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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41) 부산 ‘천년약속’

 

경향신문 / 2005-12-13 16:48

 

 


혈전, 즉 혈관 속의 엉겨 붙은 핏덩이를 녹이는 술이 있다. 부산에서 열린 200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만찬에서 건배주로 등장, 일약 명주(銘酒) 반열에 오른 상황버섯 발효주 ‘천년약속’이다. 만찬장의 건배주 이야기가 언론에 소개되고 혈전 용해 효과가 알려지면서 정상회의 이후 천년약속은 전 세계로부터 주문이 쇄도해 주문량을 소화하지 못할 정도다.

대학교수가 항암물질 찾다 개발
‘천년약속’은 동의대 생명응용과학과 정영기 교수의 뜻하지 않은 발견으로 탄생했다. 정교수는 지렁이와 볏짚에서 발견한 ‘콩 발효 세균’으로 기존의 것보다 최고 36배나 분해효과가 높은 혈전용해제를 개발한 미생물학의 권위자. 1998년 상황버섯에서 항암물질을 찾던 정교수는 우연히 버섯 균사체 배양액에서 술 냄새가 나는 것을 느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알코올 농도를 측정한 결과 0.5%라는 수치가 나왔다. “‘알코올을 만드는 것이 효모’라는 것은 상식이었기에 전문가들조차 제 말을 믿지 않았어요” 정교수는 버섯 균사체가 알코올을 만든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실험을 거듭했다. 항암물질 추출은 제쳐 놓고 말았다. 배양액 등을 조금씩 바꿔가면서 실험한 결과 1999년에는 알코올 농도를 8%까지 올리는데 성공했다. 정교수는 2000년 3월에는 ‘버섯 균사체가 분비하는 알코올의 생산과 이를 이용한 기능성 주류 개발’ 특허를 출원, 2004년 특허를 받았다. 1,000년이 넘는 오랜 세월동안 변하지 않는 맛과 건강을 챙기는 술이라는 뜻으로 ‘천년약속’이란 이름을 지었다.

혈전제거에 좋은 상황버섯 발효주
상황버섯은 나무 그루터기에 혓바닥을 내민 모습을 하고 있어 수설(樹舌)이라고 불린다. 항암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약재로 쓰인다. 대량 재배가 어려워 고가에 거래되는데다 일반인은 진품 여부를 가리기 어려운 버섯이다. 천년약속은 이같이 약재로 여기는 상황버섯으로 빚은 술이다. 상황버섯이 원료는 아니다. 술의 원료는 쌀이 100%다. 효모를 이용해 술을 만드는 일반적인 약주와 달리 천년약속은 상황버섯의 균사체가 발효원이다. 상황버섯에서 세포를 떼어내 균사체를 배양한 뒤 ‘알코올데히드로게나제’라는 효소를 추출, 쌀과 함께 발효시켜 떠낸 술이다. 동의대 한방병원 실험 결과 천년약속은 혈전생성 억제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면역기능을 활성화하는 β-글루칸이 다량 함유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다른 술에 비해 콜레스테롤 증가치가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술이기 때문에 과음이 좋을 리는 없다. 쌀과 상황버섯으로 만든 술이어서 부드러움과 버섯의 향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점이 다른 약주와 차이다. 현재는 부산 기장군의 (주)천년약속(대표 김성열)에서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고 하루 7,000병가량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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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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