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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17) 황희정승 후손들이 500년 빚어온 문경 호산춘
경향신문 / 2005-06-2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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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대있는 가문의 기품있는 술
호산춘은 조선초 명재상 황희 정승의 증손인 황정이 경북 문경시 산북면 대하리에 집성촌을 이뤄 살면서부터 황정을 입향조로 하는 장수 황씨 사정공파 종택에서 전승돼온 가양주다. 이 문중은 가세가 넉넉하여 호산춘을 빚어서 제사나 손님맞이에 사용했다. 지금도 각종 제사 때는 물론 해마다 음력 2월 황희 정승의 생신일이면 전국 각지에서 자손들이 모여 이 술로 제사를 지낸다.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들다는 새재의 고장에서 오랜 세월 사대부들이 청풍명월을 벗삼아 이 술을 즐겨왔다. 그래서 호산춘에는 선조의 멋과 풍류, 세월의 깊이가 담겨 있다. 황씨 문중의 가양주가 오늘날 전통 민속 명주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정부의 민속주 발굴정책에 따라 제조면허가 나면서부터다. 1987년 교통부장관의 추천으로 89년 시험 제조와 주질 검사를 거쳐 90년 제조면허가 나 전통주로 조명받게 됐다. 이듬해인 91년에는 경북도무형문화재 제18호로 지정됐으며 21대 종부 권숙자씨(74)가 기능보유자다.
황씨 고집이 지켜온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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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잎, 전통 도자기 등이 빚어내는 풍류
호산춘은 제조 과정이 조금 복잡하고 까다롭다. 우선 멥쌀을 하룻밤 불려 갈아서 백설기를 만든다. 이를 누룩과 반죽해 독에 넣고 1주일에서 10일가량 서늘한 곳에서 발효시키면 밑술이 된다. 밑술이 잘 익을 즈음 찹쌀을 하룻밤 불려 보드라운 생솔잎을 깔아놓고 고두밥을 찐다. 고두밥에 끓인 물을 부어 고루 섞어 식힌 뒤 앞서 만든 밑술을 부어 혼합해 다시 단지에 넣고 20일가량 숙성시킨다. 잘 익으면 광목자루에 담고 돌을 올려 기름짜듯 서서히 눌러 짜낸다. 이를 받아서 두달정도의 후숙 기간을 거친 뒤 여과지로 걸러내면 황국을 우려놓은 듯 맑고 투명한 담황색의 호산춘이 된다. 수율이 1:1로, 사용한 곡류의 양만큼 술이 나온다. 솔잎이 들어가기 때문에 솔잎 특유의 향과 오장을 편안하게 하는 ‘건강주’로 인기가 높다.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집에서만 팔고 있으며 유리 병으로 된 700㎖짜리(9천원)와 민요(民窯)로 유명한 이 고장의 전통 도요지에서 만든 도자기에 담은 900㎖짜리(1만4천원)가 있다. 향이 그윽하고 맛이 부드러워 맵거나 짠 음식보다는 담백한 안주가 어울린다. 육포나 회, 쇠고기 산적 등이 좋다. 전통 ‘망댕이 가마’에서 구워낸 술잔으로 물 맑은 이 고장의 송어회를 안주삼아 호산춘을 한잔 하노라면 신선이 따로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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