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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기행] (22) 전북 완주 ‘송화백일주’

 

경향신문 / 2005-08-03 16:12

 

 

대한민국 전통식품 명인 1호 벽암스님. 그가 빚어내는 ‘천년신비의 사찰법주’. 송화백일주에 대한 설명은 이 한마디로 집약될 수 있다. 벽암스님은 전북 완주군 모악산 수왕사 주지스님이다. 스님이 술을 빚는다는 경외로움을 음미하기 위해선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고산병 없애려 마신 스님들 곡차
이 술은 애초 스님들이 마시던 곡차였다. 수왕사는 산중턱에 위치해 스님들을 고산병에 시달리게 했다.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아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기도 했다. 모악산 해발 800m 수왕사에서 참선을 하던 수도승들은 지천에 널린 소나무 꽃을 이용해 차를 마시며 기압차이에 의한 고산병에 대처했다고 한다. 이는 불교사화집에 신라 진덕여왕이 부설거사 도반승인 영희, 정조와 함께 수도 정진하다 헤어지면서 그리운 회포를 달래기 위해 송화곡차를 마셨다는 기록에서 입증된다. 그때부터 수왕사에서 전승되기 시작한 송화곡차는 12대 전승기능보유자인 벽암스님에 이르러 전통사찰법주로 태어난다. 수왕사 인근에 송화양조를 설립한 벽암은 천년신비의 전통사찰법주를 재현해 냈다. 고산병을 막기 위해 즐겨 마셨던 사찰법주를 사지(寺誌)나 문헌을 찾아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되살려 낸 것이다.

솔향 담은 오곡주와 백일주
이곳에서 빚어지는 술은 두가지다. 우선 송죽오곡주는 이름이 말해주듯 솔잎과 댓잎, 산수유·구기자·오미자·국화 등 각종 한약재, 찹쌀·곡자·오곡 등이 원료다. 여기에 모악산 약수가 혼합된다. 모악산의 약수는 수왕사라는 암자의 이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모악산 7부 능선에 커다란 암벽을 등지고 자리한 수왕사(水王寺)는 말 그대로 물의 왕. 암벽의 아랫도리에서 사시사철 흘러나오는 물로 빚은 술이니 더할나위 없다. 밀봉한 뒤 20℃의 온돌방에서 1주일간 재웠다가 8일째되는 날, 땅에 묻어 발효 숙성시킨다. 일반 술과 달리 각종 재료가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향을 내는 이 술은 부드러우면서도 뒤끝이 깨끗하다. 송죽오곡주는 특히 1998년 민속주 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며 당당히 명주 반열에 올라 주가를 한껏 높이고 있다. 송홧가루와 솔잎·산수유·구기자·오미자·찹쌀·백미·곡자·꿀을 원료로 제조된 송화백일주는 100일동안 저온에서 장기 재숙성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소나무 순액을 침출하여 고산병을 예방할 수 있고 장기보관할수록 더욱 깊은 맛이 우러난다.

모악산 7부능선서 채취되는 송홧가루
송화백일주에 반드시 들어가는 송홧가루는 국내산 소나무에서만 추출된다. 완주군청으로부터 송화 채취허가를 받아 모악산 7부 능선에서 모아진다. 보관 중에 물이 섞이면 뿌옇게 변할 정도로 신중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 술이 부드러우면서 독특한 향을 내는 것은 엄선된 송홧가루에 그 비법이 있다. 진열만 해 놓아도 예술적 가치가 충분한 백일주는 10여 종류의 다양한 모델로 출시 중이나 친척끼리 가내수공업에 의존하고 있다. 좋은 술이라도 기업화되면 명주 전통이 끊어진다는 벽암스님의 철학 때문이다. 백일주에 어울리는 안줏감으로는 과일이나 횟감이 적격이다. 육지의 꽃과 바다의 횟감이 만나 절묘한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식사때 한두잔씩 정기적으로 마시면 위암과 직장암 등 각종 암에 치료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063-221-7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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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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