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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캔팅이란 병 안의 불순물을 가라앉혀 침전물을 걸러내고 깨끗한 와인을 분리해 따라내는 과정이다.

 

 

 

레드 와인이든 화이트 와인이든 멋들어진 디캔터 안에 와인이 담겨있을 때 훨씬 더 맛이 좋아 보인다. 또한 디캔터에 담긴 와인은 테이블의 분위기를 근사하게 만드는데 기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와인들은 사실 디캔팅(Decanting)을 할 필요가 없다. 디캔팅이란 병 안의 불순물을 가라앉혀 침전물을 걸러내고 깨끗한 와인을 분리해 따라내는 과정이므로, 침전물이 없는 와인은 굳이 디캔팅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에어레이션과 디캔팅은 다르다!

 

에어레이션(Aeration, 통기)은 와인이 ‘열리고’ 부드러워질 수 있도록 와인을 일부러 산소에 노출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에어레이션은 와인양조 과정 중에 와인을 한 오크통에서 다른 오크통으로 옮겨 부을 때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서빙하면서 어린 와인을 카라프나 디캔터에 붓거나 심지어 잔에 따른 후 돌릴 때도 일어날 수 있다. 이렇게 와인을 부드럽게 하고 공기에 노출시키는 과정을 또 다른 용어로 브리딩(Breathing)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단순히 코르크를 뽑은 병을 개봉해서 그냥 몇 분 동안 놓아두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열어둔 병 입구의 조그마한 공간으로 유입되는 공기의 양 정도로는 와인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거의 하루 종일 열어놓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와인의 에어레이션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와인을 디캔터, 유리병 혹은 피처에 따르는 동안 와인이 공기와 섞일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브리딩을 하면 거의 대부분의 와인, 특히 숙성 초기 상태이고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네비올로, 프티 시라와 같이 타닌이 많은 품종으로 만든 레드 와인의 경우 풍미가 살아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단, 섬세한 레드 와인이라면 특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오래된 섬세한 피노 누아를 디캔터로 옮긴다면 오히려 풍미가 둔해지고 무미건조한 맛이 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오래된 부르고뉴 레드 와인은 오래된 리오하 와인(템프라니요 품종으로 만든)이나 오래된 키안티(산지오베제 품종으로 만든)와 마찬가지로 에어레이션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화이트 와인을 브리딩할 경우 비록 그 효과가 적고 원래 병 속에 그대로 두어 차게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만, 레드 와인과 마찬가지로 산소와 접촉하면 풍미가 살아나기도 한다.

 

 

 

어떤 와인을 디캔팅할까?

 

디캔팅을 하는 와인은 빈티지 포트나 수년간 병에서 숙성하도록 만들어진 정상급 레드 와인들이며, 대개 이런 와인은 색상이 짙고 타닌 함유량이 높은 포도로 만들어진다. 와인의 침전물은 주로 색소 잔여물과 기타 미립자들로 이루어지는데, 일반적으로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빈티지 포트처럼 한때 짙은 빛깔을 띠던 오래된 레드 와인에 존재한다. 오래된 카베르네 소비뇽을 원래 놓아두었던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들어올려 조명에 비춰보면, 병 안쪽에 달라붙어 있는 딱딱한 물질 같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침전물이다. 오래된 빈티지 포트 와인의 침전물을 눈으로 확인하기는 다소 어려운데, 이는 대부분의 포트 와인 병이 전통적으로 어둡고 불투명한 유리로 제조되었기 때문이다.

 

 

위 사진은 침전물을 제거하기 전의 스파클링 와인으로, 와인의 침전물에 대한 시각적 이해를 돕고자 삽입하였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디캔팅이 필요할 만큼 오래된 와인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절대적인 법칙은 없지만 10년 이상 된 와인이 대체로 이 범위에 들어간다. 그러나 와인이 오래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침전물을 걸러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디캔팅하지 않고 침전물이 있는 상태 그대로 마셔도 상관은 없는데, 침전물은 해로운 것이 아니라 단지 와인의 색을 탁하게 만들고 입 안에서 약간 씹히는 느낌을 줄 뿐이다. 오래된 와인이지만 침전물이 생기지 않는 경우에도 디캔팅할 필요가 없다. 주의할 점은, 오래된 와인은 상태를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대체로 다소 연약하기 때문에, 산소와 접촉하면 향과 풍미가 피어 오르듯 하다가 금새 사라져버리기도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침전물이 많더라도, 디캔팅을 해서 향과 풍미를 잃어버린다면 차라리 침전물이 움직이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병에서 직접 와인 잔에 따르는 것이 낫다.

 

과거 여과 기술이 와인양조에 도입되기 이전에는 모든 와인에 침전물이 생겼기 때문에 품질에 관계없이 와인을 디캔팅한 후 마셔야 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숙성을 기다릴 필요 없이 빨리 마실 수 있는 저렴한 일상 와인에 대한 수요가 대부분이며, 이런 와인은 양조 기술의 발전 덕분에 침전물이 없고 매우 맑은 상태로 출시된다. 최근 프랑스 부르고뉴나 론 지방에서 여과나 정제를 거치지 않고 와인을 생산하는 유행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긴 하지만, 이 와인들은 저렴한 일상 와인이 아닌 정상급 와인에 해당한다. 그리고 여과를 거쳤든 그렇지 않든, 많은 정상급 와인(특히 정상급 레드 와인)들에서 침전물이 발생하므로 디캔팅이 요구된다. 또한 주석산염(Tartrate) 결정체가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화이트 와인을 간혹 발견할 수 있는데, 이 때에도 디캔팅을 통해 침전물과 와인을 분리시킬 수 있다. (‘How to decant’ - decanter.com)

 

어떻게 디캔팅할까?

 

디캔팅을 할 때에는 대개 유리로 만든 디캔터를 사용하지만 디캔터가 없다면 물병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이 때 와인을 부었다가 바로 다시 병에 넣으면 디캔팅 효과가 거의 비슷하게 나타난다. 이렇게 와인을 따라낸 후 헹궈낸 원래의 병에 디캔팅한 와인을 다시 붓는 경우를 더블 디캔팅(Double decanting)이라고 한다.

 

와인을 디캔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먼저 침전물이 모두 부드럽게 병 밑바닥으로 가라앉도록 하기 위해 와인병을 하루나 이틀 동안 똑바로 세워두어야 한다. 병을 집어 들거나 빙빙 돌리지 말고 코르크를 천천히 제거한다. 그 다음 병을 조심스럽게 집어 들고 병 뒤에 조명을 비추면서(양초, 작은 조명, 손전등 등) 깨끗한 와인을 디캔터에 천천히 따라 붓는다. 와인이 5cm 좀 안되게 남았을 때 침전물이 병목 쪽으로 나오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바로 이 때가 따르기를 멈추어야 하는 시점이다. 깨끗한 와인은 이제 모두 디캔터로 옮겨졌고 침전물은 병 속에 남아 있다.

 

 

오래되거나 침전물이 있는 섬세한 와인을 부드럽게 디캔팅하기 위해서는, 병의 바닥을 잡고 디캔터 위에 병목을 올려 미끄러지듯 와인을 흘러내리게 한다.
이 때 깔때기를 대고 와인을 따라도 된다. 와인을 따르는 동안 불빛을 통해 병 속을 지켜보았다가 침전물이 디캔터로 흘러 들어가기 전에 멈춘다.

 

 

 

침전물이 심하지 않은 경우, 부드럽고 깨끗한 면직물이나 커피 여과지를 사용하여 앙금을 걸러낼 수도 있다(종이가 와인의 맛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리고 디캔터로부터 적당히 떨어진 높이에서 와인을 부으면 와인의 부케(Bouquet, 와인이 숙성되면서 나는 향)가 피어 오르며, 근육질의 거친 타닌이 부드럽게 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어린 와인이라면 마시기 얼마 전에 디캔팅하는가는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오래된 와인일수록 디캔팅은 가급적 늦게 하는 것이 낫다. 일반적으로 오래되고 타닌이 강한 포트, 카베르네 소비뇽, 보르도, 바롤로, 론 같은 와인이라면 마시기 한 시간쯤 전에 디캔팅하는 것이 좋다. 타닌이 강하지 않거나 빛깔이 진하지 않고 많이 연약한 피노 누아, 키안티, 리오하 같은 와인은 디캔팅할 필요가 전혀 없지만 만일 침전물이 보인다면 마시기 직전에 디캔팅한다.

 

 

침전물을 걸러내거나 풍미를 발산시키기 위해 화이트 와인을 디캔팅하는 경우도 있다.

 

 

 

참고문헌

와인생활백서
1995년 세계 최우수 소믈리에 대회에서 일본인으로는 최초로 우승을 거머쥔 다사키 신야의 알기 쉬운 와인 입문서. 알아두면 편리한 와인 생활 상식을 200여 가지 수록하였다.


더 와인 바이블 (The Wine Bible)
30여 년 넘게 와인작가, 컨설턴트, 교육자로 활동하고 있는 캐런 맥닐의 저서로, 미국 내 베스트셀러이자 수상작이다. 출간된 후 45만부 이상 팔렸다. 집필하는데 무려 십 년이 걸린 이 책은 와인을 주제로 쓴 가장 포괄적이고 권위 있는 책으로 인정받고 있다.


와인 테이스팅의 이해

이 책의 저자 마이클 슈스터(Michael Schuster)는 전업 와인 교육가이자 와인 작가로서, 베스트셀러인 ‘Understanding Wine’(Michell Beazley, 1989)의 저자이며 ‘Oxford Companion of Wine’의 저작에도 참여했다. 또한 와인전문매체인 디캔터와 와인인터내셔널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글/사진 정보경/에디터/와인오케이닷컴
와인오케이닷컴(wineok.com)은 약 2만 6천여 개의 국내 최다 와인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와인 포탈 사이트로, 와인 관련 상식, 뉴스, 할인행사, 시음회 소식 등 다양한 읽을 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이폰 및 안드로이드 WineOK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하여 다양한 경로를 통해 와인소비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와인오케이닷컴은 현재 미투데이 공식 미투 파트너로 활동 중이다.
 
발행일 201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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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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