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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물과 찬 물을 섞으면 미지근한 물이 된다. 이처럼 온도가 다른 두 물체가 열적으로 서로 접촉하면 더운 것은 차가워지고 차가운 것은 더워지는 열전달 현상이 일어난다. 열전달(heat transfer)에는 전도․대류․복사 세 가지 방법이 있으며 흔히 한 가지 이상의 방법이 복합되어 일어난다. 이 글에서는 전도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전도란 물체간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서 열이 전달되는 것

전도(conduction) 또는 열전도(heat conduction)는 물체간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하여 열이 전달되는 것이다. 뜨거운 온돌방에 앉아 있으면 엉덩이가 뜨거워지는 것처럼 물질의 직접적인 이동을 수반하지 않고 접촉하고 있는 두 물체의 온도차에 의해서 열(에너지)이 흐르는 방식이 전도이다. 전도는 한 물체 내에서도 한 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일어날 수도 있고, 제3의 물체를 매개로 하여 일어날 수도 있다.

 

미시적 규모에서 보면 전도는 빠르게 진동하거나 움직이는 원자 또는 분자들이 이웃 원자 또는 분자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열(에너지)이 전달되는 것이다. 열은 이웃 원자들이 다른 원자에 대해서 진동하거나 전자들이 한 원자에서 다른 원자로 옮겨가는 형태로 전달된다. 전도는 물질의 모든 상태(고체, 액체, 기체 등)에서 일어나지만 고체에서는 가장 중요한 열전달 방법이다. 고체에서 전도는 결정을 이루는 분자들의 진동의 조합과 자유전자의 이동에 의해서 일어나고, 기체와 액체에서는 분자들의 충돌과 그들의 무작위 운동이 일어나는 동안의 확산에 의해서 일어난다.


뜨거운 머리를 얼음으로 식히는 것은 열의 전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푸리에의 법칙과 열전도도

열전도 현상을 설명하는 법칙을 푸리에 법칙이라고 한다. 이 법칙을 만든 푸리에 (Jean Baptiste Joseph Fourier , 1768 –1830)는 푸리에 급수로 유명한 프랑스 수학자이다. 법칙의 내용은 비교적 간단하다. 두 물체 사이에 단위시간에 전도되는 열량은 두 물체의 온도차와 접촉된 단면적에 비례하고 거리에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단위시간을 Δt,  전도되는 열량을 ΔQ,  두 물체의 온도차를 ΔT, 접촉된 단면적을 A, 거리를 Δx라 하고 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푸리에 법칙을 표현하는 식에서 비례상수인 k가 나타나는 데, 이는 물체마다 열을 전도하는 성질이 물체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같은 온도차와 거리에서 물질이 열전달하는 정도를 비교한 것을 열전도도라고 한다. 값이 클수록 열전도가 잘 된다. 참고로 열전도도의 단위는 열의 단위(W, 와트)를 거리의 단위( m, 미터)와 온도의 단위 (K, 캘빈)의 곱으로 나눈 W/m•K 이 된다. 열전도도가 큰 물질을 열의 양도체라고 하고, 열전도도가 작은 물질을 열의 부도체(혹은 불량도체)라고 한다.

 

여러가지 물질의 열전도도.

 

 

열의 양도체 – 대부분 금속, 최고는 그래핀

그래핀의 구조, 그래핀은 가장 뛰어난 열의 양도체이다.


열의 양도체는 주로 은, 구리, 알루미늄과 같은 금속들이다. 금속이 열을 잘 전달하는 이유는 금속을 이루는 원자들이 결정격자를 이루고 있어서 격자진동을 통해서 열이 전도될 뿐 아니라, 금속은 원자에 속박되지 않은 자유전자가 많아 전자의 이동으로 열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금속은 전기전도(electrical conduction)도 잘하는데 자유전자는 전하를 함께 운반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좋은 열전도체인 은이나 구리가 좋은 전기전도체가 되는 것이다.


반면, 열전도도가 가장 뛰어난 물질은 2010년  노벨물리학상의 연구 주제였던 그래핀(Graphene)이다. 그래핀은 탄소원자가 육각형의 그물모양으로 연속 배열된 것으로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안드레 가임(Andre Geim)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Konstantin Novoselov)가 2004년에 발견하였다. 이들은 스카치테이프로 흑연에서 원자를 한 층씩 떼어내어 단원자층 그래핀을 얻고 그 물리적 성질을 밝혀내어 2010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래핀은 흑연, 다이아몬드와 마찬가지로 탄소로 이뤄진 동소체이지만, 지름 0.2㎚(나노미터, 10억분의 1미터)의 원자층 한 겹으로 이루어져서 물성이 전혀 다르다. 그래핀은 플라스틱 랩처럼 잘 휘어지고 열전도도가 매우 뛰어나 미래의 초소형소자로 주목받고 있다.

 

 

열의 부도체 -  단열재, 공기가 대표적

열의 부도체(불량도체)는 나무나 스티로폼, 섬유 등과 같은 비금속 물질이다. 열의 불량도체들은 열 흐름을 차단하는 보온용 건축자재나 화재를 막는 단열재로 쓰인다. 액체와 기체는 대부분 불량도체에 속하는데 특히 공기는 매우 좋은 단열재이다. 동물들이 추운 겨울을 견딜 수 있는 이유는 동물의 모피나 깃털이 열의 부도체이기도 하지만 모피나 깃털 내부의 수많은 빈 공간이 공기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면이나 유리솜이 좋은 단열재인 이유도 많은 공기를 포함한 다공성물질이기 때문이다. 눈 역시 많은 공기를 포함하여 단열효과가 좋다.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가벼운 고체인 에어로젤(Aerogel)은 단열효과가 가장 뛰어난 신소재이다. 에어로젤은 머리카락의 1만 분의 1 굵기의 이산화규소(SiO2) 소재의 실을 성글게 얽어 만들어지며 실과 실 사이 공간에는 공기분자가 들어간다. 에어로젤은 전체 부피의 98%가 공기여서 밀도가 공기의 3배 밖에 되지 않는다. 에어로젤은 높은 기공률로 인해 열·전기·소리·충격 등에 강하여 미래의 단열재·충격완충재·방음재 등으로 주목받고 있다.


에어로젤의 놀라운 단열 효과를 보여주는 사진.
불꽃과 꽃 사이에 있는 물체가 에어로젤이다.

 

 

감각으로 느껴지는 온도는?


추운 겨울날 대문 밖에 매달린 쇠고리를 맨손으로 잡으면 손이 얼어붙듯이 차갑게 느껴진다. 하지만 나무로 된 문을 만져보면 그렇게 차갑지는 않다.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쇠고리가 나무문 보다 온도가 더 낮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 두 물체는 밤새도록 같은 기온에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에 온도를 측정해 보면 같다. 이유는 두 물체의 열전도율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쇠는 나무보다 열전도율이 거의 1000배나 더 커서 손의 열이 빠르게 빠져나가 차갑게 느껴지는 것이다. 게다가 손바닥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손바닥에 있는 약간의 수분이 얼어붙어 쇠고리에 손이 달라붙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이처럼 온도계로 측정한 온도가 같더라도 물질과 접촉하였을 때 감각으로 느껴지는 온도는 다를 수 있다. 이것은 열의 양과 관련이 있으며 열 흐름이 크고 열평형에 도달하는 시간이 길면 더 차갑거나 더 뜨겁게 느껴진다.

 


발행일 
2010.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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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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