 손실이 적은 편이다.
⊙ 어디서 날리나?
무선조종 헬기·비행기를 위한 공식 비행장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동호인들이 자연스럽게 인적이 뜸하고 장애물이 없는 널찍한 들판을 찾아 비행에 나서면서 만들어진 장소를 ‘비행장’으로 부른다. 대개 도심을 벗어난 널찍한 강변 둔치, 야산 자락 빈터, 바닷가 갯벌 주변, 평야지대의 논밭 주변 등이 비행장으로 선호된다. 서울 도심엔 사고 위험이 높아 기체를 날릴 만한 장소가 없다. 수도권 주변에 동호인들이 찾아가는 곳으로 화성 시화호 주변, 시흥 포동 일대 옛 염전터와 논밭, 미사리 상류 쪽 한강 둔치, 청평 신청평대교 밑 둔치, 김포의 일부 논밭 등을 꼽을 수 있다. 헬기와 비행기 동호인들은 이들 비행장에서 자연스럽게 구역을 나눠 비행을 즐긴다. 시흥 포동비행장의 경우 다섯 구역이 있는데, 두 구역은 비행기 동호회들이, 세 구역은 헬기 동호회들이 사이좋게 나눠 사용한다.
초보자가 알아둬야 할 5가지
1. 동호회에 가입하라. 혼자 하면 몇달을 해도 발전하기 어렵다.
2. 무선조종 매장을 자주 찾아라. 정보의 보고다. 고수들의 금쪽같은 조언도 들을 수 있다.
3. 비행장도 자주 찾아 현장을 보고 듣고 배워라.
4. 싸구려 기체부터 시작하라. 헬기의 경우 4채널 동축반전 헬기가 무난하다. 무엇보다 추락해 쓰레기가 돼도 덜 아깝다.
5. 동호회 카페에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충분히 연습한 뒤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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