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기행] (25) 충북 보은 구병마을 송로주
경향신문 / 2005-08-2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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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 향 진하게 밴 전통주
송로주는 말 그대로 소나무를 원료로 만든 술이다. 소나무는 원래 불로장수를 상징하는 십장생(十長生)의 하나로 우리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그렇다보니 양조에 있어서도 다른 식물보다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송로주는 알코올 도수 48%로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술 가운데 가장 독하다. 소나무 관솔의 특유의 향이 혀를 감싸는 맛이 알싸하다. 이런 알싸한 맛은 목구멍을 타고 가슴까지 전해진다. 예부터 송로주를 마시면 장수한다는 속설이 있고 음식법에 이르길 관절, 신경통에 좋고 허약한 다리가 낫는다는 기록이 있다. 독주라 금방 취하지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언제 깼는지 모를 정도로 뒤끝이 상쾌하다. 임씨는 1999년 연간 30㎘ 규모의 제조시설을 갖추고 본격 생산에 나섰지만 여느 전통주와 마찬가지로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데 한계를 절감한다. 하지만 임씨는 “우리의 전통주는 저급한 술이 아니다. 적게 팔더라도 제대로 된 맛과 향을 지켜나갈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뒤늦게 빛 발한 송로주
송로주는 충청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신형철 할머니(98년 작고)에 의해 발굴된 민속주다. 신씨는 충남 서천군 출신이다. 송로주 빚는 방법은 신씨 외조모인 정금이씨가 지었다는 고조리서(古調理書)인 ‘음식법’에 기록되어 있다. 한글 필사본으로 제작연대는 1880년대라고 한다. 술 15가지, 병과 2가지, 음료 1가지, 반찬 15가지의 음식조리법이 소개돼 있다. 이 책은 “쌀 한말 하려면 솔옹이를 생률처럼 쳐 고이 다듬어 놓고 섬누룩 넉되 넣고 물 서말 부어 빚었다가 멀거커든 소주를 여러물 갈지말고 장작때어 고으면 맛이 좋고 백소주를 받아 먹어야지 절통도 즉시 낫느니라”고 송로주에 대해 적고 있다. 이처럼 묻혀 있던 송로주는 신씨가 1993년 송로주 빚을 곳으로 구병리를 찾으면서 맥을 잇게 된다. 임씨는 이때 신씨를 만나 제조법을 전수받는다. 그러나 신씨가 갑자기 타계하면서 하루아침에 스승도, 동업자도 잃어버린 그는 낙심에 빠진다. 하지만 임씨에겐 행운이 따랐다. 신씨가 타계하기 2개월전 기능전수자로 지정돼 전통을 이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송로주는 고서 속의 술이 아닌 실물로 존재하게 됐다.
송로주 글자 하나에 2백만원?
송로주를 제조하려면 우선 누룩과 멥쌀가루를 1:1로 섞고 30℃에서 사흘동안 발효시켜 밑술을 만든다. 그런 다음 구병산에서 나오는 솔옹이를 얇게 썰고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복령(茯令)을 알밤만하게 깎아 엿기름과 함께 섞는다. 쌀 한가마에 솔옹이는 2㎏ 정도 들어간다. 2주 정도 발효된 술을 송절주라 하며 이것을 배주머니에 넣고 짜서 은근한 장작불로 내리면 송로주가 된다. 송로주란 이름은 1994년 두산백화에서 이미 상표등록해 놓는 바람에 탄생 자체가 불투명했다. 그러나 보은군의 지원과 협조, 두산백화측의 양보로 생각보다 쉽게 전통술의 이름을 되찾았다. 하지만 소송제기에 6백여만원이 들어가 송로주 글자 하나가 2백만원짜리가 된 셈이다. 술 값은 다소 비싼 편. 400㎖짜리가 2만3천원, 700㎖ 3만5천원, 400㎖+400㎖는 4만5천원, 400㎖+700㎖는 5만6천원이다. 043-542-0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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