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예로, 지금부터 1백년전만 하더라도 당시의 가양주 형태로 전해오던 우리 전통주들이 얼마나 좋은 향기와 맛으로 주품을 다투었는지, 팔도강산에 명주가 넘쳐났다고 하는 사실을 알고 나면 탄성을 지르게 된다. 실제로 지금은 맥이 끊어진 채로 활자 속에 갇혀 있는 전통주 가운데, ‘과하주’의 경우 일제강점기에도 일본으로 수출까지 하였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이름만 들어도 콧구멍이 벌렁거리고 입안에 침이 고이는 석탄향, 하향주, 인유향, 연화주, 송계춘, 광릉춘, 백화주, 만년향, 만전향, 감향주, 죽엽춘, 유화주, 청감주, 벽향주, 향설주, 무릉도원주, 청명향, 동양주, 녹파주, 경면녹파주, 하시절품주, 경액춘, 적선소주 등 수 없이 많은 고급 청주들이 고유의 향과 색깔, 맛으로 주질을 다투었었다.
수십만 가지가 넘는 전통주 가운데 이처럼 술의 향기나 맛, 술 색깔에서 뛰어났던 명주들은 안타깝게도 자취를 감추었고 일제강점기와 밀주단속시기를 거치면서 서민과 기층민들이나 빚어 마셨던, 원형을 찾아볼 수 없는 막걸리와 동동주가 전통주의 전형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각종 향신료와 한약재에 의한 술향기가 일반화된 양조현실에서 서구의 유명 고급와인이나 프리미엄급 위스키가 갖고 있는 아로마나 부케향과 견줄 수 있는 우리 전통주의 청향(淸香)을 비롯한 방향(芳香)에 대해 운운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까.
결론적으로 전통주는 그 근간이 향기 중심의 쌀술이며, 쌀술은 곧 청주라는 근거에 도달한다고 할 것이다. 전통주가 “깨끗하고 신선하며 아름다운 향기로서 청향을 간직한 술”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누룩 냄새만 나는 술이 아니라 다양한 방향을 가진 술이라 인식될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부터 전통주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