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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49) 전남 나주 ‘상이오디주’

 

경향신문 / 2006-02-14 15:02

 

 

‘상이오디주’가 탄생하는 전남 나주시 봉황면 오림리 들판에 자리한 봉황농협배술가공사업소. 광주에서 국도 1호선 광주~나주 구간을 10여분 달리다 지석강을 건너 샛길로 들어선 후 ‘꼬부랑길’을 타고 20여분. 가는 길 주변이 모두 배나무 밭이다. 유난히 모진 겨울을 만난 배나무들이 벌써 겁도 없이 움을 틔우고 있다. 때 아닌 배 향기가 코 끝을 스친다. 100여평 됨직한 사업소 마당이 지난해 가을 수확한 황금빛 나주배로 넘쳐 난다. 볕이 좋아 술 담그는 날이란다. 흠집이나 상처가 있는 배는 영락없이 퇴출이다. 연말과 설날 특수로 동이 난 ‘상이오디주’는 처음부터 그렇게 정성이 녹아들고 있었다.

‘열매 중의 열매’로 알려진 오디
뽕나무에 까맣게 익은 오디를 따 먹은 어린 시절의 추억. 빨갛게 설익은 오디는 조금 시긴했지만 너무나 달콤했다. 먹고 난 후 온통 입술은 보랏빛으로 물이 들었다. ‘그때 그시절’ 오디는 동의보감에서도 일렀듯이 ‘배 고픔을 달래는’ 간식거리로도 너끈했다. 그뿐인가. 동의보감엔 ‘오디는 소갈(당뇨병)에 좋고 오장에 이로우며 노화를 막는다. 또 귀와 눈을 밝게 해주며 백발도 검게 한다’고 적혀 있다. 그래서 예부터 오디는 술 담그는 열매 가운데 첫번째로 쳐주는 ‘열매 중의 열매’로 통했다. 많은 묵객들도 ‘오디주’를 시·그림 등을 통해 ‘장수연명주(長壽延命酒)’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오디의 ‘역사성’에다 면역기능 향상에 탁월한 효능을 보여준다는 ‘상황(桑黃)버섯’과 ‘나주의 특산품’ 배(梨)가 더해졌다. ‘상이오디주’는 바로 이렇게 ‘명물 세가지’가 만나 2003년 8월 세상에 나왔다.

새콤달콤한 맛에 향도 일품
포도주 와인처럼 부드럽고, 향기가 일품이다. 또 소화효소가 많은 배즙이 주 원료여서 흡수가 빠르다. 도수(16%)는 낮지만 마치 ‘배갈’을 마신 듯 금방 몸에 퍼지는 화끈한 술이다. 달콤새콤한 맛을 강조해 술이 상큼하고 깔끔하다. 맑은 적갈색도 구미를 돋우는 포인트. 술병과 케이스도 디자인을 단순·간결하게 처리해 품격을 높였다는 평가다. 심재승 사업소장은 “세가지 재료의 ‘화학적 결합’에는 현대인의 심신쇠약을 달래줄 수 있는 상징적인 부호가 들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물 한 방울 안들어간 전통주
술은 물로 담근다는 공식을 깬 유일한 술이다. 지하 수백미터에서 퍼올린 암반수니, 심심산천에서 가져온 청정수도 ‘상이오디주’ 앞에선 명함을 못내밀게 됐다. 이 술은 순전히 배즙에다 오디와 상황버섯을 넣기 때문이다. 우선 배를 으깨 주스로 만든 후 상황버섯 분말, 오디와 골고루 섞는 일이 중요하다. 그 다음엔 자체 연구실에서 생산한 액체 상태의 ‘발효균 덩어리(酒母)’를 넣고 저온에서 14일간 발효시킨다. 이를 다시 90일간 숙성시킨 후 위로 맑게 뜨는 액체를 거르면 상이오디주가 된다. 그 밑의 걸쭉한 액체는 증류·혼합·숙성 과정을 통해 또 다른 제품인 ‘배로와인(14%)’과 ‘황주(40%)’로 만들어진다. 마지막 단계에서, 대량 생산되는 알코올 주정이 아닌 천연 주정을 쓰는 것도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다. 술의 원천이 소화효소가 많은 배즙이어서 불고기 등 육고기를 먹을 때 좋다. 375㎖짜리 낱개가 5,500원, 포장용기에 든 750㎖가 1만8천원, 750㎖ 2개 포장용이 3만2천원, 선물용으로 도자기에 넣은 700㎖ 2개짜리가 4만2천원. 농협에서 사면 30%가량 싸다. 2004년 전남도 전통식품선발대회에서 주류부문 금상을 받고, 지난해 농협중앙회가 ‘히트예감 농산물 1위’로 뽑으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061-331-8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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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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