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전통주 기행] (10) 김천 과하주(過夏酒)
경향신문 / 2005-05-11 16:42
![]() |
다른 곳에서는 나지 않는 맛
“김천 과하주는 온 나라에서 그 이름이 높으며 외지 사람이 그 술을 빚는 방법을 배웠으나 맛이 본토주(김천 과하주)와 같지 아니하였음은 그 샘물이 타지와는 달리 특이한 신비가 있는 연고다.” 오래된 향지 금릉승람(1702년)은 이렇게 과하주 맛의 비결이 이 고장 물에 있다고 적고 있다. 김천의 향토사에 따르면 옛날 이 지방에 샘이 있어 그 샘물로 술을 빚으면 맛과 향기가 좋았다. 이 샘을 금지천(金之泉) 또는 주천(酒泉)이라고 불렀으며 김천이라는 지명도 그 샘으로부터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400여년 전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이곳을 지나다가 물 맛을 보고 중국의 금릉(金陵)에 있는 과하천(過夏泉) 물맛과 같다 하여 김천의 옛 이름인 금릉이란 지명과 과하천이 유래됐다고 한다. 또 이 샘물로 빚은 술을 과하주라 부르게 됐다고 전해오고 있다. 옛날에 금이 났다는 샘인 금지천은 묻혔다고도 전해져 과하천과 같은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오랫동안 과하주샘으로 불려온 과하천은 경상북도 문화재 자료 제228호로 남산동에 있다. 이 샘에는 1882년 새겨진 ‘금릉주천(金陵酒泉)’이란 글귀가 있다.
치과의사가 되살린 전통주
김천 과하주는 조선 초기부터 만들어져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일본의 기록에 남겨질 정도의 명주다. 1930년 한·일 합작으로 김천주조가 설립되면서 대량 생산됐으나 해방과 함께 문을 닫으면서 명맥이 끊겼다. 이를 치과의사이자 김천문화원장이던 고 송재성씨(1912~98)가 복원, 87년 경북도 무형문화재 제11호로 지정됐다. 김천주조 건너편에서 병원을 하면서 제조 과정을 익히 봐왔던 송씨는 김천주조에서 근무했던 조무성씨와 함께 숱한 시행착오 끝에 과하주를 복원했다. 91년 제조면허를 받아 생산에 나섰으며 기능보유자이던 송씨 작고 이후에는 둘째 아들인 송강호씨(66·전수조교)가 대를 잇고 있다.
주량에 맞게 골라 먹을 수 있는 술
과하주는 예부터 음력 정월에 빚어서 4월에 즐겨 먹었다고 전한다. 밀을 갈아 샘물로 반죽해 누룩을 만든다. 찹쌀을 샘물에 담갔다가 하루 뒤 건져내 고두밥을 찐다. 이를 떡판에 올려놓은 다음 누룩가루가 24시간 우러난 것과 함께 버무려 떡편을 만든다. 식힌 떡편을 독에 넣고 한지로 밀봉해 서늘한 곳에서 30일 이상 장기 저온 발효시킨 뒤 떠낸 16% 약주가 경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과하주다. 정주(精酒)를 뜨고 남은 술지게미에 증류소주를 부어 숙성시켜 거르거나 16% 약주를 증류시켜 소주를 만든 뒤 이를 16% 약주와 섞어 숙성시키면 한여름 복더위에도 변질될 우려가 없는 30% 안팎짜리 과하주가 된다. 여름에 강해 이름 그대로 한여름을 나는(과하·過夏) 술이다. 소주처럼 톡 쏘는데 맛은 약주로 술이 약한 사람도 즐겨찾는다. 달짝지근하면서도 약간 신맛이 느껴지는 과하주는 손에 묻으면 끈적거릴 만큼 진하다. 숙취가 없고 갈증을 없애주며 적당량을 마시면 혈액순환을 도와 고혈압과 신경통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산이수(三山二水)의 맛과 멋
과하주는 삼산이수(三山二水, 황악산·고성산·금오산·직지천·감천)의 고장이 빚어낸 술이다. 그런 만큼 이 고장의 향토음식이 안주로 제격이다. 껍질과 비계를 그대로 구워도 기름이 흘러내리지 않을 정도로 담백하고 차지면서도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지례 흑돼지는 과하주의 맛을 돋운다. 직지사를 보듬고 있는 황악산의 버섯·참나물·곰취같은 산채와 두부·묵 등도 부드럽고 뒤끝이 없는 순한 과하주와 잘 어울린다.
728x90
'HardDrin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통주 기행] (12) 안동 송화주 (0) | 2015.07.14 |
---|---|
[전통주 기행] (11) 조선3대 명주 - 전주 이강주 (0) | 2015.07.14 |
[전통주 기행] (09) 고구려 술 ‘계명주’ (0) | 2015.07.14 |
[전통주 기행] (08) ‘대한민국 대표소주’ 안동소주 (0) | 2015.07.14 |
[전통주 기행] (07) 순천 사삼주 (0) | 2015.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