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생태계 위협하는 외래종들

 

중앙일보 / 2009-05-22 13:22

 

 


22일은 ‘국제 생물 다양성의 날’이다. 지구 생태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생물의 역할과 소중함을 짚어보고,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을 보호할 방법을 찾아보기 위해 유엔이 정한 날이다. 올해 주제는 ‘생물 다양성을 위협하는 외래종의 침입’이다. 국내외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외래종의 실태를 살펴본다. 2005년 1월 중국 광둥(廣東)성과 홍콩 주민들은 전에 없는 공포에 떨어야 했다. 붉은불개미 떼의 공격 때문이었다. 붉은불개미들은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곡식은 물론 사람까지 무차별로 공격했다. 물린 사람들은 몸이 퉁퉁 붓고 정신을 잃기도 했다. 주민과 방역 당국은 붉은불개미에 맞서 엄청난 양의 살충제를 뿌렸다. 토착 개미를 몰아내고 생태계를 뒤흔들어 놓은 붉은불개미는 2003년 무렵 대만에서 수입된 재활용 폐품에 묻어 들어와 퍼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호주에서는 수수두꺼비로 골치를 앓고 있다. 악어나 뱀을 죽일 정도로 맹독을 가져 ‘독두꺼비’로 불린다. 수수두꺼비는 1935년 사탕수수밭을 망치는 풍뎅이를 잡기 위해 하와이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천적이 없는 탓에 걷잡을 수 없이 널리 퍼졌다. 강한 독 때문에 이들을 잡아먹는 뱀과 도마뱀의 숫자는 크게 줄고 있는 반면 수수두꺼비는 2억 마리에 이르러 생태계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사무국에서는 이 같은 침입성 외래종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관련 정보의 수집과 교환, 국제적인 협력 증진이 시급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구 전체가 몸살
세계적으로 무역이 확대되고, 화물과 여객의 수송이 늘면서 외래종 문제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17세기 이후 원인이 밝혀진 동물 멸종 사례 가운데 40% 정도가 이 침입성 외래종 탓이다. 미국·영국·호주·남아프리카공화국·인도·브라질 6개국에서만 외래종으로 인한 환경 파괴 비용이 연간 1,000억 달러(약 12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등에 따르면 미얀마산 대형 비단뱀이 샌프란시스코에서 버지니아 해안에 이르기까지 미국 국토의 ⅓에 해당하는 지역에 퍼져 있다. 미얀마에서 들여왔다가 버려진 비단뱀은 1990년대 중반 처음 플로리다 지역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쥐·토끼·오리는 물론 사슴·악어까지 잡아먹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생태계의 보고이자 ‘생물 진화의 야외 실험장’인 남미 갈라파고스 제도에서도 외래종이 관찰된다. 대륙에서 들어온 이구아나와 섬의 토착 이구아나가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 됐다. 과거에 없던 원숭이와 야생 염소까지 등장해 거북이 서식지를 위협하고 있다.

대형 화물선 속 바닷물에 실려 낯선 곳으로
발틱해·카스피해·이베리아반도 등 유럽 지역 바다에서 나타나는 침입성 외래종의 숫자는 1920년대까지만 해도 10종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40~50종이나 관찰된다. 전 세계 해양에서 외래종 숫자가 늘어나는 것은 밸러스트수(ballast water) 탓이 크다. 유조선이나 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화물칸이 비었을 때 배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채우는 바닷물을 밸러스트수라고 한다. 선박은 밸러스트수를 채우고 먼 곳으로 이동하고, 짐을 싣기 전에 다시 비운다. 이 과정에서 생물종이 낯선 곳으로 옮겨진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50억㎥의 바닷물이 밸러스트수로 이용된다. 밸러스트수를 통해 옮겨진 대표적인 외래종이 유럽산 얼룩말홍합이다. 이 종은 미국 하천과 호수에 널리 퍼져 있는데, 대형 송수관 안에서 자라면서 수력발전에 피해를 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밸러스트수에 들어 있는 생물종을 제거하기 위해 여과나 자외선 살균, 마이크로파 발사 등의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기후변화로 외래종 서식 범위 넓어져
지구온난화로 토착 생물종이 사라진 빈 곳을 외래종이 차지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기후가 변하면서 전에는 침투하지 못했던 종의 서식 범위가 넓어진다. 또 과거에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종이 침입성 외래종으로 바뀌기도 한다. 태평양 연안인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는 90년대 중반부터 소나무좀벌레가 번지면서 소나무 숲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여름철 기온이 상승하면서 번식률이 높아졌고, 겨울철 기후도 온화해지면서 애벌레의 생존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후가 변화하면서 과거에는 서식할 수 없었던 곳에서도 소나무좀벌레가 살 수 있게 됐다. 캐나다 온대림 전체로 소나무좀벌레가 퍼져나가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한반도엔 어떤 외래종 있나
한반도 생태계를 위협하는 침입성 외래종도 적지 않다. 이들로 인한 생태계 훼손이 적지 않아 큰입배스·파랑볼우럭·황소개구리·붉은귀거북·도깨비가지·서양등골나무·돼지풀·단풍잎돼지풀 등은 야생동식물보호법에 따라 생태계 교란 야생 동식물로 지정돼 있다. 고유 동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제거해야 할 대상인 셈이다.

◆ 붉은귀거북

미국 원산으로 눈 뒤에 붉은색 줄이 있어 식별하기가 쉽다. 국내에는 애완용으로 들여왔고 키우다 내버리거나 방생하면서 널리 퍼졌다. 어릴 때는 육식성에 가까운 잡식성으로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운다. 성체가 되면 채식성으로 변해 수초를 주로 먹는다.

◆ 파랑볼우럭(블루길)

북미 원산인 민물고기로 바닷물고기인 돔과 비슷한 체형을 갖고 있다. 아가미 뒤쪽에 짙은 파란색 반점이 있다. 69년 도입된 이후 대형 인공댐을 비롯해 전국 수역으로 퍼진 상태다. 고유 어종의 치어나 새우류를 대량으로 잡아먹기 때문에 종 다양성을 변화시키고 수중 생태계를 교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황소개구리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가 원산으로 71년 식용으로 도입됐다. 농가에서 대량 사육되다가 야생으로 급속하게 퍼져나갔다. 다양한 수서곤충과 동물을 잡아먹고, 뱀까지 잡아먹는 왕성한 포식성과 한 번에 1만~2만5000개의 알을 낳는 높은 번식력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황소개구리의 올챙이를 잡아먹는 천적들로 인해 숫자가 감소한다는 보고도 있다.

◆ 큰입배스

북미 원산으로 공격성이 아주 강한 어종이다. 성장이 빠르고 다 자라면 몸길이가 23㎝ 이상 된다. 73년 담수어 자원 조성을 위해 도입됐고, 양식과 방류가 거듭되면서 대청호·팔당호·옥정호(섬진강댐)·파로호(화천댐) 등 전국 대부분의 댐·저수지·하천으로 퍼져나갔다. 큰입배스가 창궐하는 수역에서는 토종 물고기들이 사라진다. 미국에서는 큰입배스로 인해 개구리 같은 양서류 숫자가 크게 줄어든다는 보고가 있다.

◆ 뉴트리아

남미 원산으로 쥐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몸길이는 40~60㎝, 몸무게는 5~9㎏이나 된다. 뒷발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있어 물속을 자유롭게 헤엄치고 산다. 물가에 굴을 뚫고 무리를 이루고 산다. 고기와 모피 생산을 목적으로 85년 수입됐다. 수요 부족으로 사육을 포기하는 농가가 나타나고 관리 부실까지 겹치면서 일부가 탈출해 야생에 정착했다. 경남 지역 낙동강 수계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습지의 수초는 물론 당근 등 농작물까지 먹어 치운다.

◆ 사향쥐

북미 원산으로 쥐나 뉴트리아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뉴트리아보다는 작다. 몸길이 40㎝, 몸무게 1.5~2㎏까지 자란다. 국내에는 사향의 생산·연구를 위해 도입됐고, 전국 130여 농가에서 1만여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아직 야생에서 발견된 적은 없지만 추위에 대한 내성이 뉴트리아보다 강해 야생으로 나올 경우 크게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저수지에서는 제방과 둑에 구멍을 내 해를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 주홍꽃날개매미

중국 남부와 동남아가 원산지로 1930년대와 70년대에 국내에 침입했다가 정착하지 못했고 2006년 이후 재침입한 것으로 보인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알로 겨울을 날 수 있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침을 꽂아 수액을 빨아먹기 때문에 나뭇가지가 말라 죽고 과일이 상처를 입는다.

◆ 왕우렁이

남미 원산으로 90년대 중반부터 논의 잡초 제거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월동하지 못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도입했으나, 최근 기후변화로 자연 상태에서도 월동을 하고 있다. 전국 4대 강 유역 전체에서 관찰되고 있다. 수초 등을 먹어 치운다.

◆ 도깨비가지

북미 원산으로 가짓과의 다년생초본이며 1m까지 자란다. 익지 않은 푸른 열매를 비롯해 식물 전체가 독성을 지니고 있다. 번식력이 강하고 가시가 달려 있어 가축이 먹지는 않는다. 토막 난 뿌리마다 싹이 나와 새로운 개체로 자라기 때문에 방제가 아주 어렵다.

◆ 가시박

북미 원산의 일년생 덩굴식물로 줄기는 4~8m까지 자란다. 길이 2㎝의 긴 타원형 열매가 10개 정도 뭉친 덩어리 형태로 열린다. 강을 따라 확산되는데, 국내에서는 춘천·원주·팔당·서울 등 한강권에서 번식하고 있다.

◆ 서양등골나물

북미 원산의 국화과 식물이다. 1m까지 자란다. 78년 서울에서 처음 보고됐고, 수도권 지역에 주로 분포한다. 잎과 줄기에 독성이 있다. 이를 많이 먹은 소의 젖을 짜 만든 유제품을 섭취하면 구토·변비 등의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 돼지풀

북미 원산의 국화과 일년생초본으로 1.8m까지 자란다. 밭·길가·목초지·황무지 등에서 잘 자란다. 꽃가루 알레르기와 관련이 있다. 토착 식물의 생육을 강하게 억제한다.

◆ 단풍잎돼지풀

북미 원산의 국화과 일년생초본으로 3m 이상까지 곧게 자란다. 돼지풀보다 키가 훨씬 크고 줄기가 두텁다. 옥수수·콩밭에서 자라며 농작물 생산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꽃가루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728x90
Posted by 호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