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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마니아들의 입맛을 새로잡은 벨기에 맥주의 모든 것

 

조선일보 / 2013-11-07 14:38

 

 

벨기에 맥주 중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호가든’.
벨기에 맥주의 역사와 종류, 음용법

지난 9월, 벨기에 대표 화이트 맥주 호가든(Hoegaarden)이 셀프바 형식의 맥주 할인 매장 ‘비어버켓’의 ‘수입 맥주 베스트 30’에서 1위를 차지했다. 입고 수량이 아닌 순수 판매량을 기준으로 집계된 순위로, 호가든의 대중적인 인기 정도를 체감할 수 있는 결과였다. 평소 호가든을 즐겨 마신다는 정은영씨(28세, 회사원)는 “처음에는 호가든이 벨기에 맥주인줄 몰랐다. ‘맥주’하면 막연히 독일이나 영국이 떠올랐기 때문에 ‘벨기에 브랜드’라는 점이 호기심을 자극했다.”고 말하며, “일반 맥주와 달리 은은한 향과 깔끔한 뒷맛이 좋아 호가든을 찾게 된다”라고 호가든을 즐기는 이유를 덧붙였다.

소비자의 선호도에서 알 수 있듯, 최근 유럽의 맥주 강국들이 형성하고 있는 ‘비어 벨트’에서도 주목 받고 있는 곳은 호가든의 고향인 벨기에다. 독일과 체코는 라거, 영국 및 아일랜드는 에일의 전통이 강한 것과 달리 벨기에는 오랜 맥주 주조 역사를 바탕으로 다양한 종류의 맥주와 독특한 맥주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벨기에 맥주의 특징 중 첫 번째는 ‘역사’를 꼽을 수 있다. 중세시대에 수도원에서부터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던 벨기에에서는 최소 4백년 정도의 역사는 가지고 있어야 ‘맥주 좀 만드는군’이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벨기에의 맥주 중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호가든은 15세기경, 벨기에 브뤼셀 동쪽에 위치한 호가든 지방 수도사들의 주조법에서부터 유례를 찾을 수 있다. 유럽 최고의 프리미엄 맥주, 스텔라 아르투아(Stella Artois)는 1366년 이래 ‘맥주 마을’로 불려 온 벨기에 루벤에서 유래된 6백년 전통의 라거 맥주이며, 레페(Leffe)는 8백년 이상의 역사를 지녀 ‘유럽 최고(最古)’의 맥주로 불린다.

두 번째는 ‘다양한 종류’를 들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맥주는 라거 계통으로 효모를 저온에서 발효시켜 상쾌하고 청량감이 느껴지는 맛이 특징이다. 벡스(Beck’s), 레벤브로이(Lowenbrau) 등 우리에게 익숙한 독일 맥주 대부분은 라거 계열인데, 1516년 독일의 빌헬름 4세가 맥주의 품질 유지를 위해 ‘맥주순수령(맥주를 만들 때 보리, 홉, 물 이외의 원료를 사용할 수 없게 규제)’을 선포함으로써 현재까지도 그 영향을 받아 독일 맥주의 주를 이루고 있다. 반면에 이런 규제가 없었던 벨기에에서는 사람의 주거환경에 항상 존재하는 미생물을 더해 맥주를 빚기도 하고, 약초나 허브, 과일 등을 사용하여 맛을 내기도 했으며, 계절맥주도 만드는 등 다양한 시도가 가능해 라거(스텔라 아르투아)를 비롯해 에일(레페), 밀맥주(호가든) 등 다양한 종류의 맥주가 고루 발달하게 되었다. 현재 벨기에는 국민 1인당 맥주 생산율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벨기에에서 생산되는 맥주는 상표 숫자만 해도 무려 800가지에 이르며, 저마다 다른 맛과 향을 가지고 있어 기호에 맞게 맥주를 선택할 수 있다.

8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는 유럽 최고의 맥주 ‘레페’.

마지막으로 벨기에 맥주는 맥주에 따라 각기 다른 고유의 맛과 향을 최상으로 끌어올려주는 ‘전용잔’과 ‘음용법(Ritual)’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호가든의 육각잔, 스텔라의 챌리스(Chalice), 레페의 고블릿(Goblet, 받침이 달린 잔)이 바로 그 것.

호가든 특유의 부드럽고 풍성한 맛과 아름다운 구름거품, 매혹적인 오렌지 시트러스 향을 100% 즐기고 싶다면 호가든의 특별한 전용잔이 필요하다. 호가든 전용잔은 두꺼운 육각 글라스인데 이는 맥주의 차가움을 유지하여 특유의 황금빛 구름 컬러가 지속될 수 있도록 특별히 디자인 된 것이다. 잔의 굴곡은 풍부한 거품을 생성시키며, 넓은 입구는 호가든을 마시는 순간 향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도와준다. 전용 잔에 ⅔ 정도 호가든을 따른 후, 병을 한 바퀴 돌려 병 속에 남아있는 효모를 활성화 시킨 다음 글라스에 새겨진 로고의 위치만큼 거품을 내어 따라 마시는 것이 호가든을 가장 맛있게 즐기는 방법이다.

맥주를 마실 때는 전용잔에 따라야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사진은 스텔라 아르투아와 전용잔.

스텔라의 전용잔은 ‘성배’라는 뜻의 챌리스로, 맥주 맛을 풍부하게 하고 거품이 잘 가라앉지 않게끔 특별히 제작되었다. 별모양의 손잡이가 있어 이 부분을 잡고 마시면, 맥주를 좀 더 오랫동안 차갑게 즐기실 수 있게 했다. 스텔라는 9단계에 걸친 섬세한 음용법을 가지고 있다. 깨끗하고 차갑게 보관한 챌리스에 맥주를 따르는데, 탭의 첫 번째와 마지막은 빠른 속도로 흘러 버린다. 이는 공기와 닿은 맥주가 산화되어 맛을 변질시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런 다음, 챌리스를 45˚로 기울여 맥주를 따르다가 똑바로 낮게 들어 따른 후 탭에서 떨어지는 마지막 드롭을 피해 재빨리 잔을 옮기고 폼 커터를 45˚ 각도로 뉘어 거품을 정리한다. 스텔라 음용법 단계 중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잔 위로 솟은 큰 거품은 터지기 쉽고 다른 거품까지 날아가게 하기 때문에 없애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거친 거품이 제거되고 솜처럼 부드러운 거품이 3㎝ 정도 생성되게 따른 다음 전용잔 외부에 묻은 맥주를 씻어내고 드립 캐쳐를 꽂아 내면 최상의 스텔라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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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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