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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21) 공주의 명주 ‘계룡백일주’

 

경향신문 / 2005-07-27 16:12

 

 


명산 ‘계룡산’이 있는 공주에 명주 ‘계룡백일주’가 있다. 백일주는 ‘백일 동안 익힌 술’이다. 우리의 전통 민속주 중에는 해가 저물 녘에 빚기 시작해 새벽 닭이 울 때쯤 완성하는 술이 있는가 하면, 3년에 걸쳐 완성되는 술도 있다. 백일주는 술을 빚는데 석달 열흘 걸리는 술이다.


400년을 이어온 궁중술의 전통
백일주의 원조는 ‘궁중술’이다. 1623년 반정에 성공한 인조는 일등공신 중 한 명인 이귀(李貴·연안 이씨)에게 선물을 하사했다. 그 선물은 왕실 대대로 전해온 궁중술의 양조비법이었다. 이귀는 이 술의 비법을 부인인 인동 장씨를 통해 이어가도록 했다. 이때부터 이 술은 연안 이씨 가문의 며느리를 통해 오늘까지 이어졌다. 때문에 술을 빚는 방법은 문헌 등에 나와있지 않다. 며느리에서 며느리를 통해 ‘가문의 술’로 전수됐기 때문이다. 지금 역시 연안 이씨 며느리인 지복남씨(80)에 의해 술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이 술이 바로 ‘계룡백일주’다. 계룡백일주는 빚기가 워낙 까다롭다 보니 늘 귀했다. 연안 이씨 가문은 술을 대량 생산하지 않았다. 조금씩 만들어 제사상에나 올렸다. 연안 이씨 종가가 있는 공주에서도 이 술의 맛을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만큼 귀했다. 그러나 그 맛은 오래전부터 정평이 나 있다. 몇 잔 마셔본 사람들의 입에서 늘 ‘최고의 술’이라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16% 약주는 ‘신선주’, 40% 소주는 ‘백일소주’
백일주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16%짜리 ‘약주’다. 찹쌀·누룩·재래종 국화꽃· 오미자·홍화·진달래·솔잎 등을 재료로 저온에서 장기간 발효숙성시켜 만든 것이 바로 약주로서의 계룡백일주다. 향긋한 향취와 마실 때 부드럽게 넘어가는 맛이 일품이다. 뒤끝이 깨끗한 것도 이 술의 자랑중 하나다. 냉장보관해서 차게 마시면 더욱 맛이 좋다. 이 약주에는 그래서 ‘신선이 마시는 술’ 또는 ‘마시면 신선 같은 기분이 드는 술’을 뜻하는 ‘신선주’라는 별명이 붙었다. 다른 하나는 40%짜리 소주다. 약주를 증류시킨 뒤 벌꿀을 넣어 만든다. 이 소주를 옛날에는 ‘백일소주’라고 불렀다. 독한 편이지만 솔잎과 국화꽃 등의 은은한 향이 있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담백한 맛이 일품이고 많이 마셔도 숙취가 적은 것이 장점이다. 40%짜리 백일주는 오래 될수록 맛과 향이 더욱 좋아지는 매력이 있다. 요즘에는 도수를 조금 낮춘 30%짜리 소주도 나온다.

공주의 자연, 계룡산의 자연을 그대로 담아
계룡백일주는 주변의 자연을 그대로 머금고 있다. 계룡산 주변 등 공주 일원의 솔잎·진달래꽃·국화꽃 등이 술에 녹아있다. 이 술을 빚기 위해서는 봄이 되면 진달래꽃을 따다 말리고, 가을이 되면 국화꽃을 따다 말려야 한다. 1년 내내 쓸 수 있는 분량을 미리미리 준비해 둬야 하는 것이다. 솔잎이나 국화꽃 등은 백일주의 맛을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재료다. 은은하고 담백한 맛은 모두 이런 재료를 통해 나온다. 다른 술에 비해 숙취가 적은 것도 이런 자연재료의 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백일주에 쓰는 누룩은 찹쌀가루를 사용해 만든다. 통밀과 찹쌀을 똑같은 분량으로 섞어 거칠게 빻아낸 뒤 물과 섞어 반죽을 한다. 누룩 틀에 담아 띄우는 기간은 여름철 2개월, 겨울철 3개월. 2~3일에 한번씩 뒤집어 주어야 누룩이 제대로 뜬다. 계룡백일주는 밑술이 발효되는 데 30일, 본술을 빚은 날부터 술이 다 익을 때까지 또 70일 걸린다. 본술을 빚을 때 백일주의 맛과 향을 좌우하게 되는 국화꽃·진달래꽃·솔잎·오미자 등의 온갖 재료가 들어간다. 백일주의 최종 완성은 창호지를 이용한 걸러내기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100일 동안의 세월이 녹아 있는 술은 언뜻 보면 맑고 깨끗한 것 같지만 조금 놔두면 앙금이나 찌꺼기가 가라앉는 경우가 많다. 이를 막기 위해 창호지를 받쳐 걸러준다.

백일주 마실땐 참죽나무 순과 곶감말이가 최고
연안 이씨 문중 사람은 물론 공주 사람이 백일주를 마실 때 먹는 특별한 안주가 몇가지 있다. 봄에 딴 참죽나무 순에 찹쌀 고추장과 참깨 양념을 버무려 말린 뒤 다시 찹쌀 풀을 입혀 말리면 최고의 백일주 안주가 된다. 매콤하면서도 바삭바삭한 맛이 백일주에 딱 맞는다는 것이 애주가들의 설명이다. 호두를 곶감에 싼 뒤 자른 ‘곶감말이’를 계룡백일주와 잘 어울리는 안주로 꼽는 사람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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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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