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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47) 경기 고양 ‘주교주’

 

경향신문 / 2006-01-31 14:57

 

 


경기 고양시 배다리 술도가에서 빚어내는 주교주(舟橋酒)의 역사는 엄밀하게 따지면 1세기에 가깝다. ‘주교’라는 이름은 마을 명칭을 딴 것으로 서해 바닷물이 마을 입구까지 밀려와 배를 이용한 다리가 놓여져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생산하는 업체인 ‘배다리 술도가’ 라는 상호는 한자를 한글로 표현한 것이다. 배다리 술도가는 박상빈 대표이사(43)의 고조부가 창업했다. 1915년 ‘인근상회’라는 상호로 문을 연 뒤 5대째 가업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술과 잡화를 취급한 인근상회를 개업한 고조부는 상궁 출신인 집안 사람과 다양한 술 개발을 시작했다. 그녀는 궁궐에서 오랜 기간 전약(典藥) 직책을 맡은 경험이 있어 궁내 약용주를 만드는 비법을 잘 알고 있었던 까닭이다. 당시 배다리 술도가에서 빚어 낸 여러 종의 막걸리와 약주는 맛이 좋기로 유명해 한강 남쪽까지도 명성을 떨쳤다고 한다.

구기자·인동초등 6가지 한약재 배합
창업자인 고조부는 세상을 떠나면서 자신이 집안 상궁과 함께 연구한 술 비법 책자를 가보(家寶)로 남겼지만 아쉽게도 한국전쟁으로 양조장에 불이 나면서 모두 소실됐다. 배다리 술도가라는 회사명은 1970년대 특별법으로 지역 양조장이 통폐합되면서 한동안 사용하지 못했다. ‘고양 탁주합동제조장’이라는 상호로 막걸리가 생산됐다. 그 막걸리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즐겨 마시던 고양막걸리로 2000년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북한을 방문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의 부탁을 받고 선물한 것이기도 하다. 막걸리를 생산하면서도 박씨 집안에서는 며느리들이 직접 전수 받은 약주를 꾸준히 만들어 왔다. 당시에는 판매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가양주로 빚어 명절이나 제삿날에만 사용해 왔다. 주교주는 이들 가양주 가운데 한 종류다. 예전에는 ‘약용주’라고만 불렸는데, 최근 본격적인 생산을 앞두고 지역명을 붙이게 됐다. 박대표는 이 술을 지난 2004년부터 일반인들에게 선보이고 있지만 대량 생산에 필요한 설비 부족 등으로 아직 시중에는 유통되지 않고 있다.

‘배다리 술박물관’서 무료 시음
쌀로 빚은 청주에 구기자, 토사자, 오미자, 복분자, 차전자, 인동초 등 6가지의 천연 약재를 배합해 옹기 술독에 3개월 이상 상온숙성시켜 만든다. 약재향 때문에 처음에는 쓴 맛이 들지만 마시면 마실수록 혀 끝에서 단 맛이 맴돌아 특별한 안주가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생약주다. 일반 약주에 비해 알코올도수가 다소 높은 16%이지만 과음을 해도 머리가 아프지 않고 다음날 배가 따뜻해 장에 불편함이 적다는 것이 장점이다. 박대표는 “고조부의 창업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배다리 술도가’라는 이름을 다시 사용하게 됐다”며 “각종 한약재를 넣어 제조하는 주교주는 밀성 박씨 집안에서 100년 가까이 전해지는 약용주”라고 설명했다. 주교주는 박대표의 부친이 고양시 주교동에 건립한 ‘배다리 술박물관’에서 무료로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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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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