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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년에 출판한 [자석에 관하여]라는 책에서 길버트(William Gilbert, 1544-1603)가 전기와 자기를 구분한 이후 전혀 다른 두 분야로 나누어져 있던 전기학과 자기학이 다시 하나로 합쳐지는 일이 일어났다. 전기와 자기의 통합은 전자기학의 발전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전기학과 자기학이 전자기학으로 통합된 1820년은 전자기학의 발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한 해였다. 전기와 자기를 통합하여 전자기학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첫 발자국을 내딛은 사람은 덴마크의 물리학자 외르스테드(Hans Christian Ørsted, 1777-1851. 영어권에서는 Oersted 라고 표기. 편집자 주)였다.

 

 

외르스테드의 발견, 전류가 자석 바늘을 움직인다!

1777년에 덴마크의 랑겐란트 섬에서 약사의 아들로 태어난 외르스테드는 코펜하겐 대학에서 약학을 공부하였으며, 1798년에는 칸트 철학에 대한 연구로 같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801년에는 여행경비를 지급하는 장학금을 받고 독일과 프랑스를 3년 동안 여행했다. 이 여행 동안 그는 독일과 프랑스의 많은 학자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외르스테드는 코펜하겐대학의 교수가 되었다.


교수가 되어 그가 처음으로 한 연구는 전류와 음향에 대한 것이었다. 그가 전자기학의 역사를 바꾸어 놓은 실험을 한 것은 1820년 4월 어느 날 저녁이었다. 볼타 전지를 이용하여 다음날 강의에서 하게 될 실험준비를 하고 있던 외르스테드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였다. 외르스테드가 전기회로의 스위치를 올리자 가까이 있던 나침반의 바늘이 갑자기 움직였던 것이었다. 깜짝 놀란 외르스테드는 이 실험을 여러 번 반복해 보았다. 스위치를 넣을 때마다 자석의 바늘이 움직였다. 그 당시는 전기와 자기 사이의 관계를 밝혀내려고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전기와 자기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외르스테드의 이 실험으로 전기와 자기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덴마크 물리학자 외르스테드의 동상. 자침이 전류에 의해 흔들리는 현상을 발견, 전자기학의 통합을 이끌었다.

 

외르스테드의 발견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3개월 동안 실험을 반복하여 충분한 자료를 수집한 외르스테드는 1820년 7월 21일에 [전류가 자침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실험]이라는 제목의 라틴어로 된 논문을 유럽 여러 나라의 학자들에게 보냈다. 이 놀라운 사실을 접한 학자들은 실험을 재현하여 그 결과를 확인했다.

 

 

앙페르 법칙 - 전류의 자기작용의 수학적 해석

외르스테드의 실험 결과를 확인한 프랑스 과학자들은 외르스테드의 실험결과를 수학적으로 분석하고 체계화하는 일에 착수했다. 1820년 9월 4일 아라고(Dominique Francois Jean Arago, 1786-1853)는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에서 전류의 자기작용에 대한 발표회를 열었고, 11일에는 이 실험을 재현해 보였다.

 

앙페르(André-Marie Ampère, 1775-1836). 전자기학의 선구자 중 한 사람. 앙페르 법칙을 발견했다. 전류의 단위 암페어(Ampere)는 그의 이름을 딴 것이다.


외르스테드가 발견한 전류의 자기작용을 수학적으로 완성시킨 사람은 프랑스의 앙페르(André-Marie Ampère, 1775-1836)였다. 1775년에 리용시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난 앙페르는 학교에 다니지는 않았지만 다방면에 두루 재능을 갖추고 있던 아버지로부터 좋은 교육을 받으면서 자라났다. 앙페르는 특히 수학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가 프랑스 대혁명의 와중에 처형당하자 앙페르는 실의에 빠져 수학을 비롯한 모든 공부를 포기했다. 그러나 그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수학 개인교습을 해야 했다. 그의 개인교습은 그가 대학의 교수로 임명된 1802년까지 계속 되었다.


1803년에는 파리로 옮겼다. 이 당시에 이미 그는 수학 강사로서 그리고 수학 연구자로서 어느 정도 명성을 얻고 있었다. 이런 명성에 힘입어 앙페르는 1809년에 에콜 폴리테크니크(École Polytechnique)의 교수가 될 수 있었고 1828년까지 그곳에서 수학과 역학을 강의했다. 1820년에 외르스테드의 전류의 자기작용 실험 소식이 전해지자 그는 곧 그것을 수학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앙페르는 몇 주 동안의 실험을 통하여 전류가 흐르는 두 평행한 도선 사이에 작용하는 자기력을 측정하는 한편 전자기 효과와 관련된 현상을 수학적으로 정리하여 앙페르 법칙을 발표하였다.

 

 

오른 나사의 법칙 – 전류에 의해 생기는 자기장의 방향

앙페르의 법칙은 수학식을 이용하여 나타내진 것으로 전류 주위에 만들어지는 자기장의 방향과 세기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칙이다. 앙페르의 법칙 중에서 전류에 의해 생기는 자기장의 방향을 다룬 것이 오른나사의 법칙이다. 오른나사의 법칙은 오른손 엄지를 전류가 흐르는 방향을 향하게 하고 다른 손가락으로 도선을 감싸 잡았을 때 다른 손가락 방향이 자기장의 방향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오른나사의 법칙이라고 부르는 것은 오른나사가 나가는 방향을 전류의 방향이라면 나사를 돌리는 방향이 자기장의 방향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전류 주위에 생기는 자기장은 도선 주위를 싸고도는 방향으로 생긴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자기장은 시작점과 끝점이 없다. 그것은 자기장에는 N극과 S극이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 다만 N극 방향과 S극 방향이 있을 뿐이다. 오른 나사의 법칙을 이용하면 도선이나 솔레노이드에 전류가 흐를 때 형성되는 자기장의 방향도 쉽게 결정할 수 있다.

 

오른 나사의 법칙. 오른손 엄지를 전류가 흐르는 방향을 향하게 하고 다른 손가락으로 도선을 감싸 잡았을 때
다른 손가락 방향이 자기장의 방향이 된다.

 

 

전류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인 암페어는 앙페르의 영어식 이름을 따라서 붙여진 것이다. 1820년 10월에 비오(Jean Baptist Biot, 1774-1862)와 그의 조수 사바르(Felix Savart, 1791-1841)는 전류가 흐르는 도선에 의해 만들어지는 자기장의 세기를 계산할 수 있는 적분식을 제안했다. 이것을 비오-사바르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하여 1820년 한 해 동안에 전류가 만들어 내는 자기장에 관련된 거의 모든 사실이 밝혀지게 되었다. 길버트가 서로 다른 전혀 다른 성질이라고 멀리 떼어 놓았던 전기와 자기가 다시 결합하게 된 것이다. 자석의 성질은 전기와 무관한 성질이 아니라 전하에 의해 만들어지는 성질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전하가 정지해 있을 때는 전하 사이에는 전기력만이 작용한다. 그러나 움직이는 전하 사이에는 전기력뿐만 아니라 자기력도 작용한다. 다시 말해 자기력은 움직이는 전하 사이에 작용하는 힘이었던 것이다. 전하가 이동하는 것을 전류라고 한다. 따라서 전류가 흐르면 주위에 자기장이 생긴다.

 

 

전자석에서 자기장을 만드는 것은 철심이 아니라 전류

초등학교에서 가장 자주 하는 과학 실험의 하나가 못과 같은 철심에 코일을 감은 후 전류를 흘려서 전자석을 만들어 보는 실험이다. 이런 실험을 한 학생들은 후에 자석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있다. 하나는 코일을 감아서 만든 전자석이고, 다른 하나는 전류가 흐르지 않아도 되는 영구자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영구자석도 원자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들의 운동에 의해 만들어진다. 원자 내부에도 전류가 흐르고 있고, 이 전류가 만들어내는 것이 영구자석의 자기장이다. 따라서 전기와 관련이 없는 자석은 있을 수 없다.

 

전자석은 대체로 철심에 전선을 감은 형태지만, 전자석에서 자기장을 만드는 것은 철심이 아니라 전선에 흐르는 전류이다.

 

 

전자석 실험을 할 때는 항상 못에다 코일을 감은 후 전류를 흐르게 한다. 이런 실험을 많이 한 학생들에게 못이 아닌 나무젓가락에다 코일을 감고 전류를 흐르게 하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물으면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못은 전류가 만드는 자기장의 세기를 강하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전자석 실험에 자주 사용되지만 자기장을 만들어내는 것은 못이 아니라 전류이다. 따라서 나무젓가락에 코일을 감은 후 전류를 흐르게 해도 자기장이 만들어진다. 아무 것도 가운데 넣지 않고 그냥 코일만 둥글게 말아놓은 다음 전류를 흘려도 자기장은 만들어진다.

 
전류가 자기장, 다시 말해 자석의 성질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게 된 과학자들은 자기장을 이용하여 전류를 흐르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자기장을 이용하여 전류를 만들어내는 것은 다음에 다루게 될 전자기유도법칙이 발견된 후에 가능해졌다.

 
발행일 
2011.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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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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