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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13) ‘불로장생’으로 빚은 금산 인삼주
경향신문 / 2005-06-0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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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장생의 명약 ‘인삼’으로 빚어내는 ‘금산 인삼주’는 한국을 대표하는 민속전통주다. 신비한 약효 때문인지 술을 먹은 뒤에도 숙취로 인한 어려움을 겪지 않고 한잔 술에 배어나는 알싸한 인삼향과 혀끝에 감치는 맛은 여느 명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 인삼주는 백제시대부터 제조된 것으로 전해지나 본초강목(本草綱目) 등에는 1399년 도승지와 이조판서를 지낸 김문기(金文起) 가문에서 만들기 시작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2000년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당시 각국 지도자의 공식 건배주로 지정되면서 전세계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인삼의 본고장서 빚는 명주
금산 인삼은 예부터 ‘선약’, ‘불로장생의 영약’, ‘생명의 뿌리’라고 일컬어졌다. 개성 인삼이 고구려 인삼을, 풍기 인삼이 신라 인삼의 맥을 잇고 있다면 금산 인삼은 백제 인삼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백제 인삼을 원료로 빚어내는 금산 인삼주는 삼남지방에 널리 알려진 명주로 그 맛과 품질에 있어 전통과 품격을 자랑하고 있다. 금산 인삼주는 조선시대 사육신 중 한 분인 김문기 가문에서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던 것을 18대 후손인 김창수씨가 모친과 조모로부터 전승받아 현재 계승하고 있다. 금산 인삼주의 제조비법과 그 맛은 조선시대 ‘임원십육지’와 중국의 ‘천금방’, ‘본초강목’에도 나와 있고 김창수씨 집안의 가전문헌인 ‘주향녹단’, ‘잡록’에는 인삼을 넣어 술을 빚고 그 술을 제사때 사용하는 제주와 가양주로 썼다고 전해져 온다.
5년근 이상의 인삼으로 100일간 숙성
금산 인삼주를 기존의 인삼주와 혼동해서는 안된다. 제조법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인삼주가 인삼자체에 소주를 부어 우려낸 침출주라면 금산 인삼주는 전통 발효주로 분류된다. 쌀과 누룩에 인삼을 분쇄해 넣고 저온(18~22℃) 발효시켜 100일간 숙성시킨다. 그래서 금산 인삼주에는 인삼이 없다. 술 속에 인삼을 그대로 녹여 놓았기 때문이다. 금산 인삼주의 주원료는 인삼·쌀·통밀이며 솔잎을 약간 넣는다. 여기에 사용되는 인삼은 5년근 이상의 인삼이 쓰이며 용수는 물맛이 좋고 예부터 피부병을 낫게 하는 효능이 있다는 금성산 기슭의 약수를 사용한다. 제조기간은 밑술제조에 10일, 술덧을 담근 후 주발효와 후발효에 60일, 채주하고 숙성하는 기간 30일 등 모두 100일 가량이 소요된다. 오래 숙성할수록 향과 맛이 더해져 주질이 더욱 좋아진다.
유기산, 비타민 등 영양 ‘듬뿍’
100일간의 제조기간을 거친 금산 인삼주에는 유기산·무기질·비타민 등이 다량 함유돼 있고 유기산의 일종인 젖산이 많아 인체에 좋은 효과를 준다. 이 때문에 술을 먹어도 숙취로 인한 어려움이 없으며 한잔 술에 담긴 맛과 향은 그 어느 명주보다도 뛰어나다. 식욕이 떨어지고 위장기능이 쇠약한 여성에게 이 술을 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삼성분이 소화기 계통의 힘을 증강해 누렇게 뜬 얼굴에 생기가 돌게 하고 군살이 붙지 않으면서도 탐스러운 몸매를 가꿔주는 미용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금산 인삼주에는 현재 인삼약주와 인삼증류주 2가지가 있다. 술독에 100일간 발효시켜 채주한 다음 이것을 짜내면 알코올농도 12.5%짜리 인삼약주가 되고 그것을 다시 수증기로 끓이는 소주내림을 거치면 43%짜리 인삼증류주가 된다. 지금은 거대한 탱크에서 인삼주를 끓여내고 있지만 대량생산 이전에는 큰 항아리에 불을 지펴 증류했다. 최근에는 여성 애주가들을 겨냥해 홍삼을 주원료로 한 알코올농도 15%짜리 홍삼주도 개발됐다.
삼계탕, 한우 생고기구이 등 안주 별미
인삼주에 잘 어울리는 안주로는 인삼삼계탕과 한우 생고기구이 등이 제일로 꼽힌다. 애주가들은 재래식 추어탕과 인삼어죽·매운탕·송어회 등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한다. 금산군 부리면에서 영월가든이라는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길영환씨는 “토종닭을 푹 삶아 마련한 인삼삼계탕과 금산 인삼주를 반주로 곁들이면 임금님 수라상도 부럽지 않을 거예요”라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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