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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케’는 차갑게 마시는 게 정석… 제품마다 음용법 달라

 

동아일보 / 2016-01-04 11:29

 

 

 

도정율·주조법·원료 따라 분류… 다이긴죠는 최상품, 국내에는 300종 공식 수입

따뜻하게 데워진 사케는 겨울철 차가운 바람으로 얼어 붙은 몸을 녹이는 데 제격이다. 풍부한 향미를 가진 사케는 겨울과 어울린다. 국내에서는 고급술로 인식돼 있지만 일본에서는 누구나 마시는 대중적인 술이다.

본래 사케(酒)는 일본 술을 총칭해 부르는 말이다. 일본인들은 사케를 니혼슈(日本酒) 또는 세이슈(淸酒)라고 칭한다. 최근에는 와인, 위스키, 맥주 등처럼 일본 술을 통칭하는 말로 명사화됐다. 일부 사케는 따뜻하게 데워 먹어야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지만 대부분은 차게 마셔야 제맛이 난다. 사케의 강한 향을 없애고 싶다면 사람 체온과 비슷한 온도에서 데우는 게 좋다.

국내에 처음 들어온 사케는 주로 고급주였다. 고가의 사케를 접하고 그 맛에 익숙해진 소비자가 수준에 맞는 것을 찾으면서 고급주 대접을 받았다. 최근에는 저렴하고 질 좋은 사케가 소개되면서 점차 대중화되고 있다. 국내에는 약 200~300종이 공식 수입되고 있다.

사케는 맥주나 와인과 비교해 도수는 높으며 반주로 즐기기 적합하다. 평균 도수는 15~17˚도로 소주보다 약간 낮다. 일본에서는 사케에 등급을 매겨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사케 라벨 속에는 일본 주도가 +,- 수치로 표시돼 있다. + 수치가 높을수록 맛이 쓰고 - 수치가 높을수록 단맛이 난다. 사케를 처음 맛 보는 초보자들은 -2가 적절하다. 마실 때 먼저 코로 향을 느끼고 입 안에 술을 담고 입 전체를 굴리면서 뒷 맛을 느껴야 한다.

사케는 기본적으로 쌀과 누룩으로 빚는다. 한국 청주와 만드는 법이 비슷하다. 사케의 종류에 따라 부재료가 들어간다. 고급 사케일수록 사케 전용 쌀을 사용한다. 사케 전용 쌀마다 개성이 달라 인기 좋은 품종을 차지하기 위한 양조장 간 경쟁이 치열하다.

사케를 만드려면 우선 쌀의 겉면을 도정(精米)해야 한다. 도정을 거치지 않은 쌀을 사용하면 술에 잡맛이 나기 쉽다. 도정율에 따라 사케의 맛은 천차만별이다. 같은 비율로 도정된 것이라도 쌀의 종류와 산지에 따라 등급에 차이가 난다. 사케 원료의 80%를 차지하는 물도 중요하다. 사용되는 물에 따라 사케 맛이 달라진다. 연수(칼슘이온이나 마그네슘이온의 함유량이 적은 물)를 사용하면 달콤하고 여성적인 맛이 난다. 반면 경수(칼슘이온이나 마그네슘이온 함유량이 높은 물, 센물)를 넣으면 감칠맛이 도드라진다. 탄산수를 이용하면 상쾌한 느낌의 사케를 만들 수 있다.

사케는 도정율, 주조기술, 원료 등에 따라 다양한 풍미와 향기를 가진다.  도정율이 50%인 것은 ‘다이긴죠(大昑釀)’다.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발효시킨 고급 사케로 우아한 향미와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 40% 가량 도정한 것은 ‘긴죠(昑釀)’다. ‘음미하며 양조한다’는 뜻으로 과일과 같은 화사한 향이 난다. 30%인 것은 ‘후츄슈(普通酒)’다. 가격대가 저렴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다이긴죠나 긴죠에 비해 사케 특유의 섬세한 맛을 즐기기는 힘들다.

사케는 주조기술에 따라 ‘나마자케(生酒)’, ‘나마죠조슈(生貯藏)’, ‘고슈(古酒)’ 등으로 나뉜다. 나마자케는 발효 후 미세필터를 거쳐 미살균된 채 병에 담긴 것으로 풍미 있고 신선하며 부드럽다. 나마죠조슈는 발효 후 병에 담기 전 저온살균한 것으로 과일향을 가진 게 특징이다. 고슈는 사케를 장기간 숙성시킨 것으로 일반 사케에서 맛볼 수 없는 중후한 향미를 맛볼 수 있다.

원료에 따라서는 ‘쥰마이슈(純米酒, 순미주)’, ‘혼죠조슈(本釀造酒, 본양조주)’, ‘후츄슈(普通酒, 보통주)’ 등으로 구분된다. 쥰마이슈는 쌀로 빚은 사케란 뜻으로 고도의 기술과 정성이 필요하다. 주원료인 쌀의 맛이 느껴져야 하며 제품마다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혼죠조슈는 정석으로 빚은 사케란 의미로 양조알코올을 첨가한다. 쌀 1t당 120ℓ미만으로 첨가율을 제한한다. 좋은 비율로 조합된 사케는 고급스러운 향을 지닌다. 후츄슈는 일본에서 80% 이상 소비되는 술로 특별히 결정된 도정율이나 주조법은 없다.

흔히 국내에서는 사케가 정종(正宗, 마사무네)으로 알려져 있다. 정종은 사케 브랜드 중 하나로 국내에 최초로 들어온 사케 중 하나다.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부산에 한국 최초의 사케 공장을 세웠는데, 이 곳에서 만들어진 사케 브랜드가 정종이었다. 이같은 이유로 한국에서는 정종이 사케와 같은 의미로 불려졌다.

사케는 호리병 모양의 도쿠리에 옮겨 담고 오초코라는 작은 잔에 따라 마시는 게 기본적인 음용법이다. 뜨거운 사케를 마실 때는 마쓰잔(잔을 받치는 나무통)을 이용하는 게 좋다. 사케 음용 온도에 따라 특화된 잔을 사용하는 게 정석이다.

최근 일본은 일본 내에서 생산된 쌀과 물을 이용한 술만 사케(니혼슈)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제도 개정을 추진 중이다. 미국, 호주, 베트남 등에서는 일본 내에서 생산되는 사케와 같은 방법으로 술을 주조해 판매하고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일본 이외의 지역에서 만들어진 것은 ‘라이스 와인(rice wine)’으로 불릴 가능성이 높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산지와 품질을 연결짓는 지리적 표시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코냑(브랜디), 샴페인(스파클링 와인) 등이 제도의 영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사케란 이름은 지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므로 코냑과 브랜디 관계처럼 니혼슈와 사케가 지리적 표시제로 용인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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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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