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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42) 강원 횡성 ‘청일하향주’

 

경향신문 / 2005-12-27 15:30

 

 

우리나라에 복분자(覆盆子:산딸기)를 주원료로 한 술들이 의외로 많다. ‘병약하던 아이가 스님의 권유로 산딸기를 장복한 후 소변을 보니 요강이 뒤엎어질 정도로 건강해 졌다’는 민담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복분자는 퍽 오래전부터 유명세를 타 왔다. “양기를 북돋우고 피를 맑게 해준대…. 머리털을 희지 않게 하는 미용 효과도 있다고 하는데 좋겠지 뭐.” 민담뿐 아니라 동의보감, 본초강목 등을 통해 복분자의 효능이 널리 알려지다 보니 이를 이용한 술도 자연스럽게 많아졌다. 그러나 복분자에 여러가지 한약재를 첨가해 만든 민속주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강원 횡성군 (주)원앤원·하향주가에서 생산중인 ‘청일하향주(晴日荷香酒)’는 복분자를 주원료로 새로운 맛을 찾아낸 알코올 도수 18%의 술이어서 애주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청일하향주는 누룩에 국화꽃, 약쑥, 인동초 등을 섞어 전통적인 방법으로 빚어내는 대구 달성의 하향주(荷香酒)와 이름이 비슷하나 생산 공정 및 맛이 전혀 색다른 술이다.

아름다운 빛깔과 7가지 맛 어우러져
새색시의 볼처럼 발그스름한 빛깔의 이 술은 (주)원앤원 대표인 이형익씨(55)가 전통비법을 바탕으로 3년여간 연구 끝에 제조에 성공, 1999년 첫선을 보인 술로 복분자를 비롯, 16가지 한약재가 첨가돼 있다. 남성호르몬 분비촉진과 양기, 음기 모두를 북돋워준다는 ‘사상자’, 조루나 유정에 좋은 ‘토사자’, 강장에 좋다는 ‘오미자’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여러가지 약재를 첨가하다 보니 쓴맛 단맛 신맛 등 7가지 맛이 공존하는 듯한 오묘한 맛을 낸다. 그 중 포도당, 과당, 펙틴과 레몬산, 살리실산, 카프론산 등 유기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복분자의 특성으로 인해 단맛이 돋보이고 와인과 같이 부드러워 여성들의 취향에도 맞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전통의 맛을 살리기 위해 주로 횡성지역에서 재배하는 토종 복분자 사용을 고집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복분자 사용량만 연간 4t에 달한다. 청일하향주는 95%의 주정에 물을 부어 희석한 다음 복분자와 한약재를 첨가해 6개월간 숙성시켜 침출한 원액에 각종 감미재를 첨가해 만들어진다. 이형석 대표는 “절묘한 맛을 내기 위해서는 가미·여과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며 “쓴맛을 줄이고 향을 높이기 위해 연간 5t가량의 배를 구입, 즙을 낸 후 숙성시켜 사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그는 청일하향주의 맛을 결정하는 몇가지 중요 비법은 절대 공개할 수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특히 까다로운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3년 전부터 굴지의 주류회사 연구실에서 25년간 일해온 주조사를 상무로 영입, 뒷맛이 깨끗하고 마시고 난 후 숙취감이 없는 현재의 ‘청일하향주’를 만들어 냈다.

와인처럼 부드러워 여성들도 좋아해
이대표가 내세우는 또 하나의 자랑은 술맛을 배가시키는 청정한 물이다. (주)원앤원·하향주가의 자동화 생산 시설이 들어서 있는 곳은 횡성군 청일면 갑천리 태기산 자락이다. 삼한시대 말기 진한의 마지막 왕인 태기왕이 성을 쌓고 군사를 길러 신라군에 대응했다는 태기산(해발 1,261m) 주변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샘물은 최고의 물맛을 자랑한다. 게다가 청일면 일대는 횡성댐 건설로 대부분이 상수원 규제를 받고 있어 오염원이 원천 차단돼 양질의 물을 계속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곳이다.청일하향주를 접해본 애주가들은 “가족이 함께 모여 회 등을 즐기며 부담없이 마시기에 적당한 술”이라고 입을 모은다. 330㎖(4,500원), 500㎖(8,300원) 두가지 종류로 구성돼 있으며 전국에 13개 지사와 60여개 대리점이 있다. 033-342-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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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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