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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15) 맑은 산성물로 빚은 남한산성 소주
경향신문 / 2005-06-1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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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향과 맛
‘누룩이 좋으면 맛있는 술은 저절로 따라붙게 된다’ 남한산성 소주는 누룩과 술을 빚을 때에 재래식 엿을 사용한다. 전통 술을 빚을 때 당화력(糖化力)을 강화하기 위해 엿기름을 넣는 경우는 있지만 누룩을 빚을 때부터 곧바로 엿을 넣는 경우는 드물다. 남한산성 소주의 맛과 향이 독특한 것도 이 누룩 때문이다. 한모금 마시면 엷은 전류가 흐르는 듯하고, 혀끝이 알싸해지면서 입안 가득히 환하게 퍼진다. 그러면서 여인의 향기와도 같은 알듯 모를 듯한 그윽한 향기가 배어나오는데 그 향과 맛을 음미할 만하다. 처음 거른 술은 알코올 도수가 85% 이상이다. 나중에 점차 주정도가 낮아지므로 이를 섞어 40%가 되도록 한다. 용기에 담은 후 밀봉만 잘해두면 오래 저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술맛이 무르익어 소주의 맛은 더욱 좋아진다. 죽엽색의 아름다운 빛깔을 간직한 산성소주는 다른 약재가 들어가지 않는 ‘맑은 술’이다. 높은 알코올 함량에도 불구하고 맛은 아주 부드럽다. 특히 아무리 많이 마셔도 숙취가 없어 애주가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여러가지 유기질과 각종 향미 성분이 다양하게 함유돼 있어 적당히 마시면 식욕 증진, 혈액순환 촉진, 피로회복에 효과가 있다.
유래
흔히 산성에서 만든 술하면 성벽을 쌓던 노역자나 성벽을 지키던 무인들이 힘겨운 노동을 위로하기 위해 마시던 ‘막술’쯤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남한산성 소주는 이러한 산성 술과 차원이 다르다. 남한산성은 작은 서울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숙종때 이미 1,000호가 모여 살던 번성했던 곳이다. 서울에 근접해 부자가 많았던 이곳은 수준높은 문화생활을 누렸다고 한다. 남한산성 소주의 족보는 희미하지만 그 안에서 배태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여유있는 생활을 하던 이들이 궁중식을 본뜬 음식을 만들어 먹고 건강주로 산성소주를 만들어 마시면서 유래돼 조선말기까지 널리 애용됐다고 한다. 그러나 남한산성에 대대로 살면서 술을 빚었던 이종숙씨(1960년대 작고)가 서울 송파구로 이사를 해 양조장을 경영하면서 한때 술 이름도 ‘백제소주’로 바뀌기도 했다. 지금도 송파에 살고 있는 나이든 사람들은 이 백제소주를 기억한다. 이종숙씨가 술도가를 그만둔 뒤로 그 술도가에서 술을 빚었던 강신만씨(1971년 작고)가 둘째 아들인 강석필씨(70)에게 술 빚는 법을 전수했다. 강석필씨는 아버지에게 배운 술을 재현하여 1994년에 경기도 무형문화재 13호, 남한산성 소주 기능보유자가 되었다. 지금은 아들 용구씨가 그 뒤를 이어가고 있어 3대가 남한산성 소주 기능 보유자가 됐다.
붕어찜과 생선회 등 안주가 별미
산성소주는 알코올 도수가 높은 만큼 안주로는 육류가 무난하다. 하지만 남한산성 소주의 진수를 맛보려면 쏘가리회 등 생선회가 좋다고 애주가들은 평한다. 입안을 개운하게 하면서 소주의 독특한 향취를 더 음미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물좋은 팔당호에서 갓 잡아올린 싱싱한 참붕어로 만든 매콤하고 담백한 ‘붕어찜’ 요리는 최고의 안주로 꼽히고 있다. 남한산성 소주는 200·400·700㎖ 짜리 세종류가 있는데 수작업으로 만드는 관계로 생산량이 그리 많지 않아 면세점 또는 우체국 쇼핑 등을 통하면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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